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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칼럼] 개인정보 암호화, 기업 생존 걸어야

강안나
동국대 교수
멀티미디어학과
새해 벽두부터 신용정보 대란이다. 1억1000만 건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것으로 드러나자 피해자를 포함한 대다수 국민이 패닉 상태에 빠졌다. 3개사의 개인정보가 이 정도인데 여타 금융사의 정보마저 유출됐다면 어떠했을까. 이는 사이버 테러며 자연재난보다 더한 국가재난이라 할 수 있다.

 우리는 정보기술(IT) 강국 대한민국을 자랑스러워했다. 그러나 개인정보 보안의 현주소는 참담하다. 툭하면 ‘신상 털기’니 ‘사생활 정보 유출’이니 하는 사건이 끊이지 않는다. 컴퓨터 보안 시스템이 파괴되면 최악의 경우 데이터만 백업 받은 후 포맷하고 운영체제만 다시 깔아주면 그만이다. 하지만 개인정보의 보안 시스템이 파괴되면 복구가 불가능하다. 보이스피싱, 스미싱, 신분 복제, 과금 유발 등 연쇄적인 피해가 발생해 개인의 삶뿐 아니라 한 나라의 경제에도 심각한 부담이 될 수 있다.

 지금까지 개인정보 보안 문제의 화두가 개인의 사생활 침해와 같은 다소 소극적인 분야에 집중해 왔다면 이제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사회 안전을 뒤흔드는 재해라는 점을 분명히 인식하고 이에 따른 보다 강력한 개인정보 보안 시스템의 구축을 심각히 고려해야 할 때다. 개인 정보의 보안 문제를 기업 등에만 맡길 것이 아니고 국가 차원에서 강력한 개인 신상정보 보안 시스템을 제시해야 할 시점이라 판단된다. 이번 사건에 금융기관의 직원이 가담한 것을 볼 때 내부 직원에 대한 강력한 징계와 보안교육 강화 및 인터넷 윤리교육이 선결돼야 할 것이다.

 대형 정보 유출 사건에도 불구하고 개인정보를 수집·관리하는 기업들의 보안 마인드는 국민을 충격에 빠뜨릴 만큼 허술하다는 게 분명해졌다. 이에 기업은 개인정보가 국가 기밀이고, 기업 핵심기술 정보라는 마인드를 갖고 기업 생존의 관점에서 새로운 보안 틀을 짜야 할 것이다. 2005년 미국 카드시스템스는 고객 4000만 명의 이름과 신용카드번호를 해킹당한 끝에 기업의 이미지 실추와 피해 보상으로 2008년 결국 망하고 말았다.

 관련 기업들은 개인정보 보호법에 따라 핵심적인 금융거래 정보를 모두 암호화해야 하나 막대한 비용이 든다는 구실로 이를 방치해 왔다. 이번 정보 유출 사건도 정보가 암호화만 되어 있었어도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을 것이다. 기업은 이제 개인정보의 강력한 암호화가 기업 생존의 한 기둥이 될 수 있음을 인식해야 할 것이다.

 국가적으로는 정보 보안의 재난 사태에 체계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총체적 위기 대응 매뉴얼을 준비할 필요가 있다. 산재돼 있는 개인정보 보호 관련 부처를 효율적으로 통합해 대응 능력을 강화하는 방안을 세워야 할 것이다. 또한 이미 개인정보가 누출된 국민의 불안을 해소할 수 있는 ‘개인정보 클린(clean)화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내 정보를 폐기해 주고 잊혀질 권리에 대한 법적·제도적 보안이 마련돼야 한다.

 국민의 정보가 도용당하는 참담한 현실에서 창조경제의 도래는 요원하다. 이번 기회를 거울삼아 정부의 사이버 재난 위기관리 의지를 확고히 보여주기를 촉구한다.

강안나 동국대 교수·멀티미디어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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