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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경제, 부채 때문에 망한다고?"<1>그림자 금융

중국 부채가 문젭니다. 여기 저기서 '중국 경제가 부채로 망가질 것'이라는 말이 들립니다. 월스트리트저널, 파이낸셜타임스 등 서방 언론들은 시리즈 기사로 중국 부채의 심각성을 앞다퉈 부각시키고 있습니다. 과연 중국 부채는 얼마나 심각한 것일까요? '차이나 인사이트'는 몇 회에 걸쳐 이 문제를 조명합니다. 오늘 그 첫 번째로 '그림자 금융'에 대해 알아봅니다. <편집자>



중국에서는 한 해 약 15만 건 이상의 시위가 발생한다. 20만 건이 넘는다는 얘기도 있다. 지난 달 23일, 중국공상은행 프라이빗뱅킹(PB) 상하이지점 앞에서 20여 명의 중년 남녀가 모여 시위를 벌였다. 다른 시위와는 좀 달랐다. 사람이 적었고, 시위대가 불어나지도 않았다. 플래카드도 없었다. 그들은 다만 책임자와의 면담을 요구할 뿐 뚜렷한 집단 행동을 한 것도 아니었다. 그들은 왜 이곳으로 모였을까?



그 중 한 명인 왕(王)여사. 그는 2011년 초, 이곳 공상은행 직원으로부터 투자 제안을 받는다. 연율 9.5~11.5%의 수익을 보장해주는 재태크(중국어로는 리차이.理財)상품이 나왔다는 얘기였다. 상품 이름 '청즈진카이(誠至金開 )1호'. 'VIP급 고객에게만 추천한다'고도 했다. 은행에 예금해 봤자 금리 연 이자 3~4% 밖에 못 받는 실정에서 솔깃하지 않을 수 없다. 게다가 중국 최대 국유상업은행인 공상은행이 판매하니 걱정할 게 없었다. 상품의 최저 투자 단위는 300만 위안(약 5억3000만 원), 왕 여사는 한 구좌 가입했다. 만족할 만했다. 3개월마다 꼭꼭 이자가 나왔으니 말이다.







문제가 생긴 건 지난 달 중순이다. 이 상품은 만기일이었던 1월31일 나머지 이자와 원금을 돌려받게 되어 있었다. 그러나 공상은행이 ‘청즈진카이1호’에 대해 원금 상환을 보장할 수 없다'고 선언했다. '은행은 법적으로 책임이 없다'는 말도 했다. 한마디로 디폴트(채무 불이행)선언이었다. 푸른 하늘에 날벼락 떨어지는 소리였다. “공상은행을 믿고 샀는데, 그게 말이 되느냐?” 왕 여사가 23일 공상은행 시위에 참가한 이유다.



‘청즈진카이’ 사건은 중국 그림자 금융 문제를 부각시키는 계기였다. 서방 언론은 '수면아래 잠재되어 있던 그림자 금융 문제가 폭발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디폴트의 봇물이 터질 것'이라는 분석도 곁들였다.



'왕핑옌'의 성장과 쇠락



이 지경에 이른 원인을 보자. 얘기는 2009년, 중국의 대표적인 석탄 탄광지역인 산시(山西)성에서 시작된다.



왕핑옌(王平彦), 42세의 농촌 출신 기업가다. 그는 2009년 당시 석탄개발 회사인 '전푸(振富)에너지'를 경영하고 있었다. 연간 300만t을 생산하는 건실한 업체였다. 괜찮았다.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시작된 석탄가격 인상으로 짭짤히 돈도 모았다. 번 돈으로 베이징에서 아파트도 몇 채 사뒀다. 그러던 2009년, 그의 사업에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우게 된다. 당시 탄광 붕괴사고가 빈발하자 정부가 영세 탄광 통폐합에 나선 것이다. 작은 탄광을 거대 국유 탄광개발 업체에 넘기는 형식이었다.



정부의 시장 개입, 중국에서는 너무도 흔한 일이다. 국진민퇴(國進民退), 그렇게 국유기업이 나서면 민영기업은 쪼그라들게 되어 있다.







살아남아야 했다. 왕핑옌은 국유기업에 먹히지 않기 위해서는 규모를 늘려야 한다고 판단했다. 주변 업체 인수에 나섰다. 돈이 필요했다. 그러나 작은 민영기업인 전푸에너지에 돈을 빌려줄 은행은 없었다. 그는 주변 아는 사람에게 은행 대출금리의 5~6배에 달하는 연율 36%의 고리로 돈을 꾸기도 했다. 이자는 따질 개제가 아니었다. 몇 년 석탄을 캐내 팔면 금방 갚을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 때 만난 구세주가 중국의 메이저 신탁회사인 중청(中誠)신탁투자(China Credit Trust)였다.



중청신탁은 2011년 왕핑옌의 탄광 투자를 위해 상품을 만들어 판매에 나섰다. 총 판매 규모 30억 위안, 약 5억 달러에 상당하는 금액이다. 3년 만기의 상품, 판매는 공상은행이 맡았다.왕 여사가 상하이 공상은행PB지점에서 산 바로 그 상품이다.



