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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 Report] 로데오역 개통으로 다시 들썩이는 거리, 10년 넘은 터줏대감은 …

‘…가는 곳마다 모델, 탤런트 아닌 사람 없고 가는 곳마다 술과 고기가 넘쳐나니 무릉도원이 따로 없구나…’



변덕 상권 압구정의 '장수 만세' 식당들

 시인이자 영화감독 유하(51)씨는 과도한 산업자본주의 소비문화를 비판하며 1991년 『바람 부는 날이면 압구정동에 가야 한다』는 시집을 냈다. 이듬해엔 같은 제목의 영화까지 만들어 ‘압구정’이란 지역을 사람들에게 각인시켰다. 비록 부정적 이미지를 강조했다지만 이로 인해 압구정로데오거리 주변엔 인파가 더 늘고, 대한민국의 대표적 음식점·카페·술집들이 앞다퉈 들어서는 제1상권으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신사동 가로수길, 이태원, 홍대 앞 등 신진 상권이 부상하면서 2000년대 이후 침체를 겪기도 했다. 그러던 압구정동이 지난해 10월 분당선 압구정로데오역이 개통되면서 다시 들썩이고 있다. 골목 여기저기에 식당·카페가 들어서고 술집들도 하나 둘 늘어나며 제2의 부흥기를 맞고 있는 것이다. 이와 더불어 부흥과 쇠퇴를 넘나드는 가운데서도 꿋꿋하게 압구정 거리를 강산도 변한다는 10년 넘게 지키며 터줏대감으로 자리 잡은 음식점들이 부각되고 있다.



 지난달 말 현재 서울 강남구청 보건위생과에 등록된 압구정로데오거리 주변(그래픽 참조) 식당은 803개다. 통계청에 따르면 등록 신고한 지 10년 넘게 운영되는 음식점은 전체의 10% 정도에도 미치지 못한다. 특히 이 중 꾸준히 인기를 누리며 자리를 지키고 있는 곳은 몇 안 된다. 이탈리안 레스토랑인 ‘매드포갈릭’과 인도 식당인 ‘강가’, 일식당 ‘삿뽀로’ 등이 압구정 대표 장수 식당이다. 한식당으로는 ‘개화옥’ ‘삼원가든’ ‘금수복국’이 눈에 띈다. 이들은 서비스하는 음식 종류는 달랐지만 모두가 순수 국내 브랜드다. 공통적으로 자신만의 확실히 차별화된 ‘웰빙’ 컨셉트와 서비스 노하우를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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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별화된 웰빙 컨셉트=2001년 압구정에 본점을 오픈한 이후 14년 동안 그 명성을 이어오고 있는 ‘매드포갈릭’은 마늘을 테마로 한 이탈리안 음식을 주메뉴로 한다. 수퍼푸드인 마늘을 향신료나 양념 수준을 넘어 모든 요리의 주 재료로 사용한다. 이 때문에 웰빙에 관심이 많은 매니어 층을 형성하고 있다. 이 식당 본사인 썬앳푸드의 원정훈 영업총괄 본부장은 “최상의 마늘을 구하기 위해 전국의 마늘 산지를 대상으로 매년 수확철마다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며 “하루 평균 매장당 25㎏ 정도의 마늘을 사용한다”고 전했다. 현재 국내에 28개 매장을 운영하며 싱가포르·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에도 4개점을 열었다.



 국내 최대 정통 인도 레스토랑인 ‘강가’ 또한 인도 음식이라는 차별점을 가지고 장수하고 있다. 2002년 압구정역 입구에 본점을 연 강가는 주메뉴로 신선한 채소와 몸에 좋은 각종 허브, 향신료가 가미된 건강식인 하이데라바드 지방의 무굴왕조 음식을 선보였다. 모든 음식에 인공 조미료는 사용하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강가의 얀잔 쿠마르 미트라 총주방장은 “인공 조미료는 전혀 사용하지 않는 대신 현지에서 공수한 20여 가지의 천연 향신료를 활용한다”고 말했다. 카레가 옐로 푸드의 대표 주자이자 건강식이라는 소식이 퍼지면서 인기를 굳혔다.



