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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촌에 게스트하우스 연 70세 시인 "서비스는 신뢰 … 우리가 적격이죠"

지난달 23일 서울 북촌한옥마을에서 시인이자 소설가인 한귀남씨(오른쪽)가 중국 관광객 훙이 가족을 안내하고 있다. 한씨는 2년 전 외국인 게스트하우스를 열었다. [김상선 기자]


“창바이(長白)산? 아~ 백두산! 거기 나도 가 봤지. 윤동주 시인 시비도 보고.”

서비스업 도전 6074
"금노(禁老)영역은 없어요
겁먹고 포기하는 게 문제"



 지난달 23일 서울 종로구 북촌한옥마을. 한귀남(70·여)씨가 중국인 관광객 훙이(洪一·24·여) 가족에게 말을 건넨다. 이들은 한씨가 운영하는 한옥게스트하우스 ‘시인통신’에서 전날 밤을 보냈다. 시인이자 소설가인 한씨는 2년 전 게스트하우스를 열었다. 사람과 소통하고 북촌을 지키기 위해서다. 주민센터에서 석 달간 한 번도 빼먹지 않고 영어·일본어를 배웠다. 그때 배운 컴퓨터 기술로 홈페이지를 관리한다. 한씨는 “매일 다른 나라에서 오는 새로운 사람을 만난다. 서비스업의 생명은 신뢰인데, 우리 나이가 적격인 것 같다”고 말했다. 북촌에는 60세 이상이 주인인 한옥게스트하우스가 세 군데 더 있다.



 ‘젊은 노인’ 뉴실버(60~74세)의 출현으로 직업 지도가 바뀌어야 할 판이다. ‘금노(禁老) 영역’으로 통하던 서비스 분야에 뉴실버가 속속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댄스스포츠강사·바리스타·극장도우미·모델·호텔리어·홈쇼핑 등으로 뻗어 나간다. 이들 업종은 제품이 아니라 인적 서비스를 팔기 때문에 노인을 선호하지 않았다. 하지만 젊고 건강하고 열정적인 데다 전문지식을 갖춘 ‘6074’가 등장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김주영 보건복지부 노인지원과장은 “은퇴자들이 예전에 하던 일에서 벗어나기는 쉽지 않았지만 뉴실버가 등장하면서 노인 특성에 적합한 새로운 서비스 분야에 도전하는 경우가 많이 늘었다”고 말했다.



 이영실(67·여)씨는 댄스스포츠 스타 강사다. 서울 방배·강북 노인복지관과 무악동·사직동 주민자치센터에서 댄스스포츠를 가르친다. 지난달 17일 오후 4시30분, 서울 방배노인복지관에서 만난 이씨는 몸에 딱 달라붙는 무도의상을 입고 있었다. 2시간 반 동안 차차차·자이브·룸바·왈츠·탱고 등을 지도했는데도 피곤한 기색이 없다. 이화여대 법대를 2년 다닌 이씨는 50세에 댄스스포츠강사를 시작해 인기를 얻으면서 지금은 수강생이 300명에 달한다. 댄스스포츠 지도자와 심판원 자격증을 갖고 있다. 이씨에게 젊어 보인다고 했더니 “일에서 오는 에너지 덕분”이라고 받아쳤다. 이씨는 “60대는 아이들 시집·장가보낸 나이여서 오히려 젊은 사람보다 이런 강의에 적합하다. 잘 가르치려 연구하고, 그러다 보니 저절로 수강생과 교감하게 된다”며 “나이는 이제 정말 숫자에 불과하다. 과감하게 도전하라”고 말했다.



 6074의 서비스 진출은 싹 틔우기 단계다. 여기저기서 실험적인 시도가 이어진다. 서울 대학로CGV 도우미 조운제(65)씨와 바리스타 이병영(64)씨가 그런 경우다. 조씨는 국민은행 의정부지점장 출신의 금융인, 이씨는 주브라질대사관 공사를 거친 외교관이다. 조씨는 2007년 은퇴 후 3년 쉬다 보니 질렸다고 한다. 조씨는 “종전과 다른 일을 하고 싶었다. 청년들과 함께 일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이씨는 방배노인복지관 내 ‘2080 the # caf<00E9>’의 바리스타다. 그는 “서비스업에 부족한 게 신뢰인데 60대만 한 연령대가 있겠느냐”고 말했다. 부산의 토요코인호텔을 비롯해 전국 9곳의 호텔에서 뉴실버 호텔리어 47명이 새 영역에 도전하고 있다.



 뉴실버의 구매력이 커지면서 6074 모델과 홈쇼핑 쇼호스트가 등장했다. 경북 김천시 이수원(69)·배하나(67)씨는 부부 모델이다. 지난해 11월 배씨가 오디션에서 1등으로 뽑혀 모델을 시작했다. 태권도협회 화보가 첫 출연작. 얼마 전에는 제약회사 변비약 광고를 찍고 300만원을 벌었다. 배씨는 “세계 시니어 모델에 도전하고 싶다”고 말한다. 이애경(61·여) 씨는 CJ오쇼핑의 쇼호스트다. 이씨는 “우리 연령대의 이야기로 고객에게 다가간다. 나이 많은 게 부끄러운 게 아니다. 지레 겁먹고 포기하는 게 문제”라고 했다.



 보건복지부 김 과장은 “뉴실버가 새 영역에 도전할 수 있게 기업이든 복지관이든 누군가 코디네이터(조정자) 역할을 해야 한다”며 “뉴실버도 망설이지 말고 나설 때가 됐다”고 말했다.



◆특별취재팀= 신성식 선임기자, 장주영·김혜미·정종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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