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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베토벤' 그의 귀는 멀쩡했다

사무라고치 마모루
“18년 동안 사무라고치 대신 곡을 써왔습니다. 그의 지시대로 곡을 써온 저는 공범자입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절대음감과 진동에만 의지한 작품 활동으로 ‘현대의 베토벤’이라 불렸던 일본의 청각장애 작곡가 사무라고치 마모루(佐村河內守·51). 그 작품들의 실제 작곡가인 음대 강사가 6일 오후 2시30분 기자회견장에 섰다.

 도호가쿠엔(桐朋學園)대학 작곡 전공 강사인 니가키 다카시(新垣隆·44). 그는 이날 발매된 주간지 슈칸분슌(週刊文春)에 “사무라고치의 작품은 모두 내가 쓴 것”이라고 폭로했고, 주간지 발매 전날 사무라고치가 대리인을 통해 사실임을 시인하면서 일본열도는 이미 발칵 뒤집어졌다. <중앙일보 2월 6일자 27면>

 니가키는 18년 전 지인을 통해 사무라고치로부터 영화음악 의뢰를 받은 게 첫 만남이었다고 했다. 이후 악곡의 구성과 이미지만 사무라고치가 제안했고, 나머지는 본인이 작곡했다는 것이다. 18년 동안 이렇게 20여 곡을 쓰고 받은 돈은 700만 엔(약 7000만원) 정도였다. 뒤늦게 사실을 공개한 이유에 대해선 “몇 번이고 (대리 작곡을) 그만두자고 사무라고치에게 이야기했지만 그는 듣지 않았다”며 “더 이상 세상을 속이고 싶지 않았다”고 했다.

 이어 일본 열도를 한 번 더 충격에 빠뜨린 발언이 이어졌다. “사무라고치가 언젠가부터 자기 귀가 안 들린다고 세상에 이야기하면서 곡을 발표하더라. 그래서 이건 문제라고 생각했다. 그를 처음 만났을 때부터 지금까지 특별히 귀가 안 들린다는 것을 느낀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내가 만들어 녹음한 곡을 함께 들으며 그가 의견을 말하기도 했다.”

6일 기자회견에 나선 니가키 강사. [사진 지지통신]
 다른 사람의 작품을 자기가 작곡한 것처럼 발표한 것뿐만 아니라 “35세에 청각을 완전히 잃었다”는 사무라고치의 주장 자체가 거짓일 가능성을 폭로한 것이다. 또 ‘4세 때부터 피아노를 배워 천재적인 실력을 갖췄다’는 얘기도 사실이 아니며 “지극히 초보적인 피아노 기술만 가졌을 뿐”이라고 말했다. 사무라고치가 작품을 완성하기까지 겪는 고뇌를 담은 방송사 다큐멘터리에 대해서도 니가키는 “연기를 한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음반 18만 장 이상이 팔린 ‘교향곡 제1번 히로시마’, 일본 남자 피겨 스케이팅 선수 다카하시 다이스케(高橋大輔)가 소치 겨울올림픽 쇼트 프로그램의 테마로 사용할 예정인 ‘바이올린을 위한 소나티네’ 등 대표작들의 실제 작곡가는 모두 니가키였다.

 음반사인 ‘일본 컬럼비아’가 CD 1장과 DVD 1장의 판매를 중지하고, 출판사들이 도서 출판을 중단하는 등 파문은 확산일로다. NHK와 아사히(朝日)신문 등 대표 언론들이 “사실과 다른 내용의 기사를 내보낸 데 대해 사죄한다”고 줄줄이 머리를 숙이고 있다. 사무라고치가 동일본 대지진 희생자를 위로하기 위해 작곡했다는 피아노 소나타 2번은 지난해 9월 한국의 피아니스트 손열음에 의해 요코하마(<6A2A>濱)에서 세계 초연됐다.

 사무라고치는 손열음과 일면식도 없었으나 “내 곡을 가장 잘 표현할 음악가”라며 초연을 부탁했다. 현재 독일에 체류 중인 손열음은 “웬만한 일에는 충격받지 않고 덤덤한데 인생 최대의 쇼크를 받고 하루 종일 아무 일도 못하고 있다.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나. 꿈만 같다”는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청력이 멀쩡하다는 니가키의 주장에 대해 사무라고치 측 대리인은 “청각장애 2급으로 장애인 수첩을 갖고 있고, 오랫동안 함께 지내온 수화 통역사로부터도 귀가 안 들린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반박했다.

도쿄=서승욱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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