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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chi] "어린 나이에 자랑스러워"…금메달 콤플렉스 벗었다

한국 스포츠가 ‘금메달 집착증’을 떨치고 올림픽을 제대로 즐기기 시작했다. 심석희는 여자 쇼트트랙 1500m에서 값진 은메달을 땄다. [소치 AP=뉴시스]
이제는 더 이상 금메달을 못 땄다고 서럽게 울지 않는다. 스포츠 코리아의 표정이 달라졌다.



메달 관계없이 올림픽 즐겨
노메달 이규혁에 박수갈채
비인기 종목도 응원 쏟아져

 2014 소치 겨울올림픽 여자 쇼트트랙 1500m 결승이 열린 15일 아이스버그 스케이팅 팰리스. 선두로 질주하던 심석희(17·세화여고)는 결승선을 두 바퀴 남기고 저우양(23·중국)에게 역전을 허용했다. 눈앞에서 놓친 금메달이 아쉬운 듯 심석희는 레이스 직후 허탈한 표정을 지었다. 방송 인터뷰에서는 찔끔 눈물도 보였다. 하지만 4시간 뒤 열린 시상식에서는 환한 웃음을 되찾았다. 그는 “첫 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따서 정말 기쁘다”며 “처음 골인하고 들어온 뒤에는 아쉬운 마음이 있어서 막 좋아하지 못했다. 지금은 아쉬움보다는 기쁨이 더 크다”고 말했다.



 한국은 올림픽에서 어떤 국가보다 경쟁적이었다. 은메달을 딴 후 시상대에서 울먹여 ‘왜 한국 선수들은 은메달을 따고 슬퍼하냐’고 물어보는 외국 기자가 적지 않았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남자 권총 10m에서 은메달을 딴 진종오(35)도 “금메달을 못 따 국민께 정말 죄송하다”며 고개를 들지 못했다.



 지금은 은메달을 바라보는 시선이 확 바뀌었다. 심석희가 경기 직후 실망하는 기색을 보이자 인터넷이 요동쳤다. “세계랭킹 1위가 어쩌다 금메달을 놓쳤느냐”는 질타가 아니었다. “어린 나이에 그 정도면 정말 잘했다” “못난 국가를 위해 힘내줘서 고맙고 자랑스럽다”는 격려가 넘쳤다.



 지난 13일 쇼트트랙 여자 500m 결승전에서 1위로 달리다 영국 선수의 실수로 넘어지는 바람에 동메달에 그친 박승희(22·화성시청)에게도 같은 반응이 나왔다. 언론도 ‘아깝게 놓친 금’보다는 ‘16년 만의 올림픽 여자 쇼트트랙 500m 메달’이란 의미에 집중했다. 넘어지고, 또 넘어져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달린 박승희의 투혼에 금메달보다 더 큰 감동을 느꼈다는 팬도 많았다.



 노메달로 선수 생활을 마친 노장에게도 갈채가 쏟아진다. 여섯 번 올림픽에 출전하고도 메달을 못 따고 은퇴하는 스피드 스케이팅 노장 이규혁(36·서울시청). 예전 같았다면 비운의 선수라는 평가를 받을 수도 있었다. 유하늘(26)씨는 “모자람을 인정하고 웃으며 은퇴하는 이규혁 선수의 모습에서 감동받았다”며 “선수들의 땀과 눈물을 통해 감동을 얻는 게 올림픽의 매력”이라고 전했다.



 비인기 종목을 바라보는 시선도 달라졌다. 여자 컬링은 이번 올림픽을 통해 ‘인기 종목’으로 도약했다. 동아대 정희준(스포츠사회학) 교수는 “과거보다 다양한 종목에 관심이 쏠리고 있는 추세”라고 분석했다. 11일 프리스타일 스키 남자 모굴 결선 2라운드에서 실격한 최재우(20·한국체대), 17일 오전 경기를 앞두고 있는 봅슬레이 대표팀에도 “힘내라”는 응원이 봇물을 이뤘다.



 선수들도 국가를 대표한다는 부담감을 많이 덜어낸 모양새다. 메달을 따지 못한 모태범(25·대한항공)은 페이스북을 통해 “저는 괜찮아요. 죽지 않아”라며 2018년 평창 올림픽을 기약했다. 박승희(22·화성시청)도 트위터에 “나에게 제일 소중한 메달이 될 듯하다. 대한민국 파이팅”이라고 올렸다.



 전문가들은 “우리 사회 시민의식이 한층 성숙해졌다”고 설명한다. 중앙대 신광영(사회학) 교수는 “민족주의·국가주의로 점철됐던 엘리트 위주의 스포츠 의식이 개선되고 있다. 메달 색과 관계없이 올림픽을 축제처럼 즐기는 외국 문화를 보며 국민의 인식이 바뀐 것”이라고 전했다. 계명대 임운택(사회학) 교수는 “올림픽을 대하는 잘못된 엘리트 의식이 이제 제자리를 찾은 것”이라며 “그동안 점수와 메달 색으로 선수들을 줄 세우던 보도 방식과 사회적 분위기는 문제가 있었다”고 말했다.



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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