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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상철의 중국 읽기] 나무가 넘어지면 원숭이는 흩어진다

유상철 전문기자
♣ 둔필승총(鈍筆勝聰)이란 말이 있다. 무딘 붓이 총명함보다 낫다는 이야기다. 책을 보고 며칠 지나면 알갱이는 흩어지고 잔상(殘像)만 남는다. 그래서 몇 자 옮겨 적기 시작했다. 그 내용을 공유하고자 한다.



<제4화> 『향토중국』(2011년 11월, 費孝通 지음, 비봉출판사)



♨ 중국 사회를 알려면 어디로 가야 하나. 한 중국 사회학자는 도시로 가야 한다고 말한다. 중국의 도시화율이 지난 2011년 처음으로 50%를 넘어섰고 2030년에는 무려 70% 가까이 올라갈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내 생각엔 아직도 농촌을 봐야 한다. 중국의 자랑인 만리장성은 문명과 야만을 구분하는 상징이자 농업과 유목을 가르는 선이었다. 중국은 농사를 지을 수 있는 곳으로는 한없이 뻗어 나갔지만 그렇지 않은 장성 밖으로는 나가려 하지 않았다. 중국은 자고로 농업국가였고, 경자유전(耕者有田)은 모든 중국인의 꿈이었다. 농촌은 바로 중국 문명의 원형이 자리잡고 있는 곳이다. 이 책은 바로 중국의 향촌사회를 다루고 있다. 1947년 처음 나왔지만 몇 해 전 동아시아 출판인들이 100권의 책을 선정할 때 당당히 한 자리를 차지한 역작이다. 중국 향촌사회의 인간 관계를 마치 돌 하나를 수면 위에 던졌을 때 형성되는 동심원(同心圓)의 파문(波紋)에 비유한 설명은 중국을 이해하려는 이들에게 깊은 울림을 준다. 주요 대목을 간추려 보았다.



☞ “농작물을 돌보는 늙은 농민들은 마치 몸의 반(半)이 땅 속에 묻혀 있는 것과 같다” (21쪽) (촌평: 농업에 대한 중국 농민의 애정이 강렬하게 표현돼 있다)



☞ “중국 농민들이 집촌(集村)을 이루어 거주하는 원인은 크게 다음과 같은 몇 가지라고 말할 수 있다. 첫째, 매 가족이 경작하는 토지의 면적이 작은 소농경영(小農經營)이다. 그래서 함께 거주하고, 주택과 농장의 거리가 멀지 않다. 둘째, 수리(水利)가 필요한 지역인 경우 상호 협력할 필요가 있다…셋째, 안전 문제이다. 사람이 많으면 쉽게 보위할 수 있다. 넷째, 토지를 평등하게 계승한다는 원칙 하에 형제는 조상의 유업을 계승하게 되고, 사람들은 한 지역에서 대대로 살게 되어 상당히 큰 촌락을 이루게 된다” (24쪽) (촌평: 중국 농민들이 왜 모여 사는지에 대한 한 해답이다)



☞ “중국 농촌 공동체의 단위는 촌락(村落)이다. 세 집으로 이루어진 삼가촌(三家村)에서부터 몇 천 호로 이루어진 대촌락(大村落)까지 다 가능하다” (24쪽)



☞ “향토사회에서는 법률이 발생하지 않는다…향촌사회에서는 낯익은 것에서 신뢰를 얻는다. 그 신뢰는 결코 근거가 없는 것은 아니다. 사실 신뢰 그 자체가 가장 근거가 있는 것이다. 왜냐하면 그것이 바로 규칙이기 때문이다” (26쪽) (촌평: 법치사회를 이룩하기 어려운 중국의 고민이 여기에 있다)



☞ “’성명(貴姓大名)’은 우리가 서로 잘 알지 못하기 때문에 사용하는 것이다. 친숙한 사람들은 그것이 필요 없다” (34쪽)



☞ “극단적인 향토사회는 노자(老子)가 이상적으로 생각했던 사회, 즉 ‘닭 우는 소리와 개 짖는 소리가 서로 들리는 가까운 이웃에 살면서도 늙어 죽을 때까지 서로 왕래하지 않는(鷄犬相聞, 老死不相往來)’ 사회다. 개인은 고향을 잘 떠나지 않고 그가 거주하는 곳은 자기 부모의 고향이기도 한다. ‘여기서 태어나서 여기서 죽는(生於斯 死於斯)’ 결과 각 세대는 밀착되어 있다” (45쪽)



