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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AI와 전쟁 속에 제주 간 충북 시·군 의장단

신진호
사회부문 기자
충북지역 시·군의회 의장단이 지난 5일부터 2박3일 일정으로 제주도에서 연찬회를 한다. 연찬회에는 충북 12개 시·군 가운데 음성군의회를 제외한 11개 시·군 의회의 의장과 부의장 15명과 공무원 등 27명이 참석했다. 의장단은 “전문지식을 얻고 리더십을 키우기 위해서 연찬회를 준비했다”고 말했다. 또 장소는 지난해 12월 의장단 협의회에서 제주도로 가기로 결정했다고 했다.

 하지만 연찬회 일정을 보면 첫날 전문가 특강을 듣는 것을 제외하곤 관광 성격이 짙다. 둘째 날인 6일에는 산방산을 등산하고 남은 시간에는 관광했다. 의장단은 7일 일정에 대해서는 함구했다. 연찬회에 참석한 공무원들에 따르면 이날도 하루 종일 관광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찬회 경비(1인당 52만원)는 전액 시·군 예산에서 지출됐다. 지방의회가 관광성 외유로 비난을 받은 것은 어제오늘 얘기가 아니다. 올해 신년 초부터 대전시의회 등 전국 곳곳의 지방의회가 관광성 해외연수를 떠났다.

 이번 제주도 연찬회가 유독 지역주민들에게 거센 비난을 받는 이유는 따로 있다. 진천·음성군 등 충북 곳곳에서 주민들이 조류 인플루엔자(AI)와 힘겨운 사투를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27일 진천에서 AI가 발생한 이후 충북에서는 32만7780마리의 닭·오리가 땅에 묻혔다. 연찬회 기간에도 살처분 작업은 계속됐다. 이에 대해 의장단 협의회장인 청주시의회 임기중 의장은 “오래전에 잡힌 일정이고 취소하면 경비의 30%를 위약금으로 물어야 해서 가게 됐다”고 해명했다. 여기에다 AI가 발생하지 않은 일부 지역 의장단은 “문제 될 게 없다”는 반응이다.

 하지만 제주 연찬회를 바라보는 농민들의 시선은 싸늘하다. 기르던 오리를 살처분한 정호섭씨는 “우리는 바이러스 전파가 우려돼 외출도 못하는데 의원들은 따뜻한 곳으로 여행을 가는 게 이해가 안 된다”고 했다. AI 바이러스가 언제 어떻게 전파될지 모르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비판에는 동료 의원들도 가세했다. 연찬회에 참석하지 않은 음성군의회 손수종(63) 의장은 “자신들을 뽑아준 주민들의 어려움을 함께하는 게 지방의원의 임무 아니냐”고 되물었다. 비판 여론이 일자 진천군의회 염정환(64) 의장은 일정을 취소하고 6일 돌아왔다.

 시·군·구 등 기초의회의 역할에 대한 회의적인 여론은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의정활동을 제대로 못한 게 핵심 요인이지만 자신을 뽑아준 주민들의 고통을 나 몰라라 한 데도 원인이 있다. 충북지역 시·군의회 의장단은 기초의회 무용론에 스스로 힘을 보태주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봐야 한다.

신진호 사회부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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