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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골드싱글 , 내가 정말 문제인가



이른바 1인 가구 드라마까지 등장할 정도로 싱글이 넘쳐나는 세상입니다. 특히 강남구는 1인 가구 비중이 전국은 물론 서울 평균보다 더 높습니다. 1인 가구가 전부 미혼 가구는 아니겠지만 다른 지역보다 분명 싱글 비중이 높겠죠. 재력 있고 교육도 받을 만큼 받은 그 숱한 강남의 선남선녀들이 왜 30대 중반을 넘어서까지 결혼을 하지 않고 골드미스와 골드미스터로 지내는 걸까요. 혹시 결혼을 안하는 게 아니라 못하는 걸까요. 강남의 골드싱글족(族)에게 왜 아직 미혼인지 직접 물었습니다.

강남 골드미스·골드미스터가 털어놓는 솔직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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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학력·연봉, 그리고 키. 소개팅이나 맞선 보기 전 확인하는 최소한의 개인 정보다. 남녀의 선택은 이 지점부터 확실하게 갈린다. 남자는 이 네 가지가 모두 높은 사고(四高) 여자를 그리 탐탁해하지 않는다. 여자는 반대다. 네 가지 두루 높은 남자를 좋아한다. A+급 사고녀(四高女)와 D급 사저남(四低男)이 끝까지 결혼 못하고 남게 되는 건 이런 이유다. 그런데 요즘은 결혼 안한 사고남(四高男)도 참 많다. 강남구의 1인 가구 비율이 전국에 서 가장 높은 것만 봐도 대충 이런 추세를 짐작할 수 있다. 남들은 골드싱글족(族)을 향해 너무나 쉽게 말한다. 결혼 빨리 하라고, 맘 먹기 나름이라고, 눈 좀 낮추라고. 그러고는 뒤에서 수근댄다. 대체 어떤 사람을 만나겠다고 아직까지 혼자냐, 혹시 무슨 문제 있는 거 아니냐고 말이다. 정말 그럴까. 이 강남에 사는 골드미스 9명과 골드미스터 11명을 만나 결혼에 대한 그들의 진짜 속내를 들었다. 심층면접을 통해 알아낸 골드싱글족의 결혼에 대한 속마음을 1인칭 시점으로 재구성했다.



결혼 힘든 사고녀(四高女) 골드미스

“부족한 것 없는데 … 나이 먹었다고 눈 낮추라고?”




결혼이란 … 희생



결혼을 떠올릴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단어는 두려움이다. 세상이 달라졌다고는 해도 여자에게 결혼은 여전히 희생과 동의어 아닌가. 잘 나가던 여자 선배들이 결혼과 동시에 남편 내조와 아이 양육을 1순위, 스스로의 삶을 자연스레 2순위로 내려놓는 걸 너무도 많이 봐왔다.



연애할 때, 남자는 말한다. “무슨 소리, 결혼해도 자기 계발을 해야지”라고. 또 “맞벌이 부부라면 살림과 육아는 부부 공동의 몫”이라고 말이다. 하지만 남자 여자 모두 이 약속의 유통기한은 통조림 캔보다도 턱없이 짧다는 걸 잘 안다.



남자가 살림과 육아를 한다는 건 어디까지나 여자를 ‘잠깐’ 도와준다는 의미다. 신혼 때 잠깐, 말이다. 커가는 아이를 보며 여자는 매일 기로에 선다. 진짜 내 일이 집안일인지, 직장일인지 말이다.



나, 까다로운 여자 아닌데



아직 결혼을 안 했다고 하면 다들 “눈이 굉장히 높은가보다” 한다. “조건 좀 그만 따지라”고도 한다. 정말 내가 원하는 배우자 상이 그토록 까다로운 걸까.



난 아직도 이런 사람들 시선에 동의하기 어렵다. 내 이상형은 그저 친구같은 사람이다. 나와 비슷한 환경에서 성장하고 비슷한 성향을 가진, 말이 잘 통하는 편안한 친구 말이다. 내가 출신 대학보다 고등학교를 더 따지는 것도 이런 이유다. 남들은 8학군 출신만 찾는다고 나를 ‘된장녀’ 취급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건 뭘 모르는 소리다. 내가 강남 출신을 원하는 건 그 사람이 경제력을 갖췄을 거라 생각해서가 아니다. 척, 하면 척, 하고 통하는 그 무엇. 바로 그것 때문이다.



