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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기억 문제로 벌어지는 일들, 백수린 '폴링 인 폴'


【서울=뉴시스】오제일 기자 = 폴링 인 폴 (백수린 지음 / 문학동네 펴냄)

“다음 장면이 설사 사실이든 아니든 적어도 방법론상 아름답지 않다면 이는 거짓말. 흡사 ‘물!’이라는 말(세계)을 처음 깨친 헬렌 켈러의 체험에 방불한 것이니까. … 비평적 포인트. 다국적 시대의 삶이라면 소설은 이를 선취해야 하는 법. 어학 연수차 파리에 간 이야기인, 이 작가의 신춘문예 당선작 역시 ‘소통’의 문제였던 것.”(평론가 김윤식)

2011년 경향신문에 단편소설 ‘거짓말 연습’이 당선돼 등단한 백수린(32)에게는 특이하게도 등단작이 한 편 더 있다. 2010년 가을 ‘자음과 모음’에 추천형식으로 발표한 ‘유령이 출몰할 때’다. 두 소설은 곧 백수린이 쌓아올릴 문학적 성취의 토대다.

‘거짓말 연습’은 프랑스로 유학을 떠난 ‘나’를 통해 소통의 가능성과 그것에 대한 의지를 묻는다. 소설 속 ‘나’는 프랑스어를 배우기 위해 마음에 없는 질문을 던지고 답을 하는 과정을 반복한다. 삶에서 소통이라는 것도 그런 ‘거짓말 연습’을 통해 가능하다고 이해한다. 소설은 당선 당시 소통이 부재한 현실이라는 의미심장한 주제를 일관된 호흡으로 안정감 있게 끌었다는 평을 받았다.

‘유령이 출몰할 때’는 새로운 것들이 범람하는 세계에서 자신의 방식과 삶의 태도를 간직한 채 살아가는 선배, 그런 선배를 바라보는 후배인 ‘나’의 이야기다. ‘유령’에 맞서 초라한 카페 ‘카르페디엠’을 지키려는 ‘나’는 작가로서 거칠 날을 걸어갈 젊은 작가의 모습이기도 하다.

백씨가 등단 3년 만에 ‘폴링 인 폴’을 펴냈다. ‘거짓말 연습’ ‘유령이 출몰할 때’를 포함에 9편의 이야기가 실린 단편집이다. 대개 등장인물의 언어와 기억에 문제가 발생하면서 벌어지는 일들에 관한 이야기다.

표제작 ‘폴링 인 폴’은 외국인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는 서른 중반의 모태솔로가 재미동포 ‘폴’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며 일어나는 일이다. ‘나’는 ‘폴’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면서 빠져들지만 ‘폴’은 일본인 여자친구와의 연애 상담을 해올 뿐이다.

‘감자의 실종’은 ‘개’를 ‘감자’로 바꿔 인식하게 된 여자의 혼란을 다루며 세계와 관계 맺는 일의 어려움을 위트 있게 풀었다. ‘밤의 수족관’은 아이와 함께 톱스타 남편을 기다리는 여자의 목소리 만으로 이야기를 전개한다. 과연 여자의 기억을 신뢰해도 좋은지 확신할 수 없는 상태로 독자를 이끄는 수작이다. ‘꽃 피는 밤이 오면’은 1인시위를 벌이는 여자의 곁을 지나쳐버린 후 말을 잃은 남편과 그를 지켜보는 아내의 이야기다. ‘자전거 도둑’ ‘까마귀들이 있는 나무’ 등도 함께한다.

출판사는 “한국어로도 영어로도 무언가에 빠져드는 것은 거부할 수 없는 사랑이 시작되는 일과 같다. 이제 백수린의 첫 소설집에 빠져들 시간”이라고 소개했다.

kafka@newsis.com


<저작권자ⓒ '한국언론 뉴스허브'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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