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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속으로] 대학 구조조정

중앙일보와 한겨레 사설을 비교·분석하는 두 언론사의 공동지면입니다. 신문은 세상을 보는 창(窓)입니다. 특히 사설은 그 신문이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는지를 가장 잘 드러냅니다. 서로 다른 시각을 지닌 두 신문사의 사설을 비교해 읽으면 세상을 통찰하는 보다 폭넓은 시각을 키울 수 있을 겁니다.



중앙일보 <2014년 1월 21일자 34면>

대학 구조개혁의 대원칙은 경쟁력 강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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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은 한 나라의 문화계승과 인재양성의 메카이다. 국가의 미래를 비춰주는 거울인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스위스를 방문 중이다. 국가경쟁력 1위인 스위스는 대학경쟁력 역시 그렇다. 이 나라의 대학진학률은 29%(2009년 기준)이다. 우리(71%)에 비해 매우 낮다. 그렇지만 노벨상 수상자를 22명(과학부문 20명)을 배출할 정도로 경쟁력이 막강하다. 스위스의 교육시스템을 그대로 도입하는 게 능사는 아니다. 다만 대학경쟁력을 높이는 것이 미래 한국의 운명을 좌우할 지상과제임에는 틀림없다.



 교육부가 대학 구조개혁 방안을 최종 손질하고 있다. 운영이 부실하면 정원 감축, 국고지원 중단은 물론 퇴출까지 시킨다는 내용이 담길 것으로 보인다. 수도권대학과 지방대, 4년제와 전문대 간에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얽힌 사안이다보니, 각 교육주체는 다양한 주장을 쏟아내고 있다. 정부가 구조개혁의 목표와 기준을 세우지 않으면 용두사미가 되거나, 교각살우(矯角殺牛)의 누를 범할 수 있는 상황이다.



 대학 구조개혁의 대(大)원칙은 대학경쟁력의 강화이어야 한다. 대학 하나하나가 경쟁력을 갖게 하고, 더불어 국가경쟁력도 올라가게 대학의 틀을 바꾸어야 한다. 이해집단의 목소리에 휘둘려 적당히 정원 감축만 하는 식의 협소한 개혁으로는 경쟁력을 제고하기 어렵다. 대학 교육의 질을 높이기 위해 ▶ 학문·전공을 조정하고 ▶ 경영방식을 쇄신하며 ▶ 고교·기업과의 연계를 갖는, 통 큰 개혁이어야 한다.



 대학 구조개혁은 대학 특성을 강화하는 쪽으로 가야 한다. 덩치가 크다고 경쟁력 있는 대학은 아니다. 반면 작은 대학만 있다고 국가경쟁력이 올라가는 것도 아니다. 여러 분야에서 세계의 유수 대학과 경쟁할 종합대도, 특정 분야에서 두각을 보여야 할 강소(强小)대학도, 지방을 세계화하는 글로컬대학도 우리에겐 모두 필요하다. 교육·연구·산학협력 등 각각에 뛰어난 대학도 있어야 한다. 어떤 경우든 각 대학의 지향점을 뚜렷하게 만드는 쪽으로 구조개편을 해야 한다.



 대학에 미래 선택권도 주어야 한다. 대학마다 역사와 문화, 경영여건이 다르다. 구성원들이 미래상을 스스로 정할 수 있도록 시간을 준 뒤 이를 판단하는 단계적 개혁이 필요하다. 대학 구성원이 똘똘 뭉쳐 경쟁력 있는 분야를 찾아낸 뒤 뚜벅뚜벅 자신의 길을 개척하는 대학에게 혜택이 돌아가도록 빈틈없는 지원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구조개혁은 고난의 길이다. 대학과 정부, 사회 모두에게 그렇다. 하지만 대학의 역할이 변해야 한다는 얘기는 수없이 제기돼 왔다. 지금은 학령인구 감소라는 인구구조적인 압력까지 받고 있다. 그대로 두면 2023년에는 대학정원 56만명 중 40만명밖에 채울 수 없다고 한다. 피할 수 없으면 선제적으로 돌파해야 한다. 경쟁력 강화라는 대원칙에 따라 대학 구조의 틀을 다시 세운다면 10년 뒤 유럽이 우리를 교육성공국가로 벤치마킹하러 올지도 모른다.



