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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우스 쥐고 하루 4시간 "블러링" … 돈 버는 6074

경기도 분당 고령친화종합체험관에서 안상섭(67)씨가 포털사이트 지도서비스의 차 번호판 지우기 작업을 하고 있다. 안씨는 3주 교육을 받고 이 작업을 할 수 있게 됐다. 체험관은 을지대가 운영한다. [김성룡 기자]


지난달 28일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의 고령친화종합체험관 2층 컴퓨터실. 105㎡(약 32평) 방에 젊은 노인(60~74세)들이 모여 24인치 모니터를 응시하고 있다. 김남익(63·용인시 수지구)씨의 손이 섬세하고 분주하게 움직이자 화면이 좌우로 빠르게 돌았다. 모니터 속 건물 간판과 자동차 번호판, 행인의 얼굴에 붉은 원이 표시된 뒤 서서히 흐릿해졌다. 뿌옇게 모자이크 처리가 돼 알아볼 수 없게 됐다. 김씨는 2005년 은행지점장을 끝으로 은퇴한 뒤 그동안 쉬다가 지난달부터 이곳에서 일하고 있다. 김씨가 옆자리 동료에게 물었다.

디지털이 만든 새로운 일터
전국 누비며 스마트폰 강의 60세
유통 관리 시스템 개발하는 63세
"ICT, 고령·장애 다 넘게 해준 장대"



 “이 번호판은 블러링(blurring, 화면 흐리게 하기)을 해야 할까. 번호판 크기는 작은데 숫자가 보이는 것 같지 않아?” (김씨)



 “그러네. 화면을 작게 한 뒤 3번 동그라미로 블러링하면 될 것 같아.”(김유희·64·성남시 중원구)



 두 사람의 대화에선 일반인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전문용어가 술술 나왔다. 체험관이 운영하는 사업체 인터넷콘텐트사업단 ‘아싸(ASSA)’의 풍경이다. 아싸는 ‘성공적 노화를 위해 활동하는 시니어(Active Senior for Successful Aging)’의 약자다. 55세 이상 42명으로 구성됐는데, 60~74세가 35명이다. 포털 업체가 제공하는 지도 서비스에서 사람이나 상호, 자동차 번호판 등을 지우는 작업을 한다. 하루 네 시간 근무하고 50만원을 번다. 전직 은행원·교사·공무원 등 다양하다. 33년간 고교 국어교사로 일하다 지난해 2월 퇴직한 김유희씨는 “요새 개인정보의 중요성이 강조되지 않느냐”며 “정보 유출을 막는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있다”고 자랑스럽게 말했다.



 6074가 정보통신기술(ICT)을 통해 새로운 기회를 얻고 있다. 은퇴 전 ICT와 전혀 관련 없는 일을 하다가 재교육을 받고 새로운 일자리를 얻는다. 근력과 체력이 떨어져도 ICT 에는 크게 상관이 없다. 시간과 공간의 제약도 적다.



 ICT는 6074에게 재택 근무 일자리를 제공한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저작권보호센터에 위탁한 온라인 불법복제물 모니터링 사업은 장애인 300명이 재택근무 형식으로 참여한다. 센터에서 만든 감시프로그램을 컴퓨터에 설치한 후 웹하드 등을 찾아다니며 단속한다. 주간조(오전 9시~오후 6시)와 야간조(오후 7시~다음날 오전 1시)로 운영되며 월 100만원 정도를 받는다. 이 중 6074가 15명이다. 김병화(62·인천 남동구)씨는 “ICT는 고령과 장애라는 두 가지를 뛰어넘게 해준 장대가 됐다”고 말했다. 지체장애인(4급)인 김정애(63·여·서울 강북구)씨는 “엑셀을 따로 배울 정도로 컴퓨터에 관심이 많았지만 받아주는 곳이 없었다”며 “이곳에서 컴퓨터를 이용해 일을 할 수 있다는 게 기쁘다”고 말했다.



 젊은 시절부터 ICT 업계에 종사해오다 나이가 들어서도 굳건히 현장을 지키며 후배들을 지도하기도 한다. 이태호(63·광명시)씨는 환갑을 넘겨 현역으로 백의종군했다. 개발업체 유니타스의 유통시스템 개발실장이 그의 공식 직함이다. 유통업계 관리 시스템을 만든다. 젊은 시절 엔지니어로 일하다 관리자(임원)까지 오른 그였지만 2년여 전에 현장으로 돌아왔다. 같이 일하는 동료는 대부분 30~40대이지만 같이 일하는 데 문제가 없다. 이씨는 “대접받으려고 하지 않고, 맡은 역할만 다하면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예전에 미국 업체를 방문했더니 백발의 엔지니어가 많더라”며 “급여나 대우를 떠나 하고 싶은 일을 하니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스마트폰 강사도 새로운 일자리가 된다. 맥아더스쿨 대표 정은상(60)씨는 2009년 스마트폰 초기부터 몇 년간 혼자서 사용법을 독학해 웬만한 전문가 수준에 올랐다. 무료 강의를 하다가 지난해 5월부터 전국을 돌며 유료 강의를 한다.



◆특별취재팀=신성식 선임기자, 장주영·김혜미·정종문 기자

사진=김성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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