☞ “각 세대의 생활이 동일한 영화를 상영하는 것과 같은 사회에서는 역사(歷史) 역시 불필요한 것이고, 존재하는 것은 ‘전설(傳說)’뿐이다. 내력을 이야기할 때는 천지개벽에서부터 시작하지 않으면 그 다음의 말은 ‘일상적’인 것 밖에 없지 않겠는가” (47쪽)



☞ “도시 사회에는 이름난 사람(名人)이 있지만, 향토사회에서는 ‘사람은 이름이 나는 것을 두려워하고 돼지는 살이 찌는 것을 두려워한다(人?出名 猪?壯)’ ‘다른 사람보다 앞서지도 말고 뒤처지지도 말아야 하며(不爲人先 不爲人後) ‘사람 구실을 하기 위해서는 규칙에 따라 행동해야 한다(循規蹈矩)’” (47~48쪽) (촌평: 결코 앞으로 나서지 않으려 하는 중국인의 심리를 이해할 수 있다)



☞ “중국 농민들의 가장 큰 병폐는 ‘자기만 생각하는 것(私)’이다…‘각자 자기 집 대문 앞의 눈만 치우고 남의 집 지붕 위의 서리는 신경 쓰지 않는다(各人自掃門前雪 莫管他人屋上霜)’는 속담을 생각하게 된다” (50쪽)



☞ “서양의 사회는 우리가 논에서 볏단을 묶는 것과 비슷한 점이 있다. 몇 포기의 벼를 한 줌(把)으로 묶고, 몇 줌을 한 다발(?)로 묶고, 몇 다발을 한 단(?)으로 묶고, 몇 단을 한 짐(挑)으로 만든다…사회에서 이 단위는 바로 단체이다…그들은 항상 몇 사람으로 하나의 단체를 구성한다. 각 단체는 그 경계가 분명하다” (52쪽)



☞ “중국의 상황은 한 단 한 단으로 명확하게 구분되는 벼 포기가 아니라 돌 하나가 수면에 던져졌을 때 생겨나는 동심원(同心圓)이 점차 밖으로 퍼져나가는 파문(波紋)과 같다. 각 개인은 모두 그가 사회에 영향을 미치면서 퍼져나가는 동심원의 중심이다…모든 네트워크는 각기 ‘자기(己)’를 중심으로 하고 있지만, 각 네트워크의 중심은 전부 다 다르다” (54~55쪽) (촌평: 저자 페이샤오퉁은 중국 향촌 사회의 인간관계를 동심원의 파문으로 비유한다. 돌 하나를 수면에 던졌을 때 생기는 동심원의 물결처럼, 나를 중심으로 인간관계가 형성된다. 나로부터 동심원의 파문이 멀어질수록 인간관계는 약화되는 것이다)



☞”전통적 구조에서는 각 가족은 자신의 지위를 중심으로 주위를 하나의 테두리로 나누는데, 그 테두리가 곧 ‘이웃(街坊)’이다. 이웃 간에는 기쁜 일이 있으면 불러서 술을 대접하고, 아이를 낳으면 ‘붉은 물감을 들인 달걀(紅蛋)’을 보내고, 상(喪)이 나면 가서 염(殮)하는 것을 도와주고 관(棺)을 들어주는 등 생활상의 상부상조 기구이다. 그러나 이웃은 고정적인 단체가 아니라 하나의 범주이다. 이 범주의 크기는 중심의 세력 여하에 따라서 결정된다. 세력이 큰 가족의 이웃은 마을 전체로 확대되고, 가난한 가족의 이웃은 이웃하고 있는 두 세 집밖에 되지 않는다…세력이 변화하면, 나무가 넘어지면 원숭이가 흩어지듯이, 작은 집단으로 수축된다” (55~56쪽) (촌평: 2014 겨울올림픽이 열리는 소치로 날아가면서 시진핑이 내세운 이유가 바로 ‘이웃 집에 기쁜 일이 있으면 가서 축하하는 게 중국의 전통’이라는 것이었다. 시진핑의 이 같은 사고 역시 중국 향촌사회의 전통에 뿌리를 두고 있는 것이다)



