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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있는 아침] 엉겅퀴 꽃

엉겅퀴 꽃
- 허윤정(1939~ )

역광의 노을 속에서
누가 나를 부르는가

아득한 수평선 넘어
파도소리 외로운데

내 기억
멀고 먼 저편
엉겅퀴 꽃 손 흔든다.

나 또한 배로 몇 시간 달린 절해고도에서 그런 엉겅퀴 꽃을 본 적 있다. 옷 다 해지고 머리도 풀어헤친 채 뭐라 여기까지 쫓겨와, 그것도 억새 꽃 군락 속에 숨어숨어 피던 오랑캐 같던 그 꽃을. 무슨 죄업 그리 많다고 핏빛으로 타오르는 노을 업고 숨죽여 해조음을 듣던 그 꽃. 수평선 너머 아득히 밀려오고 밀려가는 그리움에 가시 찔린 듯 온몸으로 떨던 엉겅퀴 꽃을 백자처럼 단아한 시조 한 수에 담고 있네. “너는 조선의 눈빛/거문고 소리로만 눈을 뜬다//어찌 보면 얼굴이 곱고/어찌 보면 무릎이 곱고//오백년/마음을 비워도/다 못 비운 달항아리.” 조선 백자에 흠뻑 취해 시조에서 백자의 완벽한 형태와 미학을 추구했던 스승 김상옥 시인에게 올곧게 배웠음인가. 아니면 ‘백자 항아리’처럼 마음을 비운 건가. 스승이 일제시대부터 펴냈던 동인지 『맥(<8C98>)』을 이어받아 주재하고 또 ‘시궁이후공(詩窮以後功)’인지라, 가난하게 살아서 시가 더 공교로워진 시인들에게 ‘백자예술상’을 만들어 적잖은 상금도 쾌척하고 있으니.

<이경철·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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