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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정치권의 대북 인적정보망 훼손, 정신 나갔다

국가 정보기관은 해외에서 자국의 이익을 해치거나 해칠 우려가 있는 일에 관한 정보를 수집하고 때때로 이를 막아내는 공작을 한다. 정보기관은 국내법을 엄격하게 지켜야 한다. 하지만 해외 정보관들이 특정 지역에서 펼치는 ‘스파이의 세계’는 사법적 잣대로만 판단하기 어려운 고도의 국익적 측면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국가안보국(NSA)의 부적절하게 수집된 비밀정보를 폭로한 스노든 사건이 터졌을 때 미국 의회가 사건과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며 초당적으로 NSA를 보호한 것도 이 때문이다.

 민주당은 ‘서울시 공무원 간첩 사건’ 증거조작 의혹을 파헤치겠다며 중국 선양의 한국 총영사관을 1박2일 일정으로 방문 조사했다. 어제 돌아온 심재권·정청래·홍익표 의원은 총영사관에 근무하는 정보 관계자의 신원과 이 관계자의 전임자, 정보 업무를 담당하는 책임자의 지위를 구체적으로, 무슨 큰 성과라도 낸 듯이 공개했는데 아연실색하지 않을 수 없다. 민주당 의원들은 북·중 접경지역에 설치된 대북 인적정보자산(HUMINT)의 체계와 핵심 역량을 만천하에 공개한 것이다. 이는 정보전쟁의 상대방인 북한에 표적을 갖다 바친 꼴이며 중국을 비롯한 관계국 정보세계의 비웃음을 사는 행위가 아닐 수 없다.

 국정원이 증거를 위조해 무고한 시민을 간첩으로 만들었는지 여부는 2심 재판이 진행 중이며 검찰과 변호인이 치열한 증거와 법리 다툼을 벌이고 있는 만큼 사법부에 맡겨두는 게 온당하다. 국익과 국격이 걸린 정보세계의 민감한 이슈를 한 건 폭로식으로 접근하는 자세는 새누리당도 다르지 않다.

 윤상현 원내수석부대표는 주한 중국대사관 영사부에 근무하는 특정 여직원이 간첩사건 변호를 맡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과 커넥션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 여직원이 김일성대학에서 공부했고 평양 주재 주중대사관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는 친북 성향 인사라는 게 윤상현 의원이 제시한 근거다. 이 정도 수준의 심증으로 국제정치학 박사이자 집권당 고위 당직자인 윤 의원이 중국과 외교적 불편함을 불러올 수 있는 주장을 한 것은 이해할 수 없다. 정보자산의 관리, 외교관계에서 국격 등을 고려해 정치권은 목소리를 낮추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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