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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view &] 70만 명 고용증가의 허실

박병원
전국은행연합회장
지난 1월 고용이 지난해 1월 대비 70만5000명이나 늘었다는 보도를 접하고 2001년부터 “고용 중시의 경제운용”을 주장해 온 필자로서는 눈이 번쩍 뜨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마냥 반가워할 수만은 없었던 데는 이유가 있다.



 변수가 많은 한 달 치의 통계라고 해도 어떻게 이런 큰 숫자가 나왔는지 의문이고, 취업이 되지 않아서 고통을 겪는 젊은이들이 자신의 처지에 더 실망하지 않을까 걱정되고, 또 한편 정책당국이 고용문제를 다룸에 있어 혹시라도 느슨해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생긴다.



 그래서 젊은이들의 일자리 창출을 위한 우리 사회의 노력이 더욱 강화되어야 하는 이유를 설명하고 싶다.



 첫째는 도소매·운수·음식숙박업과 같은 대표적인 자영업자 밀집 업종에서 27만8000명이나 늘었다는 점이다. 서비스업 통계는 제조업에 비해 충분히 세분돼 있지 않아서 어떤 부문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를 정확히 알 수는 없다. 다만 이 고용 증가가 수요의 증가 없이 공급 과잉과 과당 경쟁을 심화시켜 “해당 업종에 종사하는 사람들을 더 불행하게 만드는 고용 증가”에 불과한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된다.



 예컨대 1995년에서 2012년까지 택시의 승객은 25% 줄었는데 택시는 24% 늘었다는 자료를 본 적이 있다. 택시요금 인상 등 백약이 무효인 이유다. 운수업에서 2000년 이후 36만 명이나 고용이 증가했지만 이 중 도대체 얼마만큼이 이 업종에 종사하는 국민의 삶이 나아지게 하는 데 도움이 되는 것이었을까.



 도소매·음식숙박업에서도 같은 문제가 있다. 2002년 399만 명에서 2010년 358만 명으로 줄었던 도소매업의 고용이 지난해 366만 명으로 다시 늘어난 것이나, 2004년에 206만 명에서 2011년 185만 명까지 떨어졌던 음식숙박업의 고용이 다시 197만 명으로 늘어난 것이 그것이다.



 비임금근로자(자영업자와 무급가족종사자)의 비율이 2000년대 들어 38%에서 27%까지 떨어졌다가 다시 높아지고 있고, 선진국의 15% 수준에 비하면 아직 턱없이 높은 현실을 감안하면 자영업 집중 업종에서의 고용 증가는 반가워할 수만은 없는 것이다.



 2000년대 들어 800만 명 선에서 700만 명 이하로 감소했던 자영업자 수가 다시 늘고 있는데, 취직을 못한 사람들에게 창업을 권장한 결과가 아닌지, 이들이 자영업에 몰려 관련 업종 종사자 모두의 삶을 더 팍팍하게 만들고 있는 것은 아닌지 잘 따져봐야 한다.



 두 번째 문제는 보건 및 사회복지업의 급속한 고용 증가다. 이 분야의 고용이 노무현 정부 5년 사이에 19만 명 늘었는데 이명박 정부 이후 6년 사이에 74만 명에서 155만 명으로 81만 명이나 늘어났다. 그리고 올 1월에 지난해 1월에 비해 12만2000명이나 늘었다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 이후의 복지 확충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이 통계는 주로 50대 이상 여성의 파트타임 일자리 증가에 의한 것으로 보인다. 비록 정부 재정 부담에 의한 인위적인 것이기는 해도 수요의 증가가 수반되고 있으니 덜 걱정스럽기는 하지만, 젊은이들이 필요로 하는 일자리와는 별 상관이 없다는 점에서 그만큼 가치가 덜하다고 보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91년 516만 명을 기록한 후 100만 명 이상 고용이 준 제조업이나 70년대 이후로 계속 고용이 줄기만 했던 농업에서 고용이 다시 늘고 있다는 것도 얼마나 지속가능하고 젊은이들에게 도움이 되는 것인지 따져봐야 할 일이다.



 박근혜 정부가 고용률 70%를 정책 목표로 내세운 것은 아주 바람직한 일이다. 그러나 이 목표가 지금까지처럼 청년층 고용률은 계속 떨어지는 속에 이미 높아지고 있는 장년층 고용률을 더 높여 달성된다면 그 의미는 반감될 것이다. 그 반대가 되어야 한다.



 숫자 채우기 식의 일자리 만들기는 안 된다. 파트타임 일자리에 대한 요구가 늘고는 있지만 숫자를 채우기 위해 인위적으로 파트타임 일자리 만들기를 종용해서는 안 된다. 총량 지표에 현혹되지 말고 고용지표의 내막을 깊이 들여다보면서 젊은이들을 위한 좋은 일자리 만들기에 더욱 힘을 기울여야 할 때다.



박병원 전국은행연합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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