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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블화 2.2% 폭락 … 푸틴, 파티는 끝났다

잔치(소치 겨울올림픽)는 끝났다. 블라디미르 푸틴(62) 러시아 대통령은 한껏 즐겼다. 금메달 숫자를 최대한 늘려 러시아인들의 가슴 속 애국주의를 한껏 자극했다. 하지만 남은 흥겨움을 즐길 여유가 그에겐 없다. 우크라이나 사태 때문이다. 이 나라 정치 불안은 러시아의 지역 패권을 시험하는 것만이 아니다. 여차하면 러시아를 외환위기로 몰아넣을 수 있는 뇌관이다.

23일 소치 겨울올림픽 폐막식에 참석한 푸틴 러시아 대통령. 올림픽을 성공적으로 마친 푸틴에게는 경제 회복 등 과제가 산적한 상태다. [소치 로이터=뉴스1]▷여기를 누르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미 불길한 조짐은 표면화했다. 푸틴이 소치에 머물고 있는 사이 루블화 가치는 가파르게 떨어지고 있었다. 보름 남짓의 올림픽 기간에만 루블화 가치는 미국 달러와 견줘 2.2% 추락했다. 최근 외환위기 후보국에 오른 아르헨티나 페소나 터키의 리라화 값보다 훨씬 많이 떨어졌다. 카니발 와중에 위기의 먹장구름이 피어 오르고 있었던 셈이다.

 금융전문 유로머니는 “두 가지 요인이 루블화를 강타했다”고 묘사했다. 하나는 러시아 경제의 고질적 문제다. 바로 원유와 천연가스 등 자원 경제의 숙명이다. 미 투자은행 골드먼삭스의 분석에 따르면 원유 값이 배럴당 110달러 이상 돼야 러시아 경제가 제대로 돌아간다. 현재 국제유가는 100달러 선이다.

 그 바람에 러시아는 경상수지 흑자가 급감하면서 침체의 늪에 빠졌다. 세금이 제대로 걷히지 않아 재정상태가 빠르게 악화되고 있다. 루블화 가치가 지난해에만 8% 넘게 미끄러진 까닭이다. 러시아 중앙은행이 최근 1년 동안 외환보유액 2000억 달러를 쓰면서 루블화 추락을 막아보려 했지만 소용없었다.

 또 다른 하나는 우크라이나 디폴트(채무불이행) 가능성이다. 내전에 버금가는 정치적 갈등이 화근이다. 미국 신용평가회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21일 신용등급을 CCC+에서 CCC로 낮췄다. 푸틴마저 우크라이나에 지원하기로 한 150억 달러 가운데 남은 돈을 주지 않고 있다. 친 유럽연합 야당이 세력을 잡고 있는 까닭이다.

 유로머니는 “우크라이나 외채는 600억 유로(약 88조5600억원)에 이른다”며 “가장 큰 채권자들은 러시아 시중은행들”이라고 보도했다. 이 시중은행들은 이미 좋지 않은 상황이다. 지난해 경제가 1% 정도밖에 성장하지 못했다. 부실 채권이 빠르게 늘고 있는 상황이다. 스베르방크 등이 떼일 돈을 대비해 서둘러 준비금 마련에 들어갔다. “이런 와중에 우크라이나 디폴트는 러시아 금융 시스템에 강펀치일 수 있다.”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한 내용이다. 이미 해외 투자자들은 우크라이나 사태가 루블화 추가 폭락으로 이어질 시나리오를 그리고 있다. 우크라이나 디폴트→루블화 추락→러시아 외환위기 가능성이다. 요즘 그들은 서둘러 러시아 국채를 처분하고 있다. 로이터는 “외국인들이 최근 한 달 새에만 5억~7억 달러어치 러시아 국채를 팔아 치웠다”고 전했다. 그 여파로 러시아 정부는 최근 국채 발행을 두 차례나 미뤘다. 폭풍 전야인 셈이다.

 공은 푸틴에게 있다. 그는 총리 시절인 1999년 모라토리엄(채무상환 연기) 사태의 뒷정리에 시달려 봤다. 해외에서 자금을 빌릴 수 없는 상황에서 나라 살림을 도맡아 했다. 유로머니는 “푸틴이 그때 악몽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잘 알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푸틴이 해야 할 일은 만만한 게 아니다. 명목임금을 떨어뜨리는 고금리·긴축 처방을 써야 한다. 이미 침체인 경제를 더 나쁘게 하는 대책들이다. 그렇지만 자본주의 경제 시스템에선 피할 수 없는 선택이다. 러시아인들의 고통·불만이 커질 수밖에 없다. 푸틴의 정치적 위상이 흔들릴 수 있다.

강남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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