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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용꼬리 아닌 뱀 머리 … 원화 국제화 안 된 탓

한국이 선진시장으로 진입하기 위한 관건은 원화의 국제화다. 6일 서울 명동 외환은행 본점에서 외환 딜러들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오종택 기자]

2조6566억원. 연초 이후 6일까지 외국인들이 국내 증시에서 빼간 돈이다. 지난해 한국 증시에 넣은 돈의 절반가량을 한 달 새 거둬간 셈이다. 유출 규모는 아시아 에서 단연 최고다. 외환위기 취약국으로 거론되는 인도(3일까지 약 1600억원)도 비교 대상이 못된다.

 이유가 뭘까. 국제금융시장에서 한국이 ‘뱀(신흥국)의 머리’로 자리 잡고 있는 탓이다. 오현석 삼성증권 이사는 “글로벌 펀드들이 주로 쫓아가는 지수가 한국을 신흥시장에 포함시키고 있는데 신흥시장 내 한국의 비중이 매우 큰 편”이라면서 “신흥시장 투자금이 줄면 자연히 뭉칫돈이 빠져나가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글로벌 펀드는 크게 신흥국에 투자하는 펀드와 선진국에 투자하는 펀드로 나뉜다. 대표적인 잣대는 ‘MSCI지수’다. 이 지수는 한국을 신흥시장으로 분류한다. 그리고 상당수 펀드는 이 지수가 산출한 신흥시장 내 비중을 좇아 기계적으로 투자금을 배분한다. 한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전체의 16%가량이다.

 돈이 빠질 때도 마찬가지 논리가 적용된다. 투자자들이 100억 달러를 펀드에서 빼나가면 한국에선 기계적으로 16억 달러가 회수된다. 그러니 불안한 건 아르헨티나, 터키인데 실제 피해는 한국 증시가 본다. 아무리 한국경제의 기초체력이 좋다고 외쳐봐야 소용이 없다. 애초에 ‘옥석(玉石) 가리기’가 무의미한 구조이기 때문이다. 김형태 자본시장연구원장은 “초등학교 6학년이라고 해도 초등학생일 뿐 중학생으로 대우받지 못하는 게 국제금융시장의 논리”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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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 세계 투자금은 지난해 말 이후 신흥시장 펀드에서 선진시장 펀드로 갈아타기 시작했다. 미국이 돈줄 죄기에 나선 영향이다. 한국이 신흥시장으로 묶여 있는 한, 돈의 대이동 과정에서 ‘코리아 디스카운트(Korea discount)’가 되풀이될 가능성이 높다.

 이 때문에 한국이 서둘러 ‘용(선진국)의 꼬리’에 올라타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단지 투자금의 규모가 많고 적음의 문제가 아니다. 돈의 질(質)도 차이가 있다. 박종수 금융투자협회장은 “신흥국 투자펀드에는 단기자금이 많은 반면 선진시장 투자자는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수익을 추구하는 경향이 있다”면서 “우리 증시의 해외 투자금은 절반 정도가 단기투자 위주의 헤지펀드들”이라고 말했다.

 모든 기관이 한국을 신흥시장으로 취급하는 건 아니다. FTSE, S&P 같은 곳은 이미 한국을 선진지수에 넣어두고 있다. 하지만 MSCI를 따라가는 펀드의 비중이 전체의 70%를 넘어갈 정도로 압도적이다.

 MSCI도 2009년부터 한국을 선진시장 진입 후보에 포함시키고 있다. 상장기업 수(세계 9위), 시가총액(세계 13위) 같은 덩치나 개방성에서는 선진시장으로 손색이 없다. 하지만 지난해까지 다섯 차례나 진입에 실패했고 올해 역시 전망이 밝지 않다.

 결정적인 이유는 원화다. 한국거래소 김기경 증권선진화팀장은 “MSCI의 요구의 핵심은 외국인 투자자가 원화를 자유롭게 거래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이에 따르면 외국 투자자들 입장에선 한국 투자의 가장 큰 걸림돌은 원화다. 서울외환시장은 오후 3시면 문을 닫는다. 원화가 국제화되지 않은 탓에 한국 밖에서 거래할 만한 이렇다할 시장도 없다. 그러니 거래비용도 많이 들고 펀드 가격을 그때그때 정확히 산정하기도 어렵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선진지수에 들어가자고 외환정책을 급작스럽게 바꾸기는 어렵다는 게 딜레마다. 노무현 정부 당시 ‘동북아 금융허브 전략’에 탄력을 받던 원화 국제화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멈칫거리는 상태다. 원화 가치의 안정이 정책의 최우선 순위가 되면서다. 정부 관계자는 “수차례 위기국면에서 한국 경제를 벼랑 끝으로 몰아간 건 주가가 아닌 외환”이라고 강조했다.

 그렇다고 손을 놓고 있어서도 곤란하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저인망식 접근’을 권한다. 김형태 원장은 “MSCI의 고객인 해외 대형 기관투자가들을 대상으로 꾸준히 한국 시장의 선진시장 편입 필요성을 설득해나가는 우회 전략을 구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KB금융 경영연구소 이미선 연구위원은 “원화 국제화가 금방 이뤄질 일은 아니지만 금융시장 전체의 발전을 위해 필수불가결한 만큼 장기적인 로드맵 제시와 지속적 추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글=조민근·이한길 기자
사진=오종택 기자

◆MSCI지수=글로벌 투자은행인 모건스탠리의 자회사이자 세계 최대지수산출기관인 MSCI가 만들어 발표한다. 전 세계 2200여 개 기관투자가가 이 지수를 좇아 3조 달러 이상 규모의 투자상품을 운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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