공상은행으로서는 재태크 상품 판매가 아주 매력적인 사업이다. '대출은 예금의 75%범위 내에서만 가능하다'는 규정을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은행은 예대마진으로 먹고 산다. 그런데 75% 규제에 막혀 각 상업은행은 대출 수요가 많아도 꿔줄 돈을 마련할 수 없다. 그래서 중국의 은행들이 눈을 돌린 게 바로 재태크 상품 판매다. 아예 신탁회사 등과 함께 상품을 만들어 팔기도 한다. 공상은행은 ‘청즈진카이1호’ 판매로 4%의 수수료를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디폴트 봇물?'



경기가 좋았다면 모두 해피했을 것이다. 왕 여사는 원금에 10%이자를 챙겼을 테고, 왕옌핑은 빌린 돈으로 인수한 5개 광산으로 사업을 늘렸을 것이다. 중청신탁투자는 40%안팎의 수익률을 거뒀을 테고, 공상은행은 수수료 챙겼으니, 누이좋고 매부좋고, 꿩먹고 알먹기 식이다.



그러나 문제가 터졌다. 2012년들면서 석탄가격이 급락하면서 왕핑옌의 사업에 금이 가기 시작한 것이다. 석탄 가격은 고점이었던 2010년에 비해 20%이상 떨어졌고, 전푸에너지의 재무재표에는 빨간불이 켜졌다. 결국 2013년에 파국을 맞게 된다. 개인투자가들에게 빌린 돈을 갚지 못했고, 고소를 당해 결국은 구금 상태에 이르게 된다. 그가 빌린 돈 50억 위안 중 30억 위안은 중청신탁투자가 어랜지한 것이다. 피해를 피해갈 수 없었다. 만기를 며칠 앞둔 1월 23일 판매사인 공상은행이 '나는 법적으로 아무런 책임이 없다'며 먼저 손을 들었다. 중청신탁투자는 '투자가들의 손실을 막기위해 애쓰고 있다'는 말만 되풀할 뿐이다. 왕 여사와 같이 고스란이 돈을 떼일 처지에 몰린 사람들이 700여 명에 달한다.



문제는 이게 시작일뿐이라는 점이다. 최근에도 지린(吉林)신탁이 건설은행을 통해 판매한 신탁상품인 '쏭화장(松花江)5기'가 투자사 부도로 디폴트를 선언했고, 베이징에서도 유사한 사건이 벌어졌다. 광다(光大)은행은 '밖으로 알려졌지는 않았지만 2012년 13건, 2013년 14건의 신탁상품 채무불이행 현상이 벌어졌다'고 밝히고 있다. 업종별로는 부동산 분야 15건, 석탄 5, 화공 2건 등이다. 경기 둔화의 충격이 큰 분야에서 디폴트가 많이 발생하는 셈이다.







그림자 금융이란 '은행과 비슷한 기능을 하면서도, 은행과 같은 엄격한 건전성 규제를 받지 않는 금융기관의 거래 행위'를 통칭한다. 당연히 투명하지 않다. 중국의 그림자 금융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는 기관마다, 그 범위에 따라 크게 차이가 난다. JP모간체이스는 GDP의 약 68%인 36조 위안이라고 했고, 중국 사회과학원은 20조 위안, 중국정부는 15조 위안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 규모가 어쨌든, 전문가들은 중국의 신탁상품 시장 규모가 약 11조 위안(약 1조8000억 달러)에 이르고 있다고 보고 있다. 전체 그림자 금융의 약 3분의1에 해당하는 규모다.



한국금융연구원 지만수 박사의 얘기다.



"많이 잡아도 GDP대비 68%라는 얘긴데, 많은 것은 아니다. 한국도 GDP의 약 100%, 미국은 150%정도 된다. 그럼에도 중국 그림자 금융이 유독 문제로 부각되는 것은 경제가 위축되는 기간에 오히려 그 규모가 급증했다는 데 문제가 있다. 펑크날 구멍이 많다는 얘기다. 그게 문제의 핵심이다."



중국 그림자 금융의 대표적인 사례인 재태크 신탁상품의 약 67%가 올해 만기가 돌아온다. '청즈진카이'는 언제든지 또 터질 수 있다는 얘기다. '디폴드 봇물'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그래서 나온다.



보이는 손



그렇다면 이 사건은 어떻게 해결됐을까? 아무 일없이 지나갔다. '누군가 진푸에너지에 돈을 투자했고, 덕택에 70여명의 투자자들은 원금을 회수할 수 있었다'고 중국 언론은 전하고 있다. '보이지 않는 손'이 사태를 해결했다는 얘기다. 보이지 않는 손이 누군지에 대해서는 말이 많다. 공상은행이 대신 막아줬다느니, 해당 지역의 전주가 나섰다느니...분명한 것은 사태가 더 커지는 것을 우려한 정부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점이다. 중국 정부는 이렇게 금융에 관련된 문제만 나오면 급한 불만 끄려할 뿐 근본적인 대책은 뒤로 미룬다. 곪아 터질 때 터지더라도 일딴 때우고 본다. 그러는 사이 금융시장은 더 왜곡되고 있다.



중국은 언제까지 견딜 수 있을까? 서방 언론의 주장처럼 곧 곪은 종기가 곧 터져 중국 경제가 구렁텅이에 빠져들 것인가?



중국 부채 얘기, 다음 주 계속된다.



한우덕 중국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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