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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추적] 경쟁률 5.4대 1…교사 명퇴, 임용고시만큼 어렵다

서울 강북의 한 초등학교 교사인 A씨(57·여)는 지난해 말 명예퇴직을 결심했다. 그는 출산 등으로 휴직했던 2~3년을 빼곤 30년 남짓 교편을 잡았다. A씨는 “나름 노력은 했지만 인터넷과 SNS에 익숙한 요즘 애들을 가르치기엔 한계를 느꼈다”며 “나 스스로 만족할 만큼 가르칠 수 없다면 후배들에게 자리를 양보하는 게 낫겠다 싶었다”고 말했다.



전국서 5172명 신청 '명퇴 대란'
예산 부족으로 절반은 반려
'덜 받게' 연금법 개정 추진이 원인
신규 교사 채용도 못해 악순환

 하지만 A씨의 명퇴 신청은 반려됐다.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명퇴를 희망했던 교원 중 실제 명퇴하는 이들은 10명 중 3명(29.5%)에 그쳤다. 무상급식 등 ‘교육복지’로 재정이 악화된 시교육청이 예년에 비해 명퇴 예산을 줄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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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명예퇴직자가 줄게 되면 신규 교사 발령도 그만큼 준다. 올 3월 예정인 서울 초등학교의 신규 발령 교사는 20~30명으로, 예년의 10%에 그칠 전망이다. A씨는 “교대를 졸업한 내 아들은 ‘초등 임용고시도 재수, 삼수가 기본’이라며 걱정한다”며 “그만두고 싶은 사람은 남고 교단에 서고 싶은 교사는 못 들어오는 상황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명예퇴직을 희망한 교원이 역대 최대에 이르는 가운데, 일부 시·도교육청은 예산 부족으로 상당수 명퇴 신청을 반려한 것으로 나타났다. 교사와 학부모들은 “퇴직을 원한 교사를 억지로 붙잡아 둬선 교사 사기와 교육의 질에 문제가 생길 것”이라고 우려했다.



 24일 교육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2월) 인사에 맞춰 명퇴를 신청한 초·중·고교 교원은 모두 5172명이다. 매년 2월과 8월 두 차례, 20년 이상 근속한 교원을 대상으로 진행되는 명예퇴직은 대개 상반기 신청자가 하반기보다 40~50% 많다. 이를 감안하면 올해 전체 명퇴 신청자는 지난해 신청자(5946명)를 크게 웃도는 7000~8000명 선이 될 것으로 보인다. 교원 정년 단축(65→62세)을 계기로 1만여 명이 명퇴를 신청했던 1999년 이후 최대 규모다.



 명퇴 신청자는 늘었으나 관련 예산은 줄어든 상태다. 교육부 이보형 지방교육재정과장은 “교육부는 전년도 명퇴 인원 등을 감안해 17개 시·도교육청에 7200억원의 지방재정교부금을 줬지만 지난해 말 확인하니 교육청들은 이 중 2300억원만 명퇴 예산으로 편성했다”고 말했다. 교원 1명이 퇴직하면 해당 교육청은 정년까지 잔여 기간 등을 감안해 4000만원에서 1억원까지의 명퇴 수당을 준다.



 17개 시·도교육청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명퇴가 확정된 이들은 신청자의 절반(53.8%)에 그쳤다. 지난해엔 90.3%였다. 경기도교육청의 ‘명퇴 경쟁률’은 5.4대 1(신청자 755명, 확정자 140명), 대구·부산시교육청은 각각 3.3대 1, 2.3대 1 수준이었다. 교사들 사이에서 “명퇴가 임용고시만큼 어렵다” “명퇴 대란이다”는 말이 도는 이유다.



 교원 명퇴가 급증한 원인은 여러 가지다. 교육부 이 과장은 “일선 교사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베이비 부머’ 세대(1955~63년 출생)가 본격적으로 명퇴 연령대에 들어섰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전체 초·중·고 교원 중 50대는 23.0%로 2000년(14.8%)보다 8.2%포인트 늘었다. 반면에 20, 30대는 각각 5%, 4%포인트 줄었다.



 ‘더 내고 덜 받는’ 공무원연금법 개정이 추진 중인 것도 주된 요인으로 꼽힌다. 근속 35년 만에 명퇴를 결정한 서울의 고교 교사 C씨(60)는 “딱히 모아둔 재산이 없는 나 같은 교사에겐 연금은 거의 유일한 노후대책”이라며 “연금법 개정 소식이 나오면 교사들은 술렁일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공교육 현실에 대한 교사의 좌절감도 작용한다. 고교 사회교사 D씨(58)는 “한 반 학생 중 수업에 열의가 있고 따라오는 학생은 대여섯 명에 불과하다”며 “교단에 계속 설 자존심도 의욕도 잃었다”고 털어놨다. 한국교총 김무성 대변인은 “학생의 권리만 강조하고 교권을 무시하는 세태, 교육보다 공문에 매달리게 하는 잡무 부담도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학교를사랑하는학부모모임 최미숙 상임대표는 “교단을 떠나려고 고민했던 교사를 억지로 잡는다고 의욕이 생기는 건 아닐 것”이라며 “떠나길 원하는 교사는 보내고 가르치길 원하는 교사를 받는, 선순환이 이뤄져야 학부모도 안심할 것”이라고 말했다.



천인성·김기환·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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