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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해외출장·출판기념회에 밀려난 북한 인권

유지혜
정치국제부문 기자
“저 북한에서, 그리고 탈북하며 정말 힘든 일 많이 겪었어요. 의원님들은 정치적인 쇼만 좋아하지 진정성이 없는 것 같아요. 제 친척들, 친구들은 지금도 북쪽에서 얼마나 괴로울 텐데….”



 2월 임시국회 회기 종료를 하루 앞둔 26일 올해 서강대를 졸업한 김은주(26)씨는 한숨을 쉬었다. 2006년 탈북한 김씨는 지난 10일부터 열흘 동안 국회 의원회관에 살다시피했다. 67개 시민·사회단체 연합체인 올바른 북한인권법을 위한 시민모임에서 북한인권법을 주제로 실시한 설문조사를 돕기 위해서였다. 김씨를 비롯한 남북 출신 대학생 12명은 298명의 국회의원실을 두세 번씩 방문해 설문을 부탁했다. 여야가 10년 만에 북한인권법을 처리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인 데 따른 것이었다.



 하지만 북한인권법안 5건은 논의조차 되지 않은 채 외교통일위원회에서 잠자고 있다. 2월 처리는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사실 김씨는 설문조사 응답률을 보고 이미 결과를 예상했다. 설문조사에 답을 준 의원은 고작 34명(새누리당 31명, 민주당 3명)이었기 때문이다.



 2월 국회가 긴박하게 돌아간 건 사실이다. 기초연금법안 처리 등 여야가 풀어야 할 현안이 많았다. 정부 감시 등 본연의 임무를 수행해야 하는 회기 중인 만큼 시민단체의 설문조사를 우선 순위에 두지 않았다고 비판할 수만도 없다.



 그러나 설문에 응하지 않은 이유를 보면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다수가 “당론이 있어 개인 의견은 곤란하다”며 정해지지도 않은 당론 뒤에 숨었다. ‘해외 출장 중’이라거나 ‘출판기념회에 가야 한다’는 이유도 상당수였다. 얼마 전 유엔 조사위원회가 북한의 반인도범죄를 국제형사재판소에 제소해야 한다는 보고서를 내 전 세계에서 파장이 일었지만 의원들은 무관심 그 자체였다.



 응답자 중 꼭 있어야 할 의원들이 보이지 않은 것은 더 안타까웠다. 신년 기자회견에서 북한인권법 처리를 들고 나온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 민주당 김한길 대표는 검토하겠다고만 하고 답을 주지 않았다. 소관 상임위인 외통위원 24명 중에서도 문대성·심윤조·윤상현·이자스민·조명철·황진하 의원만 설문에 응했다.



 여야의 입장 차가 커 북한인권법이 쉽게 처리될 것이라고는 생각지 않는다. 하지만 북한인권법은 의원들의 무관심에 밀려 여야간 ‘대립’조차 못하고 있어 더욱 실망스럽다. 결국 다음 달 제네바 유엔인권이사회에서 북한 인권을 문제 삼을 때도 우리는 ‘북한인권법 없는 나라’로서 참여하게 됐다. 이 상황이 부끄럽지 않은가. 부디 응답하라 19대 국회.



유지혜 정치국제부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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