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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또 그리니 형태 사라지고 마음이 드러나네

강요배, 해금강(부분), 1998, 종이에 목탄과 파스텔, 39×108㎝. [사진 학고재갤러리]
제주 화가 강요배(62)는 지난달 하루 날 잡아 돌하르방 12개를 그렸다. 관덕정·삼성혈·대정골·보성골, 곳곳에 바람 맞고 선 하르방을 바람 맞으며 그렸다. 제주의 수호 석신 돌하르방, 모르는 이 없는 이미지다. 그러나 제주 태생으로, 고향으로 돌아간 지도 23년 된 이 화가는 “많이 봤고 안다고 여겼는데 그려보니 또 다르더라”고 했다. 깊고, 얕고, 균형 잡히고, 이지러지고, 잘 생기고, 우스꽝스럽게 생기고-. 거친 자연에 인고한 이 사물을 그리며 보는 법을 새로이 배웠다.



학고재갤러리 '강요배 소묘'전

 서울 삼청로 학고재갤러리에서 ‘강요배 소묘:1985~2014’가 열린다. 초기작부터 근작까지 30년에 걸친 소묘 53점, 아크릴화 4점이 전시된다. 강요배의 드로잉만 내놓는 첫 전시다. 1980년대 서울 창문여고 교사 시절 그린 소녀들(‘봄’, 1985), 고층 빌딩을 배경으로 시름에 빠진 촌로를 그린 연필화(‘농부’, 1989)에는 민중미술 1세대의 관록이 남아 있다. 금강산 관광이 시작되기 전인 98년 사생한 해금강엔 제주 4·3 사건을 지속적으로 다뤄 온 이 화가의 모습이 겹쳐진다.



 “전시하려 했다기보다는 당시의 감흥을 잊지 않기 위해 재빨리 스케치한 것들이 대부분이라, 숨김없이 내가 드러나는 것들”이라고 화가는 부끄러워한다. 그는 “몸으로 뭔가 하는 것이 점점 사라져가는 시대, 미술도 그렇다. 사진 찍어 그림으로 옮기는 일도 다반사이며 회화보다 설치가 더 잘 보인다. 이런 때 그리는 행위에는 어떤 마음 같은 것을 중요하게 여기는 태도가 스며 있다. 몸을 써서 마음을 나타내려는 의지가 있다”고 말했다. “삶의 패턴을 미분화하는 게 싫다”며 휴대전화도 없이 지내는 이 화가는 겸재(謙齋) 정선이나, 연담(蓮潭) 김명국 같은 조선시대 화가들의 일필휘지를 숭앙한다. 그림을 통해 “형태는 지우고 기운은 드러내길” 소망한다. 다음달 30일까지. 02-720-1524.



권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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