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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을 열며] 세도 너무 센 입법부 권한

윤창희
경제부문 기자
윤증현 전 기획재정부 장관의 최근 한 인터뷰를 보면서 눈길이 갔던 대목이 있다. “입법부의 권한이 너무 커서 행정부의 활동 범위가 제한되는 게 큰 문제다. 행정부의 재량을 늘리는 기능 재편이 필요하다.”



 이 말이 사실이라면 헌법이나 행정학 교과서는 다시 써야 한다. 백과사전을 들춰보자. “행정국가화=국가의 입법부와 사법부 기능에 비해 행정부 기능이 특별히 우월한 국가. 20세기 들어 행정국가화 현상은 선·후진국을 막론하고 보편화되고…”.



 사회가 복잡해질수록 행정부의 권한은 강해지고, 권력집중마저 우려된다는 백과사전 내용과 윤 전 장관 인터뷰는 정반대다. 20세기 행정국가 시대는 막을 내리고 다시 19세기 식의 입법국가로 돌아가고 있다는 걸까.



 진짜로 정부와 국회를 취재하는 기자들 입장에선 그의 말에 고개가 끄덕여질 때가 많다. 정책 탄생 과정에서 국회의 역할은 많이 커졌다. 비근한 예로 매년 여름에 정부가 발표하는 세제개편안의 경우 ‘곧 시행될 것’으로 썼다가는 오보가 난다. 그런 기사를 쓸 때는 꼭 ‘(법안이) 국회에 제출됐다’고 써야 한다. 국회 심의 과정에서 이것저것 바뀐다. 소득세 과표구간 조정 같은 굵직한 사안도 국회가 독자적으로 결정한다.



 최근 행정부 공무원들을 만나보니 자신의 영역마저 침해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행정부 권한인 시행령·시행규칙까지 다 사전 보고하라는 건 지나치다. 무슨 일만 터지면 무조건 (세종시에 있는) 장관과 공무원을 부른다.”



 윤 전 장관 얘기를 다시 들어보자.



 -입법권 강화라는 방향 자체는 맞는 것 아닌가.



 “하지만 우리처럼 권한이 입법부로 많이 가 있는 경우는 세계적으로 없다. 시장의 진화가 빨리 이뤄지고 있는 상황에서 시장을 관리감독하는 행정부에 재량이 많이 주어져야 한다.”



 30년 경제관료의 시각이라는 걸 감안하더라도 수긍 가는 부분이 없지 않다. 지난해 봄 통과된 정년 60세 연장법만 봐도 그렇다. 대한민국 직장인들의 라이프사이클을 바꿀 중대한 문제인데 별다른 논의도, 공론화도 없이 전격적으로 국회를 통과했다. 헌법 교과서를 다시 쓴다면 21세기 신(新)입법국가 경향의 대표 사례로 꼽힐 만한 일이었다. 과거 이 정도 사안이라면 대통령이 중심이 된 정부 주도로 방안이 마련되고 국회가 한 번 더 스크린해 법을 통과시키는 게 보통이었다. 정년법에 반대하던 정부도 어쩔수가 없었다. 하지만 2016년 모습을 드러낼 이 법은 과연 우리 경제와 생활에 어떤 파급 효과를 미칠지 가늠하기조차 어렵다. 정년법이 적극적 측면에서의 입법권 행사라면 각종 민생법안이 국회에서 표류하는 건 소극적 측면에서의 권한 행사로 볼 수 있다.



 입법권 강화라는 대세에 반대할 순 없다. 그렇다 해도 국회의 지나친 독주가 가져올 위험성, 인기위주의 정책, 그리고 법안 처리를 정쟁과 엮는 일을 당연하게 받아들여서도 안 된다. 그런 면에서 윤 전 장관의 발언은 한번쯤 생각해 봐야 할 주제가 아닐까 한다.



윤창희 경제부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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