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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chi] 연아의 마법 끝나자 '피겨 황무지' 드러나다

소치 겨울올림픽이 24일(한국시간) 폐막식과 함께 끝났다. 마스코트를 중심으로 폐막 행사가 진행되고 있다. 평창 마스코트는 아직 미정이다. [소치 AP=뉴시스]
김연아(24)의 시대가 막을 내렸다. 뒤를 이을 선수가 보이지 않는다. 김해진(17·과천고)과 박소연(17·신목고)이 소치 겨울올림픽에서 각각 16위, 21위에 올랐지만 정상권과 거리가 멀다. ‘박세리 키즈’가 세계 여자프로골프를 휩쓰는데 왜 ‘김연아 키즈’는 그렇지 못할까. 피겨에도 재능 있는 꿈나무는 많았다. 다만 부상과 비용 문제로 제대로 성장하지 못했을 뿐이다.

 피겨스케이팅 선수층은 예전보다 두터워졌다. 전국 남녀 피겨스케이팅 종합선수권대회 참가자는 2009년 45명에서 2013년 88명으로 늘었다. 초등학생 피겨 꿈나무대회도 같은 기간 참가자가 111명에서 170명으로 껑충 뛰었다. 대한빙상경기연맹은 “매년 참가자가 늘고 경쟁도 치열해진다”고 설명했다.

 실력도 향상됐다. 오지연(47) 코치는 “김연아가 12세에 뛰었던 점프 5종을 하는 초등학생이 한둘이 아니다”며 “예전에는 더블 악셀에 프리플 점프 한두 개만 뛰면 국가대표가 됐지만 이젠 다 뛰어도 국가대표가 되기 힘들다”고 전했다.

 하지만 주니어 대회에서 두각을 나타낸 선수가 국제적으로 성장하는 경우는 드물다. 학부모들은 “열악한 환경에서 몸을 혹사한 탓”이라고 입을 모은다. 올해 상반기 랭킹 대회, 종합선수권대회 주니어 부문 1위를 석권한 안소현(12·여) 선수의 어머니 이윤영(40)씨는 “빙상장이 너무 적어 링크를 대관하는 것부터 전쟁이다. 또 피겨를 하기에는 얼음이 너무 딱딱해 부상을 달고 산다”고 호소했다.

오륜기를 전달받은 이석래 평창군수. [로이터=뉴스1]
 국내에는 30여 개의 빙상장이 있다. 일본의 1000여 개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하다. 피겨 전용 링크는 아예 없다. 선수들은 일반 개관 시간을 피해 이른 아침이나 밤늦게 링크를 빌린다. 빙상장 사정으로 대관이 안 될 때도 많다. 하루에도 몇 군데의 빙상장을 옮겨 다녀 ‘메뚜기 훈련’이라고 푸념하기도 한다. 방지원(12·여) 선수의 어머니 정승원(43)씨는 “운이 없으면 오후 11시에 훈련이 잡히기도 한다”고 전했다.

 빙상장 부족으로 너무 많은 선수가 한꺼번에 연습을 하는 것도 문제다. 지난 19일 오후 7시 서울 고척동 제니스아이스링크에서는 초·중·고 학생 20여 명이 2~3명의 코치와 함께 연습 중이었다. 오 코치는 “여기는 그래도 여건이 나은 편”이라며 “한 링크에서 10명 정도가 연습하는 게 적당하다. 어떤 곳에선 30명이 넘는 인원이 연습한다”고 전했다. 안소현 선수도 지난 2012년 연습 도중 다른 선수와 부딪치면서 스케이트 날에 발목이 찍히는 바람에 10바늘을 꿰맸다.

 부상도 잦다. 피겨스케이팅에 적절한 얼음 온도는 영하 4~5도지만 국내 빙상장은 아이스하키 기준인 영하 11도에 맞춰져 있다. 국내 빙상장은 난방 시설이 노후하거나 아예 없어 추위에 떨며 훈련한다.

 만만찮은 비용도 발목을 잡는다. 김연아도 훈련 비용을 감당하기 힘들어 피겨를 포기할 뻔했다. 익명을 요구한 학부모는 “선수 한 명당 트레이너·마사지사·안무가가 붙고 전지훈련까지 하려면 개인 비용이 어마어마하게 든다”며 “일각에서 귀족 스포츠라 비난하지만 자식이 원하는 걸 해주고 싶은 게 부모 마음 아니냐”고 하소연했다. 빙상장 대관료와 레슨비 등 고정적으로 들어가는 비용이 한 달에 150만~300만원에 이른다. 스케이트, 의상비, 안무비도 연간 수백만원이 들어간다. 가장 지출이 큰 건 해외 전훈이다. 여름과 겨울방학에 두 달씩 가는데 한 번에 2500만~4000만원을 쓴다.

 이윤영씨는 “우리나라에는 국제대회에 나갈 만한 실력을 갖춘 선수가 꽤 있다. 하지만 혼자 모든 걸 준비하기 어려워 중도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며 한숨을 쉬었다.

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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