한겨레 <2014년 1월 29일자 35면>

대학 구조개혁, 공공성·형평성·투명성 유지해야




QR코드로 보는 관계기사
교육부가 27일 2023년까지 대학 입학정원을 16만명이나 줄이는 내용의 대학 구조개혁 추진계획을 발표했다. 경제·사회 구조의 고도화 등 시대 변화에 부응해 교육의 질을 높이는 개혁이 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올해 63만명인 고교 졸업생이 2023년에는 39만명까지 줄어들지만 전문대 등을 포함해 현재의 대학 정원은 56만명 선을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큰 폭의 대학 정원 조정은 불가피하다. 정부가 구조개혁에 앞장서는 것도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다. 여러 해 동안 대학들의 자율 조정을 유도했으나 별 성과가 없었던 데다 상대적으로 약자인 지방대와 전문대 등이 갈수록 더 취약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학생들의 등록금을 주요 재원으로 하는 대학들에 정원 감소는 사활의 문제가 될 수 있다. 대학들끼리의 이해 조정이 쉽지 않은 만큼 객관적인 조정자가 필요한 것이 현실이다.



 교육부의 계획은 절대평가 방식의 대학평가체제를 새로 도입해 그 결과에 따라 차등적으로 정원을 줄이는 것을 핵심으로 한다. 중요한 것은 공익성과 형평성이다. 수도권 대학과 지방대, 일반대와 전문대 등은 각각 고유한 역할이 있다. 어느 한쪽을 희생시키는 식이어서는 공익성이라는 면에서 문제가 된다. 특히 지방대학의 위기는 해당 지역의 위기로 이어질 수 있는 점에서 종합적인 판단이 요구된다. 그렇다고 역량 미달인 대학을 무조건 배려하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 앞으로 대학구조개혁위원회에서 평가지표 등을 개발해 시행할 때 이런 점이 세심하게 고려돼야 한다. 정원 감축이 단계적으로 매끄럽게 이뤄지도록 투명성과 신뢰성을 높이는 것도 중요하다. 설익은 평가에 근거해 밀어붙이면 분란이 생기지 않을 수가 없다. 이와 관련해 교육부는 벌써부터 왜 ‘졸속 대책’이라는 비판이 대학 쪽에서 나오는지 잘 헤아리기 바란다.



 대학 쪽도 구조개혁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단순하게 정원 유지에 집착할 게 아니라 교육·연구의 질을 높여 학생과 지역사회의 공감을 확대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특성화가 하나의 방향이 될 수 있겠지만 그 속에서도 다양한 창의적인 내용이 담겨야 한다. 국민들도 입시 점수에 따라 서열이 정해지는 대학이 아니라 특색 있고 사회적으로 유용한 대학을 늘려가는 데 힘을 보태야 한다.



 대학 교육은 그 사회의 지적인 수준과 미래를 향한 잠재력을 보여준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대학 구조개혁이 교육의 질 제고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하지 않느니만 못하다. 정부는 기본 원칙이 지켜지는 개혁이 되도록 중심을 잘 잡아야 한다.



논리 vs 논리

대학 경쟁력 강조한 중앙 … 지역사회와 공존 중시한 한겨레






학령인구 감소로 대학 구조개혁이 시급한 시점에서 교육부가 지난달 28일 ‘대학 구조개혁 추진계획’을 발표했다. 교육부는 모든 대학을 3년마다 평가해 2017년까지 4만 명, 2020년까지 5만 명, 2023년까지 7만 명을 계속 줄여 현재 56만 명인 대입 정원을 40만 명으로 줄인다는 계획이다. 모든 대학을 최우수·우수·보통·미흡·매우 미흡 5개 등급으로 평가해, 최우수가 아닌 4개 등급 대학에 대해선 등급별로 일정 비율씩 정원을 감축시킨다는 것이다.



