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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민석의 시시각각] 안희정과 시간의 축지법

강민석
정치부 부장대우
‘폐족’이라던 친노가 하방(下放)해 지방권력을 쥔 게 4년 전이다. 안희정, 이광재, 김두관. 친노 도백 3인 가운데 곡절 끝에 안희정만 남았다. 설 연휴 전, 안희정 충남지사를 만날 수 있었다. 재선하면 차기도 노려볼 만하다는 그다. 여론조사 결과는 좋다. 그런데 당세가 기울고 있다. 민주당 패러독스다.



 “김구 선생님조차 살해당한 이 땅에서 사실 민주당을 하고 진보를 하는 건 힘들다. 고스톱으로 치면 새누리당이 쌍피 세 개를 쥐고 시작하는 판이니.”(안희정)



 “광(光) 세 개로 얼른 3점 날 수도 있다.”(기자)



 “대신 고(go)는 못 부르지.”(안희정)



 이게 무슨 못난이 대화일까만. 2002년 대선 때다. 한나라당은 골고루 패를 모았지만 점수는 안 되는 사사구통, 반면 민주당은 단일화 광패로 딱 3점을 냈다. 하지만 ‘원 고(one go)’도 못 부르고 정권을 내줬다.



 보수 4 대 중도 3 대 진보 3의 이념 비율, 노인의 증가. 민주당 민병두 의원은 여당에 유리한 이런 지형을 ‘기울어진 운동장’이라 표현했다. 그때도 상황은 닮았다. 안 그래도 기울어진 땅에서 안철수 신당까지 만났다. 안희정은 안철수 의원과 단둘이 대면한 적이 있다. 2012년 대선 직전이었다.



 -무슨 대화를 했나.



 “국민 지지에 어떻게 보답해야 할지 고민하더라. 좋은 사람이었다.”



 -안 지사가 받은 느낌은.



 “정치의병을 만난 정규 직업 군인의 심정이었다. 우리가 오죽했으면 의병이 나온다고 할까. 그러나 타이거 우즈가 골프 잘한다고 NBA로 가는 게 맞는 건지.”



 -그 의병이 정식 의병대를 조직해 도전해온다.



 “별기군을 만들어 신돌석(한말 의병장) 군대와 한판 붙어야 되나?”



 한 새누리당 의원이 경기도에서 새누리당과 신당이 1, 2등을 다투고 민주당이 3등을 하리라 예상하는 걸 들었다. 경기도 3등? 그런 상황이 오면 기울어진 운동장도 민주당엔 사치스럽다. 가난한 집 제사 돌아오듯 선거는 줄줄이 있는데, 그땐 계단에서 공을 차야 할지 모른다. 민주당, 정말 한숨 쉴 일만 남은 걸까.



 얼마 전 단골 국밥집 아줌마와 선거 얘기를 했다. 영화 변호인 속 돼지국밥집과는 다른, 소머리국밥집의 65세 충남 부여 아줌마였다.



 아줌마는 “새누리당은 약했고, 민주당은 고약스러웠다”고 했다. 안철수 신당을 좋아하느냐고 물었다. “국회의원 된 것도 못마땅해유.”



 - 그럼 서울시장으론 대체 누굴….



 “정몽준 안 나오면 박원순이유.”



 -새누리나 민주당은 싫다면서요.



 “당이 무슨 당이유. 우리 나이 되면 친목계를 해도 경험 있고, 똑 부러진 사람을 총무시켜유. 국민들, 약어유.”



 기울어진 운동장에도 좁은 길은 나 있다. 당보다 사람이라는 민심이다. 지금껏 민주당은 혁신, 혁신, 말은 많이 했다. 하지만 혁신의 백미는 사람이다.



 다시 안희정의 말이다. 만감이 교차하곤 하는 ‘특별한 상경기’다.



 “서울에 올라와 반포대교를 지나다 ( 방치된) 세빛둥둥섬을 보면 울화가 치민다. 광화문에 도착해 지나가는 젊은이들 보면 마음이 풀린다. 다들 늘씬 늘씬 잘생겼다. 대전역에선 다시 답답해진다. 역부터 청사 까지 가는 길은 서울의 20년 전이다. 논산에 가면 눈물이 난다. 버스 정류장에서 하루 세 대 오는 버스를 쪼그리고 앉아 기다리는 노인들을 보면 대전의 20년 전이다. …서울과 논산은, 40년 차다.”



 2012년 총선. 민주당은 ‘정체성’이란 듣도보도 못한 잣대를 세워 배타적 코드공천을 했다. 그 결과가 어땠나. 어떤 정체성 공천자는 막말을 해 선거를 말아먹었고, 어떤 이는 배지를 달자마자 안철수 진영으로 ‘먹튀’해버렸다. 국밥집 아줌마가 말한 똑 부러진 친목계 총무만도 못했다. 이번엔 그때와 반대로만 하라. 지방에 필요한 건 정체불명의 정체성 따위가 아니다. 서울과의 40년 거리를 좁힐 사람. ‘시간의 축지법’을 쓸 사람이다.



강민석 정치부 부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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