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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 Report] 같은 층에 롯데·신세계 두 백화점?

2017년 11월 19일.

 국내 백화점업계 양대 라이벌인 롯데와 신세계가 한 지붕 아래 뒤엉켜 영업을 해야 하는 ‘기묘한 동거’가 시작되는 시점이다. 신세계 인천점 얘기다. 백화점들이 서로 이웃해 사이좋게 영업하는 미국의 쇼핑몰 형태와는 전혀 다른, 두 백화점 간 ‘기싸움’ 탓에 벌어지게 된 사태다. 심지어 영업구역이 겹치는 40여 개 브랜드 매장은 땅 따먹기 하듯 선을 긋고 두 백화점이 수익을 나눠 챙기는 ‘블랙 코미디’ 같은 상황도 벌어질 수 있다. 세계적으로도 유사한 사례를 찾기 힘들다.

 이번 사태는 인천시가 2012년 9월 신세계 인천점이 입주해 있는 인천터미널 부지 7만8000㎡(2만3600여 평)를 통째로 롯데에 매각하기로 하면서 시작됐다. 롯데는 지난해 1월 매매계약을 정식으로 인천시와 체결했고, 같은 해 4월엔 소유권 이전 등기까지 마쳤다. 그러나 이곳에 입주해 있는 신세계 인천점의 임대 기간이 구역에 따라 나눠져 있는 바람에 상황이 꼬이게 됐다. 신세계는 원래 백화점이 있던 공간은 2017년까지 임차했고, 2011년 확장한 증축부분 약 1만6500㎡(약 5000평)는 2031년까지 임차하는 것으로 계약을 나눠 체결했다. 공공건물의 경우 임대차 기간을 최장 20년까지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2017년 임대 기간이 끝나면 백화점 대부분을 비우고, 이후 14년간은 증축공간에서만 영업하며 롯데와 한 건물을 군데군데 나눠 쓸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됐다.

#라이벌 롯데·신세계 정면충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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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건은 롯데·신세계 두 유통거인에겐 어느 한쪽이 먼저 물러설 수 없는 자존심 싸움으로까지 비화됐다. 롯데는 신세계 인천점이 입주해 있는 터미널 부지를 사들이는 데만 약 9000억원을 썼다. 이어 터미널 부지 바로 옆에 붙어있는 구월농수산물도매시장 부지 총 5만8663㎡(약 1만7746평)와 건물 4만4102㎡(약 1만3341평)까지 사기로 하고 올 초 인천시와 우선협상대상 계약도 맺었다. 새로 사는 농수산물시장 땅도 감정가로 3056억원에 달한다. 롯데로선 매입비용에만 1조2000억원 이상을 들이는 ‘큰 베팅’인 셈이다.

 롯데는 앙쪽 땅을 합쳐 전체 면적 약 13만6000㎡(4만1000여 평)가 넘는 부지에 복합문화단지를 만든다. 면적 기준으로 ‘도쿄 미드타운’의 약 2배, 서울 잠실에 개발 중인 ‘롯데월드타워&몰(제2롯데월드)’의 약 1.5배 수준이다.

 그러나 신세계로서도 호락호락 양보하기가 쉽지 않다. 인천점의 매출이 한 해 7600억원에 달해 넷째로 장사가 잘되는 백화점인 까닭이다. 게다가 여기서 계속 장사를 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이미 1800억원을 증축 비용으로 쏟아부은 상태다.

 두 백화점은 법정에서 치열한 공방을 펼치고 있다. 신세계가 인천지법에 낸 가처분 신청만 3건이다. 한 건만 받아들여졌고, 두 건은 기각돼 결국 명의는 롯데로 넘어갔다. 이에 신세계는 지난해 6월 마지막 희망을 걸고 롯데에 소유권이 넘어간 것을 말소해 달라는 ‘소유권 이전 등기 말소’ 소송을 인천지법에 냈다. 오는 14일 이 판결이 나온다. 어느 쪽이 이기든 항소는 불가피해 보인다. 서울고등법원→대법원으로 가는 지루한 공방이 2017년까지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 아이 배 가르기” vs “정상적 절차 거쳐”

 지난달 6일엔 살인사건도 아닌데 판사와 양측 변호사들이 인천점 매장 1∼4층을 도는 현장 검증까지 벌이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이날 백화점 1층 까르띠에 매장 앞에서 재판장은 “2017년 이후 이 매장 일부는 신세계가, 다른 일부는 롯데가 운영해야 하는데 공동 임대가 가능한가”라고 물었다. 신세계 측 변호사는 “한 업체 매장을 롯데·신세계가 나눠서 임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주장한 반면, 롯데 측 변호사는 “매출 수수료를 면적별로 나눠서 받으면 될 일”이라고 반박했다. 이런 매장만 건물 1∼4층에 40여 개다. 3층짜리 H&M매장이 쪼개지는 것을 비롯해 루이비통·VOV·시스템·아이잗바바·앤클라인·노스페이스 등이 롯데와 신세계로 나눠진다는 게 신세계 설명이다. 신세계 측은 “칼로 아이 배를 가르는 것과 같은 무리한 일”이라고 항변한다. 또 2031년까지 증축부분만 쓸 경우 주차타워로 쫓겨가 백화점 매장을 주차타워에서 운영해야 하고, 백화점 출입구도 정문이 아닌 주차타워에 만들어야 하는 애로가 있다고 하소연한다.

 그러나 롯데 측의 입장은 강경하다. 2017∼2031년까지 임대계약이 체결된 공간에서만 영업하면 된다는 것이다. 롯데 관계자는 “정상적인 절차를 거쳐서 돈 다 주고 산 우리 입장은 뭐냐”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면적대로 업체로부터 받은 수수료를 나누든지, 그것도 어려우면 2017년에 다시 매장 재배치를 통해 신세계가 임대 권리를 갖고 있는 곳에 매장을 몰아 주겠다”고 밝혔다. 롯데 측은 “신세계 간판도 달아줄 것”이라며 “임대계약대로 한 지붕 두 백화점 생활을 하면 되지, 그런 이유로 소유권 말소는 안 될 말”이라고 주장한다.

#세입자 신세계, 롯데에 임대료 내는 중

 신세계가 롯데에 임대료를 내는 웃지 못할 상황도 이어지고 있다. 3개월 임대료가 연체되면 나가야 하는 임대 계약서 때문에 신세계는 명의가 바뀐 지난해 4월 12일 부터 임대료와 관리비를 롯데에 꼬박꼬박 내고 있다. 한 달에 약 9억5500만원씩 지금까지 약 137억원을 롯데에 냈다. 신세계는 “ 매매계약에 대한 유효성을 인정하는 것은 아니다”는 공문까지 롯데에 보내놨다. 롯데는 9000억원의 매입 비용에 보증금 등을 빼고 들인 약 7000억원을 금융기관에서 연 3%의 이자(연 약 210억원)로 조달했는데, 신세계로부터 한 해 180여억원의 임대료를 받아 이를 상당부분 상쇄하고 있다.

 롯데는 인천점 바로 옆 터미널 부지 공사를 늦어도 올 9월엔 시작한다. 신세계 영업공간을 포위하듯 쇼핑몰 공사를 벌이는 상황이 시작되는 것. 미국 업체에 복합쇼핑몰 설계도 이미 맡겨 거의 결과가 나왔다. 하지만 신세계 측은 "임대계약이 끝날 때 까지 버틸 것”이라는 입장이다. 롯데 측은 “2017년 11월엔 신세계 임대 매장을 뺀 나머지 부분 공사를 완료하고 영업에 들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최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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