☞ “(서양사회에서는) 단체에 속한 사람은 일정한 자격을 가지고 있다. 자격이 취소되면 곧 그 단체를 떠나야 된다. 그것을 그들의 인심이 쌀쌀하거나 따뜻하다는 그런 인정의 문제가 아니라 권리의 문제이다. 서양사회에서 쟁취하려는 것은 권리이지만, 중국 사회는 ‘관씨(關係)’를 맺으려 하거나 ‘교분(交分)’을 쌓으려고 애쓴다” (57쪽)



☞ “내가 항상 느끼는 것은 ‘중국의 전통사회에서는 한 개인은 자기 자신을 위해서는 가족을 희생시킬 수 있고, 가족을 위해서는 당을 희생시킬 수 있으며, 당을 위해서는 국가를 희생시킬 수 있고, 국가를 위해서는 천하를 희생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63쪽)



☞ “(중국 사회에서는) 보편적인 기준은 결코 작동하지 않고, 대상이 누구인지, 나 자신과 무슨 관계에 있는지를 분명히 살펴본 뒤에야 비로소 어떤 기준을 꺼낼 것인지를 결정한다” (79쪽)



☞ “서양의 가정이라는 단체에서는 부부가 주축을 이루는데, 부부가 공동으로 출산과 양육을 맡고, 이 단체에서 자녀는 조연 역할을 하며, 성장한 뒤에는 이 단체를 떠난다. 서양에서는 정치, 경제, 종교 등의 기능을 다른 단체가 담당하고 있으며, 가정의 본분은 이러한 기능을 수행하는 것에 있지 않다. 부부가 주축으로 되고 양성(兩性)간의 애정은 응집의 역량이 된다…중국의 ‘가(家)’는 지속성을 갖는 ‘사업사회집단(事業社會集團)’인데, 그 주축은 부자간이고, 고부간의 관계는 횡적이 아니라 종적이다. 부부는 ‘보조축’이다…여자는 ‘삼종사덕(三從四德)’의 기준을 따라야 하며, 부모와 자식 간에는 책임과 복종을 중시해야 한다…’삼종(三從)’이란, 여자는 어려서는 아버지를 따르고(在家從父), 시집을 가서는 남편을 따르고(適人從夫), 남편이 죽으면 자식을 따른다(夫死從子)는 것을 말하고, ‘사덕(四德)’이란 여자의 말씨(婦言), 솜씨(婦功), 맵시(婦容), 마음씨(婦德)을 말한다…(중국에서) 가족은 동성(同性)을 위주로 하고 이성(異性)을 보조로 하는 ‘단일계통(單一系統)’의 조합이다” (87~97쪽) (촌평: 부부가 중심을 이루는 서양의 가정과 부자가 중심을 이루는 중국의 가정을 잘 비교해 설명하고 있다)



☞ “지방의 질서를 책임지고 있는 ‘부모와 같은 관료(父母官)’가 예치 질서를 유지하는 가장 이상적인 수단은 ‘가르치는 것(敎化)’이지 ‘판결하는 것(折獄)’은 아니다” (112쪽) (촌평: 지금도 중국의 관리들이 듣고 싶어하는 말은 이 부모관이라는 말이다)



☞”다른 사람의 인정(人情)을 빚지면 기회를 찾아서 빚진 것 이상의 ‘예(禮)’를 표시해야 한다. 그렇게 가중(加重)하는 것은 자신의 인정에 대해 상대방이 빚지도록 만들기 위한 것이다…친밀한 사회 집단에서는 서로 인정을 빚지지 않을 수 없고 또 ‘결산(算帳)’하는 것을 가장 두려워한다. 서로 인정을 빚지지 않으면 상호왕래가 불필요하기 때문에 ‘결산(決算)‘ 또는 ‘청산(淸算)’은 절교(絶交)의 말과 동일하다. (144쪽) (촌평: 중국인과의 거래에서 꼭 이해하고 실천해야 할 노하우다)



☞ “향토사회는 전통사회이고, 전통은 곧 경험의 누적이며, 누적될 수 있었다는 것은 곧 자연의 선택을 거쳤다는 말이고, 각종 착오, 즉 생존 조건에 부합하지 않는 행위가 도태된 후에 남은 일련의 생활방식이란 것이다” (164쪽) (촌평: 중국의 향촌사회에서 왜 경험이 많은 노인이 존경을 받는지에 대한 적절한 설명이다)



유상철 중국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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