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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자회사 직원 3000억 대출 사기 … 회사·은행 6년 깜깜

KT 자회사인 KT ENS(옛 KT네트웍스)의 부장급 직원이 10여 개 금융회사에서 3000억원대의 부당 대출을 받았다가 적발돼 경찰의 수사를 받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개인이 벌인 사기 대출로는 2010년 경남은행의 4000억원대 사기 대출 사건에 이어 역대 둘째의 피해규모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6일 금융감독원과 경찰 등에 따르면 KT ENS의 김모 부장은 협력업체들이 만든 특수목적법인(SPC)이 받은 담보대출 가운데 3000억원을 가로챘다. SPC는 협력업체들이 받은 외상매출채권을 현금화하기 위해 만들어진 곳이다. 협력업체가 KT ENS에 각종 통신장비를 납품하면 KT ENS는 납품 대가로 매출채권을 주는데, SPC가 이를 담보로 금융회사에서 대출을 받는 것이다.

 김 부장은 2008년 5월부터 지난달까지 납품업체들이 각종 장비를 협력업체인 N사로부터 구매했다는 거짓 매출채권을 꾸미고, SPC를 통해 이를 담보로 대출을 받은 뒤 중간에서 대출금을 가로챘다. 총 100여 차례에 걸쳐 대출을 받았으며, 피해 규모는 현재까지 하나·농협·국민은행에서 총 2200억원, 10개 저축은행이 800억원 정도로 파악된다.

 금감원은 저축은행 여신상시감시시스템에서 A저축은행이 취급한 대출이 한도 초과가 된 사실을 적발하고, 추가 서면검사를 하는 과정에서 이런 대출사기 혐의를 발견했다. 금감원은 김씨가 협력업체인 N사 직원 등과 대출사기를 공모한 것으로 보고 있다. SPC 앞으로 나간 대출금을 N사 직원이 가져갔다는 게 근거다. 금감원 관계자는 “협력업체의 서류 일부가 조작된 점을 감안할 때 김 부장과 N사 직원이 가공의 매출채권을 발생시킨 대출사기로 판단하고 있다”며 “자금추적 결과 대출금을 돌려막기한 행태가 확인돼 정확한 횡령금액을 파악하는 데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금융사기를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김 부장은 KT ENS에서 오랜 기간 영업을 담당해 온 간부다. 평소 회사 내에서 신뢰도가 높고, 거래처와 끈끈한 유대관계를 쌓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4일 잠적했던 김 부장은 현재 경찰에 출석해 수사를 받고 있다. 경찰은 다른 협력업체들도 사기에 가담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협력업체 6개사 대표 등을 조만간 불러 조사할 계획이다. 경찰은 이번 사건 연루자 10명 정도를 출국금지 조치하는 한편 압수수색에도 나설 예정이다.

 대출사기 규모가 규모인 만큼, 책임 논란도 뜨거워질 전망이다. 은행과 저축은행들은 “대출취급 절차상 문제가 없으며, 따라서 KT ENS가 협약에 따라 손실을 보상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피해 은행의 관계자는 “ KT ENS 직원의 서명은 물론 회사의 인감도 찍혀 있었다”며 “ KT 자회사 직원에 의해 이뤄진 횡령 사건이라는 의미”라고 말했다.

 그러나 KT ENS 측은 회사와 무관한 일이라고 항변하고 있다. 이 회사 관계자는 “ 확인한 결과 납품을 받은 적도, 관련 서류를 발급한 기록도 없다”며 “우선 각종 인감이나 서류가 도용됐는지, 아니면 위조인지 맞춰보고 있다”고 말했다. 향후 KT ENS와 금융회사 간 소송 등 분쟁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장기간 개인의 범법 행위를 인지하지 못한 KT ENS는 내부직원 통제시스템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금감원은 대출을 승인해 준 금융회사들을 대상으로 여신심사 과정에서 문제가 없었는지 들여다보고 있다. 대기업 자회사가 대출을 받는다는 점만 믿고 여신심사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게 금감원의 판단이다.

손해용·박유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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