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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로 옆에 쌓아두고 바닥에 뒹굴고…애써 모은 위안부 사료가 위험하다

“요즘은 언론에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잘 다루지 않는 것 같아요. (고초를 겪었던) 할머니들이 사실 날도 얼마 안 남았는데 이렇게 잊혀질까 두렵기도 해요.”



지난 12일 오후 부산시 수영동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의 민족과 여성 역사관’. 조간신문을 읽던 김문숙(87·여) 한국정신대문제대책부산협의회 회장이 쓴웃음을 지었다.



붉은 벽돌로 지은 낡은 건물 2층에 김 회장이 2004년 사재를 들여 만든 위안부 역사관이 있다. 이곳은 일제 강점기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가 가장 많았던 부산·경남 지역의 유일한 일본군 위안부 역사관이다.



미국 글렌데일 위안부 소녀상, 프랑스 앙굴렘 국제만화페스티벌 기획전 등으로 일본의 위안부 만행에 대한 국내외 관심이 다시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정부의 인식조차 없던 시절부터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세상에 알리기 위해 애써온 관련 단체들은 여전히 춥고 힘든 날들을 보내고 있었다.



역사관 곳곳에는 지난 11년간 김 회장이 쏟은 열정과 눈물이 묻어 있다. 사료(史料)를 보관한 유리 벽면에는 먼지 하나 보이지 않았다. 오랫동안 부산 지역 여성운동을 해 온 김 회장이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건 1993년. 김 회장은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관련 자료들을 모았다.



김 회장은 이순덕(95) 할머니 등 10명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냈던 ‘시모노세키 재판’을 도왔다. 98년 일본 법원은 처음으로 일본군 위안부의 국가배상책임을 인정한 판결을 내렸다. 당시 자료들은 고스란히 역사관 안에 보관돼 있다.



2012년 역사관은 폐관 위기에 몰렸다. 김 회장이 개인 재산을 쏟아부었지만 한계에 부닥친 것이었다. 개관 이듬해부터 부산시가 지원한 연 700만원의 예산은 턱없이 부족했다. 부산시는 2013년부터 연 1300만원으로 예산을 올렸다. 여성발전기금 650만원도 추가로 지원했다. 하지만 인건비와 교육프로그램 운영비용 등 월 700만원씩 들어가는 역사관 운영은 여전히 힘에 부친다.



가장 안타까운 건 어렵게 모은 사료들이 훼손될 수 있다는 점이다. 대부분 종이로 된 자료들이어서 습기나 온도 변화에 취약하지만 제습기조차 갖추지 못했다. 난방용 가스 스토브로 인한 화재 위험도 있다. 공간이 협소해 복도와 사무실·창고에까지 빼곡하게 자료들이 쌓여 있었다.



역사관 강화숙(58·여) 관장은 “나라를 대신해 개인이 해 온 일인데 이제는 정부가 짐을 나눠 짊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부산시는 지난해 12월 역사관 자료들의 이관을 김 회장과 상의했다고 한다. 올 4월 말 준공하는 부산 ‘일제 강제동원 역사관’에 자료들을 기증하라는 거였다. 김 회장은 “보관을 위한 자료 기증은 안 된다”고 잘라 말했다.



“우리가 자료를 모은 목적은 단순한 전시뿐 아니라 역사 교육을 하기 위해서입니다. 유리벽 안에 가둬둘 생각은 없어요.”



여성가족부는 올해 위안부 피해자 사업 예산을 두 배 넘게 늘렸다. 자료와 기록물 관리에만 33억원이 넘는 예산을 책정했다. 하지만 자료들이 대부분 민간단체에 흩어져 있어 여성부가 확보한 자료는 없다. 정작 부산 역사관처럼 기록물을 보유한 지역단체 지원이나 사료 보존을 위한 장기계획은 눈에 띄지 않는다.



일본의 우경화가 가속화되면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장기적 관점에서 다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집권 이후 위안부 문제를 줄곧 부정해 왔다. 지난주 무라야마 도미이치(村山富市·90) 전 일본 총리의 방한을 계기로 국가 차원의 기념물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폴란드 바르샤바 유대인 희생자 위령탑처럼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구심점이 될 상징물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1970년 당시 서독의 빌리 브란트 총리가 위령탑 앞에 무릎을 꿇고 사과했던 장면은 전후 독일의 역사관을 상징하는 순간으로 남았다. 정부는 2007년 독립기념관에 위안부 피해자 기념관 건립을 추진했지만 독립기념관 이사회의 반대로 계획을 철회했다.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와 함께하는 창원시민모임’ 이경희 대표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한 국제적 관심을 이끌어내고 홍보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기념사업이나 자료 보존 등 정부가 할 수 있는 큰 틀의 장기정책을 수립하는 게 더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부산=이동현 기자·박성의 인턴기자 offramp@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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