난 오히려 학력이나 경제력을 따지진 않는다. 뭐, 그래도 대학은 당연히 나와야 하고, 빚은 없어야 한다. 외모는, 음…. 같이 섰을 때 나보다 크기만 하면 된다. 내가 하이힐 신었을 때 말이다. 이 정도 조건을 까다롭다고 말하면 곤란하지 않은가.



빚 있는 남자는 왜 안 되느냐고. 다 이유가 있다. 20대, 아니 30대 초반까지의 가난은 본인 탓이 아니다.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난 게 죄는 아니니까. 하지만 40대의 경제력은 엄연히 본인의 포트폴리오다. 40대가 되도록 빚에 허우적대는 남자를 가장으로 믿고 따르기는 힘들지 않을까.



하지만 조건보다 중요한 건 정(情)이다. 마음이 간다면 다른 조건은 다 무시할 수 있다. 지금까지 교수도 만나봤고, 의사와도 사귀어 봤다. 결혼까지 못 간 건 그들에게 정이 안가서다. 차라리 조건만 봤다면 훨씬 빨리 결혼했을 거다.



그래서인지 가끔 “의사이기만 하면 대머리에 배 나온 남자도 좋다”는 여자들 보면 이해하기 어렵다. 또 거꾸로 저런 생각으로 나한테 접근하는 남자를 만날까봐 걱정된다. 강남 살고, 연봉 적지 않고, 부모님 사회적 지위 괜찮으니 결혼하겠다고 달려드는 남자, 정말 사양하고 싶다.



이미 결혼한 사람들은 “아무하고나 하는 게 결혼”이라고 너무나 쉽게 말한다. 살아보면 다 거기서 거기라나. 이런 말 들을 때마다 뜨악하다. 어떻게 평생의 동반자를 아무나 삼나.



참, 까다롭게 보는 게 하나 있다. 30대 초반 때와 달리 정치적 성향이 맞지 않는 사람과는 대화도 하기 싫다는 거다. 서른다섯을 넘기면서 소개팅이나 맞선 자리에서 정치색 다른 사람을 만나면 아무리 조건이 좋아도 마음이 딱 접힌다. 한번은 좋은 감정으로 몇번 만났던 남자가 촛불시위에 같이 가자는 거다. 딱 연락을 끊었다.



아, 부모님



내 결혼을 가장 바라는 사람은 아마 부모님일 거다. 서른다섯까지는 “이제 그만 결혼하라”는 잔소리를 참 많이 들었다. 대학원 가겠다, 유학 가고 싶다며 자기 계발에 치중하는 딸이 답답하셨겠지. “여자 가방끈이 너무 길어도 남자 만나기 힘들다”고도 했다. 실제로 여자 학벌이 높으면 결혼 늦다는 기사가 종종 나오던데 이건 본말이 전도된 소리다. 가방끈이 길어서가 문제가 아니라 자기 계발 하다보면 당연히 결혼이 미뤄지는 거 아니냐.



아버지는 가끔 “평생 속 한번 썩이지 않던 네가 결혼 때문에 이럴 줄 몰랐다”고 한다. 나만 생각하면 혼자 살아도 그만이다, 싶지만 부모님을 생각하면 갑자기 마음이 급해진다.



그런데 내 결혼이 늦어진 데는 사실 부모님 책임도 있다. 20대 때 사귀던 남자친구 생년월일을 알려달라기에 별뜻없이 아버지에게 말씀드렸다. 아버지는 사우나 같이 다니는 세무 공무원 친구에게 부탁해 남자친구 집안 재산 목록을 다 알아봤다. 그러더니 나에게 “딱 집하고 차밖에 없더라”시며 “길게 사귀지 말라”고 했다. 솔직히 아버지에게 너무나 실망스러웠고, 남자친구에겐 너무나 미안했다. 꼭 아버지 말을 들어서라기보다 그게 빌미가 돼 결국 남자친구와는 끝났다. 돌이켜 생각해보니 그때부터 부모 눈에 차지 않을 것 같은 남자에겐 의식적으로 눈길을 주지 않으려고 했던 것 같다.



