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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승부사로 살아남기

<본선 16강전>○·김지석 9단 ●·판윈러 4단

제11보(134∼150)=134 끊어 마지막 힘 대결이 시작됐군요. 간발의 차이로 생사가 결정되는 험악한 싸움입니다. 136 따냈으나 137로 몰리니 쉽지 않네요. 옛 노국수들 같으면 “바둑도 유리한데 이 무슨 난투극이냐”며 혀를 찼을 겁니다. 그러나 현대의 고수들은 모두 불구덩이에 스스로를 던지는 전사들이죠.

 138이 김지석 9단이 준비해 둔 최강의 수단이었습니다. 유리한데도 패를 자청한 거죠. 패는 확률적으로 승산이 5대5지만 김지석은 이 패싸움이 오히려 이 판을 확실하게 끝낼 수 있는 수단이라고 확신한 겁니다. 이런 장면을 볼 때마다 전율이 일곤 합니다. 승부사로 살아남으려면 ‘안전빵’ 대신 매번 이런 아비규환 속으로 몸을 던져야 한다는 것, 김지석도 그걸 잘 알고 있지요. 궁극을 향한 최강의 단련을 통해 ‘나’라는 색깔이 분명한 승부사를 만들어내야만 합니다.

 146에서 흑이 패를 받지 않으면 ‘참고도1’처럼 흑이 사망합니다. 149가 마지막 몸부림이었지만 150(흑▲)에 잇자 바둑이 끝납니다. 판윈러 4단이 여기서 투석했는데요, ‘참고도2’를 보시지요. 흑1로 잡아야 하는데 백2를 선수해 두고 뒷수를 죄면 백승입니다. 흑이 A의 곳을 들어갈 수 없어 딱 한 수 차이로 승부가 났습니다. 참 아슬아슬합니다. 패와 자충이 복잡하게 얽힌 이 수순을 저 앞 20여 수 전부터 보고 있었다는 게 놀랍습니다. 김지석, 8강에 올랐습니다(139·142·145·148=패때림).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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