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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뜨면 카톡, 전광판 앱으로 사랑고백 … 20대 못잖다

이달 초 서울의 한 복지관에서 김은실(76)씨가 셀카 촬영법을 배우고 있다. 김씨는 “남편과 카톡 대화를 많이 해서 부부 금실이 좋아졌다”고 말한다. [박종근 기자]

박청희(72)·이춘희(63)씨 부부가 스마트폰의 ‘전광판 앱’으로 사랑을 표현하고 있다. [박종근 기자]
“스마트폰을 잘하려면 세 가지만 기억하세요. 터치·꾸욱 누르기·드래그. 이것만 잘해도 젊은 애들처럼 스마트폰을 쓸 수 있어요.”

 지난 7일 오후 1시30분 서울 은평구 갈현노인복지관 2층 컴퓨터실에선 노인 10명이 강사의 설명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왼손에 스마트폰을 잡고 오른손 검지로 화면을 만진다. 수강생의 대부분은 60대 중반 젊은 노인(6074)이다. 화면이 갑자기 까맣게 변하자 한 수강생이 손을 들었다. “이게 왜 저절로 꺼지나 몰라.”

 강사 서인숙(69·여)씨가 “화면이 자동으로 꺼지는 시간을 20분으로 늘려야 해요. 10초면 금방 꺼지거든요”라고 설명한다. 수강생들은 “테레비는 어떻게 봐요” “화면이 왜 돌아가요”라며 질문을 쏟아낸다. 서씨는 지금이야 어엿한 강사지만 2년 전만 해도 수강생 자리에 앉아 있었다. 이때를 계기로 그는 스마트폰에 빠져들었다. 그러길 1년. 웬만큼 스마트폰에 능수능란하게 됐다. 지난해 3월 KT가 운영하는 IT서포터즈 강사가 됐다. 지금까지 80여 명을 가르쳤다.

 서씨의 스마트폰엔 ‘6074 추천 앱’ 폴더가 있다. ‘만능 맥가이버칼’ 같은 소중한 앱을 모아둔 것이다. 어두울 때 쓰는 손전등, 심심할 때 즐기는 애니팡·맞고 등 게임 등이 빼곡하다. 최근에 번역기 앱을 내려받았다. 서씨는 “해외 여행을 갈 때 요긴하게 쓸 것 같다”며 “스마트폰만 있으면 어디든 마음대로 갈 수 있다”고 자랑했다.

 정보통신기술(ICT) 발전 속도만큼 6074들의 일상도 스마트하게 바뀌고 있다. 동네 복지관마다 스마트폰을 배우려는 6074들로 북새통이다. 이미 배운 6074 중엔 젊은이만큼이나 자유자재로 이용하는 이도 많다. 전 통신회사 직원인 김수항(72·서울 송파구)씨에게 스마트폰 없는 삶은 상상할 수 없다. 오전 6시 눈을 뜨자마자 머리맡의 스마트폰을 집는다. 날씨를 확인하기 위해서다. 날씨가 좋으면 그는 스마트폰과 이어폰을 챙겨 집을 나선다. ‘내 나이가 어때서’를 즐겨 듣는다. 한강 둔치에 들어서면서 스마트폰 만보기 기능을 작동해 운동량을 체크한다. 이 밖에도 김씨는 주식 거래, 영상통화, 사진 전송 등 웬만한 건 스마트폰으로 해결한다. 그는 “스마트폰으로 뭐든 바로바로 처리하니 편리하지 않느냐”고 말했다.

 종이책 대신 e북을 택하는 6074도 많다. 시력이 약해 종이 책의 깨알 같은 글씨를 읽기가 불편해서다. e북은 글씨 크기를 조절할 수 있고 자체 조명이 있어 편하다. 전자책 업계는 6074 e북 이용자를 10만 명 정도로 추정한다. 예스24의 김정희 e연재팀장은 “전자책을 구입하는 소비자의 3%가 60대 이상”이라며 “종이책 구매자 중 60대 이상의 비율(0.8%)보다 훨씬 높다”고 말했다.

 ICT는 6074의 건강에도 한몫한다. 2007년 당뇨 진단을 받은 김세준(60)씨는 지난해 10월 친구들과 몽골 여행을 떠났다가 울란바토르 공항에서 심한 어지럼증을 느꼈다. 혈당측정기가 60mg/dL을 가리켰다. 심한 저혈당이었다. 김씨는 측정기에 기록된 혈당을 블루투스로 연결된 자신의 스마트폰에 전송했다. 이 데이터는 한국의 강남세브란스병원 안철우(내분비내과) 교수한테 곧장 전송됐다. 안 교수는 “약을 구할 데가 없으니 사탕을 먹고 안정을 취하라”고 원격 처방했다. 안 교수의 조언대로 충분히 휴식을 취한 김씨는 몸을 추스르고 4박5일 일정을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

 노분래(71·여·서울 동작구)씨의 가족(아들, 오빠와 여동생 두 명)은 미국에 있다. 2010년 우울한 상태가 이어졌다. 하지만 최근엔 스마트폰을 배워 2주에 한 번 영상 통화를 하면서 웃는 날이 많아졌다. 노씨는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오고 삶에 자신감이 생겼다”고 말했다.

 모바일 게임은 젊은 층의 전유물이다. 6074는 이 고정관념을 깨고 있다. 인터넷 미디어 컨설팅 업체인 ‘닐슨 코리안클릭’ 집계(2014년 1월 기준)에 따르면 60~69세 모바일 게임 이용자는 48만9522명이다. 한 달 평균 이용시간은 1683분으로 중·고교생(1378분), 대학생(1302분)보다 많다. ‘NHN 블랙픽’은 지난 11일 6074용 게임 ‘두뇌 18세’를 내놨다. 서울대병원 임상인지신경과학센터가 두뇌 개발 효과가 있다고 검증했다. 화면을 6074에게 맞게 설정했다. 이 회사 황선영 차장은 “6074를 비롯한 시니어는 업계에서 주목 받는 새로운 소비자”라고 강조했다.

 성균관대 정태명 정보통신공학부 교수는 “노인들이 음악이나 애플리케이션 등 스마트폰을 자연스레 사용하는 것은 ICT가 그들의 삶에 녹아 들었다는 뜻”이라며 “앞으로 노인 인구가 증가하기 때문에 관련 시장이 더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종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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