또 한 가지 이유가 있다. 바로 부모님이다. 어려서부터 부모님을 보면서 ‘엄마가 아깝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아버지는 가부장적이라 늘 뭔가를 요구만 한다. 반면 엄마는 우리집 살림은 물론 집안 대소사도 눈 하나 깜빡하지 않고 척척 해낸다. 삼촌이 교통사고를 냈을 때, 할머니가 암에 걸렸을 때 아버지는 역정만 냈지만 엄마는 해결사 노릇을 했다. 우리집 재산이 불어난 것도 엄마 수완 덕이다. 공무원인 아버지는 월급만 가져다 줬지만 엄마는 투자를 했으니까.



그래서 종종 엄마가 아버지 없이 혼자였다면 아마 아버지보다 훨씬 높은 사회적 지위에 오르지 않았을 거란 생각을 한다.



남자



난 어려서부터 남자보다 나 자신에게 관심이 더 많았다. ‘어떤 남자를 만나고 싶다’보다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에 대한 고민이 더 절실했다. 남들은 “철없이 사춘기를 길게도 보냈네”라고들 말한다. 사회적 잣대로만 보면 소위 말하는 결혼 적령기, 그러니까 인생의 중대사에 집중해야 할 나이에도 남자가 안중에 없었으니까.



그러다 갑자기 결혼이 절실한 순간이 왔다. 그때가 서른넷이었다. 서른셋까지는 “난 아직 젊고 어려”라는 자신감이 내심 있었다. 그런데 서른넷이 되면서 “어, 이러다 진짜 큰일나겠네” 싶었다. 서른다섯 넘은 초산이 위험하느니 뭐니 하는 얘기가 들릴 때마다 조급해진다. 누군가를 만나야 했다. 하지만 남자 찾는 데 시간을 쏟기엔 일이 너무 많았다. 한창 승진을 앞둔 시기인 데다 회사에서 맡은 일도 점점 늘어났다. 야근에 철야에 정신없이 지내다보면 주말에는 그냥 쉬고 싶었다. 어쩌다 소개팅이 잡혀 남자를 만나러 나가면 왜 그렇게 시간이 아까운지. ‘밀고 당기기’ 같은 감정의 줄다리기도 굉장히 소모적이고 피곤했다. 일을 하면 성취감이 있는데 남자를 만나면 피곤하기만 하니 나중에는 소개팅 해준다는 소리도 별로 고맙지 않았다.



또 사회 생활 하는 여자들은 남자가 얘기하는 사회 생활 이야기가 하나도 신기하지 않다. 오히려 가끔 “사회 생활 그렇게 하면 안된다”고 가르치게 된다. 나도 피곤하고 힘든데 그런 똑같은 얘기를 들으며 맞장구 쳐주는 것도 쉽지 않았다. 솔직히 회사에서 남자 동료는 물론 웬만한 선배보다 더 인정받고 있는 나다. 남자들 이야기가 가당찮을 때가 많았다. 그러니 관계가 진전될 리 있나. 이랬던 게 서른다섯, 서른여섯살 때까지다.



서른일곱이 넘어가면서는 소개팅이 들어오면 무조건 나간다. 하지만 조급해서만은 아니다. 정말 좋은 사람을 만나 결혼하면 좋은 거고, 그런 사람을 못 만난다면 혼자 사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는 건 지금도 변함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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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싫은 사고남(四高男) 골드미스터

“독신주의 아니야 … 딱 맞는 사람 기다릴 뿐”




결혼이란 … 속박



결혼은 곧 자유를 박탈 당하는 걸 의미한다. 일 마치고 혼자만의 공간에서 좋아하는 음악을 틀어놓고 커피 한잔 마시며 느끼던 평온함을 포기해야 한다. 과연 그 스트레스를 견딜 수 있을까.



물론 결혼만이 아니라 내 아이를 갖고 싶다는 생각도 한다. 하지만 가족을 부양한다는 책임감이 너무나 무겁게 느껴질 때가 많다. 부끄러운 얘기지만 무서울 정도다. 가끔 혼자 있을 때 아내와 아이들 먹여 살리며 내 라이프 스타일까지 유지하려면 대체 얼마를 더 벌어야 하는지 계산해본다. 으악, 끔찍하다. 아내가 전업주부라면 부담은 더 늘어난다.



