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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성식의 요람에서 무덤까지] 악몽 꾸는 금연 전사들

신성식
논설위원 겸 복지선임기자
40대 공기업 간부 A씨는 ‘금연 칵테일 요법’의 창안자라고 스스로를 칭한다. 지난달 14일 금연을 시작하면서 세상에 존재하는 금연법을 모두 동원했다. 아침에 일어나 팔이나 다리에 패치를 붙이고, 식사 후 금연치료약을 먹는다. 사무실에서 수시로 금연 껌을 씹는다. 저녁밥 먹고 치료약 한 알을 먹는다. 가장 괴로운 때는 술자리다. 담배 연기를 맡으면 견디기 힘들어 전자담배처럼 생긴 보조제를 입에 문다. 여기에는 니코틴이 없고 담배향이 나는 수증기가 나온다. 이것도 견디기 힘들면 술자리에서 도망친다. 그렇게 해서 지금까지 성공적으로 버티고 있다. 석 달 목표다. 그전에 전자담배-껌-패치-담배향 장치-치료약 순으로 하나씩 시도해 봤으나 사흘을 넘기지 못했다.

 50대 직장인 B씨는 가끔 악몽을 꾼다. 시신과 함께 자는 꿈이다. 평생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꿈이다. 남자들이 많이 꾸는 악몽은 군에 재입대하는 것인데, 이런 꿈은 약과다. 악몽의 원인은 한 달 전부터 복용한 금연치료제. 사용설명서에 나와 있는 부작용이다.

 두 사람이 하는 담배와의 싸움이 눈물겹다. 담배한테 이기고 있는 이들과 달리 절반가량은 한 달을 못 버틴다. 국립암센터가 운영하는 금연상담전화에는 1월이 되면 서너 배로 상담전화가 늘었다가 2월에는 절반으로 뚝 떨어진다. 최근 한 복지 관련 기업이 직장인 1134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41.3%가 새해의 금연계획이 작심삼일로 끝났다고 답했다.

 전문가들이 말하는 가장 확실한 금연법은 독해지는 것이다. 보조장치 중에는 금연치료약이 그래도 효과가 낫다고 한다. 건강보험이 안 돼 한 달에 진찰료 포함해서 13만~15만원 정도 든다. A씨처럼 석 달 동안 네 가지 칵테일 요법을 쓰려면 100만원가량 든다. 그는 “돈 없으면 담배도 못 끊는다”고 우스갯소리를 한다. 한 해 담배에서 1조5000억원(갑당 354원)의 건강증진부담금을 거두면서도 흡연자에게 해주는 서비스가 별로 없다고 불평한다.

 2000년 의료보험이 건강보험으로 바뀌었다. 의보는 질병 치료가 중심이다. 건보는 여기에다 예방기능을 넣어 업그레이드한 것이다. 담배로 인한 사회경제적 비용이 5조5000억원이다. 만약 성인 남성 흡연율(43.7%)을 선진국처럼 20%대로 낮출 수 있다면 치료비도 지금의 절반 이하로 떨어질 것이다. 니코틴 중독 정도를 평가해 심한 사람에 한정하고 의사의 상담과 관리를 의무화한다면 금연치료제를 건보 적용하는 것도 고려해봄 직하다. 크게 보면 이게 훨씬 득이 많다.

신성식 논설위원 겸 복지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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