 한식 전문점 ‘개화옥’은 2004년 불고기와 화이트 와인이 어우러진 메뉴를 선보이는 등 전통 음식을 현대에 맞게 재해석한 모던 한식당이라는 컨셉트를 내세웠다. 모든 식자재를 프리미엄급으로 사용하여 제철 재료와 천연 양념만을 사용한다. 대표 메뉴 중 하나인 불고기는 수분과 양념을 최대한 절제한 것이 특징이다. 밑반찬들도 양념을 많이 사용하지 않아 대부분 하얀 색깔을 그대로 드러내놓고 있다. 이 식당은 인공 조미료를 전혀 사용하지 않는다. 식초조차도 내놓지 않는다. 외식 전문기업 엔타스가 직영으로 운영하는 ‘삿뽀로’는 활어의 싱싱함을 테마로 승부를 걸었다. ‘일식집은 비싸다’거나 ‘비즈니스맨이나 넉넉한 사람들이 가는 곳’이라는 통념을 깨고 대중성을 표방했다. 이를 위해 주머니가 얇은 직장인들이나 가족 단위 손님들이 쉽게 찾을 수 있도록 2만~3만원대의 정식 메뉴를 제공해 입소문이 났다.



 ◆비장의 서비스 노하우=이들 식당이 테마와 재료만으로 승부를 건 것은 아니다. 강가에는 각 매장당 인도 요리 경력 20년 이상의 인도인 셰프 3명이 상주하고 있다. 이 레스토랑은 세계 유명 레스토랑 평가 잡지인 자갓(Zagat)이 2010년에 서울에서 가장 사랑받는 레스토랑 1위에 올리기도 했다. 매드포갈릭은 요리사가 즉석에서 음식을 만드는 ‘쿠킹 온 스폿 (Cooking on Spot)’ 시스템을 중시한다. 메뉴에 사용되는 모든 식재료를 중앙 공급식이 아닌 매장의 숙련된 요리사가 직접 골라 손질한다. 또 이 레스토랑은 기존의 고급 이탈리안 레스토랑이나 와인 바와 달리 다양한 가격대의 와인을 제공하고 있다. 론칭 당시부터 이탈리아 와이너리 아르날도 카프라이와 함께 자체 프라이빗 와인 라벨인 ‘매드포갈릭 몬테팔코 로쏘’를 출시하는 등 와인의 대중화를 이끌기도 했다. 삿뽀로에서는 주말 가족 특선 코스, 여성 고객들을 위한 맞춤 코스 요리 등 고객의 취향에 맞게 다양한 가격대의 요리를 선보이고 있다. 회를 제외한 사이드 메뉴로 고급 호텔에서나 경험할 수 있는 등심 돌판구이가 나오기도 한다. 생일을 맞은 손님에게는 갈아놓은 얼음 위에 회를 올려서 만든 회 케이크와 미역국을 서비스로 제공한다. 개화옥은 수입사와의 직거래를 통해 시중에서 7만~8만원 정도 하는 와인 50여 종을 3만원대부터 맛볼 수 있도록 했다.



 ◆입증된 역사로 승부=압구정역 근처 음식점 역사의 산증인으로 삼원가든을 빼놓을 순 없다. 이 음식점은 서울 강남에 본격적인 갈비 음식 문화를 퍼뜨린 주인공이다. 1981년 박수남(64) 회장이 당시 압구정동에 대지 2000평이 넘는 규모로 시작했다. 강남 부자들이 놀리는 땅을 빌려 판을 크게 벌인 것이다. 그는 언론과 인터뷰할 때마다 “돈을 벌려면 부자동네로 가라는 유대인들의 상술처럼 당시 제일 부자동네에 식당을 차렸다”고 말했다. 워낙 규모가 크고 국내 최초의 정원식 식당이다 보니 부유층의 발길이 끊이질 않았고, 지금까지도 단골들이 찾고 있다.



 시작은 다른 곳이었지만 압구정 지역에 도전장을 내밀에 장수식당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곳들도 있다. 1970년 부산 해운대에서 첫 간판을 단 ‘금수복국’이 대표적이다. 금수복국은 전주 뚝배기 콩나물해장국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이를 복국에 적용했다고 한다. 부산에서 크게 성공하자 2003년에 압구정지점을 열었다. 부산 금수복국의 토속적인 분위기와 달리 세련되고 고급스러운 인테리어를 앞세웠다. 하지만 복국에 들어가는 콩나물은 100% 국산 콩으로 직접 부산 본점에서 재배한 걸 매일 받아 쓴다.



 고(故) 이승만·박정희·노무현 대통령을 비롯해 정·재계 인사들이 들렀던 70년 역사의 맛집 한일관도 2009년 압구정 장수 브랜드에 출사표를 던졌다.



 한국창업전략연구소 이경희 소장은 “한 분야의 카테고리 킬러를 가지고 초기에 진입한 음식점일수록 장수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그는 “일단 장수 브랜드로 진입하면 그 자체가 타 음식점이 따라올 수 없는 강점으로 작용한다”고 덧붙였다. 중앙대 강병오(창업학) 겸임교수는 “창업주의 그 음식에 대한 전문성이 기본이고, 특히 한식의 경우 변하지 않는 손맛이 주효한다”고 강조했다.



문병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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