그리고 아이. 두 가지 생각이 엇갈린다. 가끔 조카들이 부모님 집에 놀러와 난장판으로 만들어 놓고 가는 걸 보면 정말…. 처음엔 참 귀엽다. 그런데 짧게는 서너 시간, 길어 봐야 고작 하루인데도 계속 봐주기는 참 힘들다. 내 아이라고 다를까. 24시간 울어대고, 집안을 어지른다면 얼마나 피곤할까.



난 무슨 일이든 한번 시작하면 몇날며칠이고 밤낮없이 몰입하는 스타일이다. 그리고 쉴 때는 나만의 공간에서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고 편안하게 쉰다. 외톨이라는 얘기가 아니다. 인맥도 넓은 편이다. 그런데 결혼했다고 이런 부분을 간섭하면 굉장히 힘들 것 같다. 그래서 아무리 좋은 여자를 만나도 연애까지는 좋지만 결혼 얘기가 나올 만큼 진지한 단계가 되면 머뭇거리게 된다.



나, 까다로운 남자 아닌데



“눈만 높아가지고….” 결혼한 친구들이 맨날 하는 말이다. 천만에. 난 그저 나랑 소통할 수 있는 사람이면 족하다. 이야기를 해보면 외모와 무관하게 매력적인 사람이 있다. 센스 넘치는 유머, 내 개그를 받아주는 리액션이 중요하다. 여자들이 오해하는 게 바로 이런 거다. 남자는 절대 “웃기는 여자”를 좋아하지는 않는다. 아무 때나 개그 프로그램 유행어를 남발하거나 과장된 행동을 하면 불편하다.



대화는 코드 아닌가. 내가 ‘쿵’했을 때 저기서 ‘짝’해주는 거다. 아무리 직업 좋고 예뻐도 이런 쿵짝이 안 맞으면 같이 있는 것 자체가 고역이다.



대화가 통한다는 전제 하에 굳이 다른 조건을 꼽는다면 당연히 외모다. 어떤 남자가 예쁜 여자를 싫어하나. 어떤 외모의 소유자가 좋냐고 묻는다면 ‘내 외모의 부족함을 갖고 있는 여자’라고 답하면 정확하려나. 예를 들어 이런 거다. 피부 검은 남자는 하얀 피부 여자를 좋아하고, 키 작은 남자는 키 큰 여자를 원한다. 덩치 큰 남자는 작고 귀여운 여자를, 눈 작은 남자는 눈 큰 여자를 만나고 싶어한다.



외모가 제1 조건은 절대 아니다. 하지만 소개팅 자리에 나갔다 그냥 나와버리고 싶은 적도 있다. 자기관리 안 하는 여자를 만났을 때다. 솔직히 요즘 못생긴 여자가 어딨나. 그런데 운동을 대체 언제 했는지 비율은 엉망이고 피부는 푸석하고. 이런 여자, 아무도 안좋아한다. 그런 거 싫다고 외모 따진다고 말하면 곤란하지.



그리고 정말 중요한 게 또 하나 있다. 바로 센스다. 혼자 오래 산 남자는 청소나 요리도 꽤 잘한다. 이런 하드웨어적인 노동이 필요해서 결혼을 하는 게 아니다. 남자는 도저히 따라갈 수 없는 여자만의 감각, 섬세한 손길을 느끼고 싶은 거다. 식사 메뉴를 정할 때, 또 선물을 고를 때도 센스 있는 여자는 정말 사랑스럽다.



학력 역시 크게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물론 나랑 비슷하면 좋겠지만. 하지만 아무래도 내가 자영업을 하다보니 여자 집에 돈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한다. 돈 있는 집안 여자를 만나려는 이유는 또 있다. 요즘엔 경제적 조건만 보고 배우자를 고르려는 여자, 꽤 있지 않나. 자기 집에 어느 정도 재산이 있다면 적어도 돈 때문에 나를 만나는 건 아닐 거라는 안도감이 든다.



아, 부모님



결혼하라는 부모님 잔소리는 더이상 안 듣는다. 행여라도 내가 독신을 선언할까봐 오히려 결혼 얘기를 슬슬 피하는 눈치다. 전에는 부모님 나름의 며느리감 조건 같은 게 있었지만 지금은 가끔씩 “아무나 데려다 앉혀만 놓으라”고 한다.



