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닫기
닫기

[분수대] 먼 나라 러시아의 실수가 남의 일 같지 않은 이유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손민호
문화스포츠부문 기자
# 2003년 7월



 2010년 겨울올림픽 개최 도시를 발표하는 날 나는 캐나다 밴쿠버에 있었다. 캐나다는 올림픽 준비 상황을 보여주기 위해 전 세계 20여 개 나라의 여행기자를 초청했는데, 그 기자단에 나도 끼어 있었다.



 체코 프라하에서 개최 도시를 발표하는 시간에 맞춰 기자단은 밴쿠버 시내 한 실내체육관으로 이동했다. 체육관은 올림픽 유치를 기원하는 밴쿠버 시민으로 가득 차 있었다. 마침내 밴쿠버가 선정됐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체육관은 이내 떠나갈 듯한 함성으로 뒤덮였다. 환희에 찬 승자의 눈물을 지켜보는 패자의 꼴이라니. 영 얄궂었다.



 행사가 끝난 뒤 기자단은 기자실로 안내됐다. 미국 기자들이 자리를 잡고 앉아 기사를 썼다. 딱히 할 일을 못 찾던 나는 책상에 놓인 신문을 뒤적였다. 밴쿠버 지역신문 1면에 실린 사진이 눈에 들어왔다. 도로 양옆으로 ‘삼성’이라고 적힌 깃발 수십 개가 휘날리는 사진이었다. 그날 아침 신문기사는 올림픽 후원사 삼성의 영향력을 심각한 어투로 염려하고 있었다. 배알이 꼬여 신문을 덮었다.



 그때 미국 기자가 다가왔다. 한국이 1차 투표에선 이겼다가 결선 투표에서 역전됐다며 의견을 물었다. 나는 전혀 개의치 않는다는 표정으로 대답했다. “Canada deserves it(캐나다가 되는 게 마땅하다).”  



 # 2014년 2월



 두 달 전 캐나다 휘슬러를 갔다 온 우리 팀 기자의 무용담은 흥미진진했다. 그는 실제 올림픽 경기장에서 봅슬레이를 타고 왔다. 코스는 올림픽 코스와 같았지만 여자 루지 종목 스타트 라인에서 출발해 원래 코스보다 100m 남짓 짧았다. 그래도 그는 썰매를 타고 시속 124㎞를 경험했다. 기분을 묻자 그는 사뭇 진지한 얼굴로 “살고 싶었다”고 말했다.



 캐나다는 올림픽 경기장을 일반인에게 개방해 운영하고 있다. 스켈레톤 경기장은 3년 전에, 봅슬레이는 이태 전에 개방했다. 한국인 여행기자는 생명의 소중함 운운하며 엄살을 떨었지만 지금 휘슬러에선 할머니도 봅슬레이를 타고 내려온다. 크로스컨트리 경기장은 진작 초등학생 차지가 됐단다.



 11년 전 밴쿠버에서 짐짓 캐나다 편을 든 건, 전날 휘슬러를 가봤기 때문이었다. 한참을 곤돌라에 매달려 올라가다 발 아래 산기슭에서 야생 곰 무리를 발견했다. 곰이 노니는 이 산자락이 눈이 내리면 슬로프가 되고, 이 슬로프에서 올림픽 스키 경기를 치를 작정이었다. 그 시절 평창은 IOC 평가단에 “이 산이 저렇게 바뀔 겁니다”라며 동영상을 틀어줬다.



 소치 올림픽이 크고 작은 사고로 입방아에 올랐다. 먼 나라의 잘못이 남의 일 같지 않은 건, 다음 순서가 우리이기 때문이다. 다 잘 되리라 믿는다. 뭐든 뚝딱 만들어내는 건 금메달감이니까.



글=손민호 문화스포츠부문 기자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 [분수대] 더 보기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

많이 본 기사

댓글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