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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말라야 14좌 베이스캠프를 가다 <21> 에베레스트·로체(1)

네팔 북부 쿰부 히말라야의 관문 남체 바자르(3440m) 마을. 탐세르쿠(6608m) 봉우리가 마을을 굽어보고 있다.

네팔 수도 카트만두에서 북쪽으로 100㎞쯤 떨어진 쿰부(Khumbu) 빙하지대는 세계 최고봉 에베레스트(8848m)와 네 번째로 높은 로체(8516m)가 나란히 자리하고 있다. 해마다 산악인 수백 명이 에베레스트 정상을 꿈꾸며 이 빙하 안으로 들어선다. 아름다운 두 봉우리를 감상하기 위해 골짜기를 찾는 트레커도 많다. 해마다 3만~4만 명에 이른다. 특이하게도 트레킹 비수기라 할 수 있는 12월에서 2월까지는 국내 여행객이 많다. 그래서 네팔 트레킹 에이전시는 이 시기를 ‘코리안 시즌’이라고 부른다. 코리안 시즌에 직접 배낭을 메고 쿰부 빙하 트레킹에 나섰다. 이른바 ‘쿰부 빙하 자유 트레커(Free Individual Trekker, 이하 FIT)’ 여정이다. 에베레스트와 로체 베이스캠프(이하 BC) 가는 길을 4회에 걸쳐 연재한다.

히말라야 20-20클럽

이번 트레킹은 가이드와 매니저, 조리사와 짐꾼 등 10여 명의 현지 스태프를 거느린 ‘황제 트레킹’이 아니다. 직접 25㎏ 배낭을 짊어지고 가야 하는 FIT다.

그동안 에베레스트·로체 등정을 꿈꾸는 원정대를 따라 다섯 번 쿰부에 들어갔다. 그래서 두 봉우리의 BC를 찾아가는 길은 눈 감고도 갈 수 있을 정도로 익숙하다. 여정도 일부러 험난하게 잡았다. 20㎏ 이상 나가는 배낭을 메고 매일 20㎞ 이상 움직인다는 계획이다. 이른바 히말라야 ‘20-20클럽’ 도전이다.

남체 바자르 남쪽으로 콩데(6187m)가 솟아 있다.(위의 사진) 한 짐꾼이 짐을 가득 지고 남체 언덕을 오르고 있다.
처음 쿰부 트레킹에 나선 2006년 이후 직접 배낭을 메고 왕복 150㎞ 트레킹에 도전하는 서양인 트레커가 살짝 부러웠다. 그래서 이번 기회에 시도했다. 스태프 도움 없이 여정을 꾸리면 더 많은 것을 보고 느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한국인 중에도 이런 스타일의 여행을 꿈꾸는 사람이 많다. 실제로 이번 여정에서 ‘20-20’을 감행하는 한국인을 여럿 만났다. “여행사 패키지 상품은 지루하다”며 직접 스케줄을 짜고 실행에 나서는 트레커다.

지난 1월 14일 카트만두 트리뷰반 국내선 공항 청사. 에베레스트·로체로 가기 위해서는 쿰부 계곡 입구인 루클라(Lukla·2850m) 마을까지 소형 비행기를 타야 한다. 카트만두∼루클라 구간은 우리나라로 치면 김포∼제주 노선 격이다. 트레커 수만 명과 이들을 수행하는 현지 스태프 수만 명을 실어나른다. 비행기로 50분 거리지만 육로로 가려면 5~6일 걸린다.

겨울에는 트레커가 많지 않아 18인승 소형 비행기는 하루에 한두 편밖에 뜨지 않았다. 오전 6시45분 첫 비행기를 타려고 꼭두새벽부터 공항에서 대기했다. 하지만 올겨울 카트만두는 이상 저온으로 오전에 안개가 짙게 끼었다. 비행기는 11시가 다 돼서 이륙했다.

비행기가 떴다고 해서 안심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쿰부 계곡 비탈을 닦아 놓은 루클라 공항의 활주로는 길이가 불과 200m 남짓이다. 돌풍이 불어도 무조건 착륙해야 하는 공항으로 사고가 끊이지 않아 악명이 높다. 실제로 비행기는 롤러코스터를 타는 듯했다. 스튜어디스가 직접 문을 열어 비행기 밖으로 나왔다. 검은 활주로 위에 군부대 막사뿐이었다. 여기서부터 에베레스트로 향하는 도보 여행이 시작된다.

남체 마을에 있는 마니석. ‘옴 마니 밧메 옴’이 새겨져 있다.
25㎏ 배낭 메고 남체로

루클라에서 에베레스트 BC(5300m)까지는 약 70㎞ 떨어져 있다. 루클라에서 약 40㎞ 떨어진 페리체(Periche·4200m)에서 길이 갈리는데 왼쪽으로 올라가면 에베레스트 BC, 오른편으로 올라가면 로체 남벽 BC(5250m)다. 열에 아홉은 에베레스트를 택한다.

공항을 빠져나오니 ‘나 홀로 여행객’의 짐을 받으려는 현지 짐꾼이 두 눈을 반짝거리며 달려들었다. 그러나 그린 TIMS(트레커정보시스템) 카드를 가진 FIT 여행객은 원칙적으로 가이드나 짐꾼을 고용할 수 없다. 여행사에서 발급한 파란색 TIMS를 갖고 있는 사람만 가이드나 짐꾼을 고용할 수 있다. 애초에 각오한 일이니 짐꾼을 무시하고 길로 들어섰다.