 대학들은 이번 개혁안이 일방적(정부 주도적)이라는 지적과 함께 대학 평가가 공정하게 진행될지 의문이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특히 지방대학들은 이번 개혁안으로 수도권 쏠림 현상이 더 심해지고 결과적으로 지방대학 죽이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다.



 ‘구조개혁의 대(大)원칙은 대학 경쟁력의 강화여야 한다’라는 문구가 중앙일보의 입장을 분명히 드러내고 있다. 중앙일보는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이해집단의 목소리에 휘둘려서는 안 된다는 충고도 덧붙이고 있다. 여기서 말하는 이해집단이란 구체적으로 대학 퇴출로 인해 피해를 보게 되는 학교재단과 교직원·졸업생·재학생, 그리고 더 넓게는 지역사회 주민일 것이다.



 중앙일보는 세계 유수 대학과 경쟁할 종합대, 특정 분야에서 두각을 보여야 할 강소(强小)대학, 지방을 세계화하는 글로컬(글로벌+로컬) 대학을 경쟁력 있는 대학의 예로 들면서 대학마다 역사와 문화, 경영 여건이 다르므로 구성원들이 미래상을 스스로 정할 수 있도록 시간을 주는 단계적 개혁이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대학 구조개혁이 정부의 일방적 주도로 이뤄져서는 안 된다는 것을 지적하는 대목이다.





 중앙일보가 ‘경쟁력’을 강조하고 있다면 한겨레는 ‘공익성’과 ‘형평성’을 강조하고 있다. 한겨레는 수도권 대학과 지방대, 일반대와 전문대 등은 각각 고유한 역할이 있으므로 어느 한쪽을 희생시켜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 역량 미달인 대학을 무조건 배려하면 형평성에 어긋나지만 특정 대학의 퇴출이 특정 지역의 위기로 이어질 수 있음을 우려하는 것이다.



 공익성·형평성과 함께 한겨레가 대학 구조개혁에서 강조하고 있는 것은 ‘투명성’과 ‘신뢰성’이다. 소위 정치적인 입김이 배제된 평가의 공정성과 합리성을 주문하는 대목이다. 아울러 한겨레는 대학 쪽도 구조개혁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고 주문하고 있다. 중앙일보가 대학 구조개혁이 이해집단의 목소리에 휘둘려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 대목과 상통하는 대목이다.



 한겨레는 대학 구조개혁이 교육의 질을 높이는 것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중앙일보 역시 대학 교육의 질을 높이기 위해 학문·전공을 조정하고, 경영방식을 쇄신하며, 고교·기업과 연계하는 개혁이어야 한다고 구체적으로 말하고 있다. 중앙일보가 말하고 있는 학문·전공 조정, 경영방식 쇄신, 고교·기업과의 연계 등의 방안은 결국 대학 구조개혁이 경쟁력 강화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주장과 무관하지 않다.



 그러나 중앙일보가 대학 구조개혁을 대학이라는 시스템 내부에 초점을 두고 말하고 있다면 한겨레는 시스템 외부에 초점을 두고 있다. 학문·전공 조정, 경영방식 쇄신 등이 시스템의 내부에 초점을 맞추는 중앙일보의 주장이고, 지역사회의 이익을 고려해야 한다며 공익성을 내세우는 것은 시스템 외부에 초점을 맞추는 한겨레의 주장이다. 한겨레가 공익성과 아울러 강조하는 ‘투명성’과 ‘신뢰성’도 대학 시스템의 외부, 즉 정치인과 행정관료의 공정성을 강조하는 주문이라 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말해 중앙일보가 시스템 내부 개혁을 강조하는 입장이라면 한겨레는 시스템 외부의 공정성과 시스템 외부와의 공생, 다시 말해 대학과 지역사회의 공존을 강조하는 입장이다.



김보일 배문고 국어교사



▶다음 주 논점 여성 경력 단절

3월 4일자에는 여성 경력 단절에 대한 중앙일보·한겨레의 사설과 안광복 중동고 철학교사의 비교·분석 글이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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