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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미래전략기구, 제대로 하려면

박재창
숙명여대 명예교수
행정학
정당 대표 연설에서 새누리당의 황우여 대표가 이색적인 제안을 내놓았다. 양극화 극복을 위한 일자리정책, 대북정책 및 동북아 외교전략, 한국형 복지모델 같은 국가적 난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일관성 있게 정책을 추진할 수 있어야 하고, 여야는 물론 각계각층이 대동단결해 범국가적이고 초당파적으로 국가역량을 결집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여야 협력체가 필요하다면서 국가미래전략기구의 국회 내 설치를 제안했다.

 그동안 정치권이 내놓았던 여러 개혁대안처럼 말의 성찬으로 끝날지도 모를 일이기는 하지만 적어도 문제의식만큼은 주목할 가치가 있다. 의회정치의 본질적 한계를 정조준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현대사회에서 민주주의를 말하면 의회민주주의를 당연시하고 이를 신성시하는 경향마저 있다. 그러나 의회가 사회문제 해결의 만능선수는 아니다. 여러 문제가 있지만 가장 두드러진 것 가운데 하나는 단기적 시관(時觀)에서 사회문제를 다룬다는 점이다.

 이는 의회가 4년을 임기로 교체되는 단명 기구라는 데서 비롯된다. 책임정치 구현을 위해 4년마다 선거를 통해 재신임받아야 하는 의회에서는 최대 4년이라는 시간공간을 전제로 활동하기 마련이다. 여기에 더해 의회는 자신의 존립 이유를 다양한 이해관계나 갈등을 조정하는 일에 두는 만큼 그때그때의 사회관계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해야 하고, 그런 만큼 목전의 이익에 주목할 수밖에 없다. 정보사회의 도래는 사회관계의 분절화와 파편성, 유동성을 심화시키면서 의회의 이런 성질을 훨씬 더 강화하고 있다.

 정당이 파당적 이해관계에 빠져 포퓰리즘 추수 경쟁에 나설 경우 의회의 이런 성질은 보다 더 악화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의회가 초당적 합의 위에서 운영된다고 하더라도 의회의 단기적 시관이 시정된다는 보장은 없다. 따라서 중장기 시관에서 정책과제를 다루고자 한다면 의회 밖의 기관에 의존하는 것 외에 달리 방법이 없다. 이런 의회의 취약점을 보완하고자 한 것이 바로 행정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아무리 행정부가 중장기 관점에서 정책을 개발한다고 하더라도 그에 대한 입법권을 의회가 독점하는 한 단기적 시관에 의한 정책심의의 취약성을 벗어나기는 어렵다. 이 점에서 ‘캘리포니아를 위한 중장기 기획위원회(the Think Long Committee for California)’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미국의 캘리포니아주는 의회가 사적 이해관계에 기초한 이익집단에 포획돼 단기적 시관에 함몰되는 현상을 극복하기 위해 주지사 산하에 40명의 분야별 명망가로 위원회를 구성케 했다. 파당적 이해관계를 초월해 중장기적인 정책대안을 개발하도록 하고, 이를 유권자의 직접투표에 부쳐 확정하도록 했다.

 이는 대의제도의 모순 내지는 작동하지 않는 민주주의(dysfunctional democracy) 문제를 실적주의에 기초한 의사결정방식을 통해 극복하고자 한 시도다. 의회 는 권력투쟁의 관점에서만 접근하기 십상이라는 점과, 기득권 유지에 몰입해 있는 현역 국회의원들로서는 현장정치의 수요로 인해 결코 혁신적인 조망력을 키워내기 어렵다는 점을 감안한 결과다. 유권자의 단기적 요구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일도 중요하지만 분야별 전문가의 객관적 판단이 보다 더 중시돼야 하는 정책과제도 있다는 뜻이다.

 국가미래전략기구가 국회의 한계를 보완하려면 국회 밖에 설치돼야 하고, 나아가 제안된 정책을 국민투표로 확정할 수 있어야 한다. 문제는 이런 기구의 설치에 과연 지금의 여야가 합의할 수 있느냐에 있다.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의 진수는 바로 이런 기구의 설치에 합의하는 데서부터 출발하는 것이 아닐까?

박재창 숙명여대 명예교수·행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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