30대 초반에 처음 독립할 때는 부모님이 걱정을 많이 했다. 말로는 건강 안 챙길까 걱정이라 했지만, 실은 아무 여자랑 사귀면서 생활 관리가 안되면 어쩌나 하는 마음이 내 눈에도 다 보였다. 그런데 이제는 “도대체 누굴 만나기는 하는 거냐”라는 걱정으로 바뀌었다. “혼자 사는 게 너무 익숙해지는 게 걱정”이라는 거다. 그래서 여자 손길이 필요 없을 정도로 깔끔하게 집안 정리 해놓은 것도 보기 싫다 한다. “나 사업도 잘나가고 일이 잘 풀린다”고 말씀 드리면, 한참 들으시다가 “그래서, 뭐 어쩔 건데” 하신다. 마흔 넘어 부인도, 자식도 없으면 다 소용없다는 거다.



여자 입장에서 보면 나 같은 남자와 결혼하면 완전 행운 아닌가. 우리 집에 있어만 주면 되니까. 장담은 할 수 없지만 지금 같아선 며느리감이 들어만 온다면 부모님이 한재산 떼 줄 것같은 분위기다.



하지만 우리 부모님도 이율배반적인 부분이 있다. 자기 자식 나이가 많다고 생각하시면서도 여자 나이 서른여덟이나 서른아홉이라고 하면 깜짝 놀란다. 나이가 너무 많다는 거다. 아무리 많아도 서른 다섯 정도여야지 더 나이 들면 2세 문제도 걸려 있다며 달가워하지 않는다. 여자 나이가 많을수록 집안과 스펙을 보고, 나이가 어리다면 “너를 좋아하기만 하면 얼른 잡아라” 한다.



부모님이 어린 여자 좋아하는 건 내가 동안이라서이기도 있다. 꾸준히 운동을 해서인지 아직 30대 초반으로 보는 사람이 많다. 키도 큰 편이고. 어머니는 “네가 관리를 잘 해서 적어도 10살은 어린 여자를 만나야 딱 어울린다”고 한다.



여자



어려서부터 결혼을 하려면 미리 갖춰야 할 게 많다고 생각했다. 집 한칸도 없다면 사랑하는 여자와 결혼해봤자 갈등이 빚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렇게 나 스스로 정해놓은 결혼의 조건, 즉 좋은 집과 차 등 경제적 기반을 갖추다 보니 어느덧 벌써 40줄에 들어섰다.



물론 연애도 안 하고 결혼 준비만 해온 건 아니다. 정신적 여유가 많지는 않았지만, 늘 여자 친구가 있었다. 결혼까지 못 간 건 내 탓이다. 내가 결단의 순간에 늘 머뭇거렸기 때문이다. 사랑하고 항상 함께 있고 싶다가도, 뭔가 결정적인 상황이 되면 이상하게 발을 빼게 되더라.



바로 직전 여자친구와도 그랬다. 여자친구가 “우리 아빠가 한번 만나자는데”라고 말했을 때 바로 답을 안줬다. 여자들은 그런 순간 신뢰가 깨지는 모양이다. 한동안 연락이 없더니 “헤어지자”고 했다. 만약 그때 “내가 잘못했다, 너와 헤어질 수 없다”고 붙잡았다면 아마 지금쯤 결혼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여자친구 입에서 “헤어지자”는 말이 나온 순간 나도 “그러자”고 했다. 전에도 그랬다. 여자친구와의 관계가 조금 삐딱하게 흐를 때면, “내가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은 마음에 내 마음부터 딱 끊게 된다.



만약 결혼을 한다 해도 아내와는 각자 사적인 영역은 지키면서 살고 싶다. 하늘이 무너져도 절대 침범할 수 없는 영역이라는 게 누구나 있지 않나. 예를 들면 서로의 인생 목표를 이루는 과정일 수도 있고 각자의 취미 생활일 수도 있다. 결혼했다는 이유만으로, 아내라는 이름을 내세워 자꾸 그 선을 넘으면 서로 피곤해지고 금방 질리게 될 것 같다.



글=안혜리·박형수·김소엽·정현진 기자 <hspark97@joongang.co.kr, hyeree@joongang.co.kr>

사진=김경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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