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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만점자 떨어진 구술면접은 …

학생에게 A4 종이에 인쇄된 세계지도가 한 장 주어졌다. ‘독감 발생률 분포’라는 제목의 지도다. 유럽은 옅은 초록색으로, 아시아 쪽은 빨간색으로 칠해져 있다. 종이가 주어진 지 2분. “들어오세요”란 말과 함께 면접실의 문이 열리자 두 명의 면접관은 “이 지도의 특징은 뭘까” “여기서 어떤 의료행위가 가능할까” 등 질문을 8분간 쉴 틈 없이 쏟아냈다.

 지난달 16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 혜화캠퍼스에서 치러진 2014학년도 의예과 정시 구술면접 모습이다. 예상외로 대다수 질문은 의학적 지식이나 고급 수학·과학 능력을 검증하는 내용이 아니었다. 대신 ‘친구와 인도 여행을 떠날 때 어떻게 경비를 마련하고 일정을 정할 것인가’ 등 돌발적인 상황에서 대처능력을 물었다. 짧은 시간에 창의성을 발휘해 자신의 입장을 논리적으로 정리하는 능력을 평가하는 질문들이었다.

 201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유일하게 자연계 만점을 받은 전모(21)씨가 고려대 의예과 수시에 이어 서울대 의예과 정시에서 떨어진 원인은 ‘구술면접’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서울대 의예과는 수능점수로 입학정원(35명)의 2배를 선발한 뒤 학생부 10%+수능 60%+면접 30%로 최종합격자를 선발했다. 대부분 수능 만점에 가까운 학생들이 지원하는 만큼 구술면접의 중요성이 크다. 김연수 서울대 의대 교무부학장은 “면접학원에 1~2주일 다녀 준비할 수 있는 능력을 보려는 게 아니라 수험생이 평소 가진 인성과 분초를 다투는 순발력이 필요한 의사로서의 적성을 평가한다”고 말했다.

 일반고 출신인 전씨의 낙방은 특목고 합격이 늘어난 서울대 입학생 추세와 맞물린다는 분석도 나온다. 목포 지역 일반고의 김모 교사는 “일반고는 많은 학생을 가르치는 만큼 면접에 필요한 논리력·창의력을 키우는 글쓰기·토론 수업 등을 잘 편성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강남하늘교육중앙학원 박양수 원장은 “면접은 학생의 답이 끝나자마자 추가 질문이 들어오는 토론처럼 이뤄졌다”며 “단기 대비가 어려운 만큼 평소 공동실험·토론수업 등이 많은 특목고가 유리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상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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