겨울 우모복은 물론이고 여분의 장갑과 보온 장비, 카메라·노트북 등을 합쳐 25㎏이나 되는 배낭은 의외로 크게 부담되지 않았다. 70L 크기 배낭 안에 차곡차곡 정리를 잘한 덕분이다.

루클라의 날씨는 춥지 않았다. 한낮의 기온은 약 15도로 트레킹 성수기인 10~11월과 다를 바 없었다. 이날 비행기에서 내린 사람은 고작해야 스무 명 남짓이었다. 덕분에 루클라 거리는 한산했다. 봄·가을 트레킹 피크 시즌이었더라면 거리는 흙먼지가 가득했을 것이다.

루클라에 내린 트레커의 1차 목적지는 해발 3440m 남체 바자르(Namche Bazzar)다. 수세기 전, 히말라야 북쪽 티베트 사람들이 낭파라(Nangpa La·5716m)를 넘어 정착한 곳 중 하나로 불과 수년 전까지만 해도 중국에서 넘어온 옷과 공산품 좌판이 깔렸던 곳이다. 남체는 그렇게 장터에서 발전한 마을이다.

루클라에서 남체 가는 길은 두드 코시(Dudh Kosi) 강을 거슬러 올라간다. 보통 이틀에 걸쳐 걷는데, 루클라에서 약 8km 떨어진 팍딩(Phakding·2610m)에서 첫날을 묵는 게 관례다. 3000m 아래서 하룻밤을 자며 고소 적응을 하는 것이다.

팍딩까지는 약 2시간 걸렸다. 날씨도 좋고 컨디션도 최상이었으므로 팍딩에서 쉬지 않고 곧장 걸었다. 히말라야가 처음인 트레커를 안내하는 현지 가이드는 루클라~남체 구간을 4개 구간으로 나눠서 걷는다. 팍딩, 몬조(Monjo·2840m), 조르샬레(Jorshalle·2810m)가 중간 기착지다. 마을에서 마을까지 각각 2시간 정도 걸린다. 그러니까 루클라에서 남체까지 곧장 걷는다면 약 8시간 걸리는 셈이다.

100㎏에 육박하는 짐을 짊어진 짐꾼과 히말라야의 상징 야크.

겨울이면 한국인이 절반

몬조에 도착했다. 몬조에는 사가르마타(Sagarmatha)국립공원 사무소가 있다. 여기에서 TIMS카드를 등록하고 입장료 3000루피(약 3만원)를 내야 한다.

오후 3시 국립공원 직원에게 “오늘 몇 명이나 들어갔느냐”고 물어보니 “오늘 입장한 21명 중 당신을 포함해 한국 사람이 11명”이라고 일러줬다. 어제도 비슷했다고 한다. 한겨울 쿰부를 찾는 트레커의 절반이 한국인인 셈이다.

루클라~남체 구간의 최대 난관은 남체 마을 직전 넘어야 하는 ‘깔딱 고개’다. 해발 2800m에서 시작해 3440m까지 고도 차 640m를 극복해야 하는 언덕이다. 이 구간에서 무리했다간 정작 남체에 올라가서 고소 증세를 보일 수 있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최대한 천천히 걷는 게 상책이다.

언덕을 오르면서 지게에 100㎏ 짐을 싣고 가는 알루 다망(45)을 만났다. 그의 몸무게는 55㎏. 자기 몸의 두 배에 달하는 짐이었다. “어렸을 때는 40㎏ 정도를 졌지. 100㎏을 나르는 사람은 많지 않아.” 그는 자신의 일에 자부심이 있었다.

나의 배낭은 그에 비하면 정확히 4분의 1 무게지만, 그래도 우리는 ‘등짐을 졌다’는 동질감에 길동무가 됐다. 그는 짬짬이 쉬는 사이 미소를 보였다. 이틀 동안 짐 100㎏를 나르고 받는 일당은 약 2000루피(약 2만원)다. 그는 “겨울에도 일이 있어서 좋다”고 했다.

이 길에서 짐꾼을 만나는 것은 흔한 일이다. 네팔 정부가 두드 코시 강을 따라 흐르는 길에 찻길을 내지 않는 이유가 이들 짐꾼 때문이다. 자동차가 있으면 짐꾼은 필요 없다. 요즘 들어 짐꾼에게 새 걱정거리가 생겼단다. 카트만두에서 곧장 헬리콥터를 타고 남체로 들어가는 사람이 늘고 있어서다.

해가 지고 나서 한참 뒤에 남체에 도착했다. 평소 알고 지내던 콩테뷰 로지의 옹추(33)를 찾아갔다. 모든 트레커는 남체에서 두 밤을 묵는다. 고소 적응을 위해서다. 또 남체는 힐러리스쿨, 산악박물관 등 둘러볼 것도 많다. 에베레스트BC 트레킹에서 남체는 이제 막 시작이나 다름없다. BC까지는 아직도 일주일 가까이 남았다.

쿰부(네팔)=김영주 기자
사진=이창수 사진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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