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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숫자만 맞춘다고 공기업이 개혁될까

이태경
경제부문 기자
40조원. 기획재정부가 2일 빚 많은 18개 공공기관으로부터 제출받은 2017년까지의 부채 감축 규모다. 기재부는 이들 공공기관의 부채비율이 19%포인트(286%→267%) 낮아질 것으로 기대한다. 여기까지만 놓고 보면 기재부의 공기업 개혁 드라이브는 괜찮아 보인다.

 그런데 시중의 반응은 썩 좋지 않다. “장밋빛 청사진” “거품 낀 졸속 대책”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실현 가능성에 의문이 드는 계획이 많아서다. 가장 큰 액수인 8조8000억원의 빚을 줄이겠다고 한 한국토지주택공사(LH)를 살펴보자.

수도권의 미분양 택지지구에 아파트를 짓는 건설사에 땅을 팔겠다는 게 LH의 복안이다. 하지만 민간 건설사들은 뜬금없다는 반응이다. “부동산 경기 침체로 몇 년째 개발이 안 되는 땅에 누가 아파트를 짓겠느냐”는 얘기다.

 서울 용산 철도차량부지 매각 대금으로 1조5000억원의 빚을 갚겠다는 한국철도공사(코레일)의 계획은 현실성이 더 떨어진다. 코레일은 지난해 용산재개발 무산으로 부지 소유권을 놓고 사업자인 드림허브와 5조원대의 소송이 붙어 있다. 최소 3년으로 예상되는 소송전에서 이겨야 코레일 땅이 된다. 그런데도 코레일은 일찌감치 자신들의 승소를 가정한 뒤 용산부지를 매각하겠다는 방안을 세웠다. 김칫국부터 마신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해외 자원개발 사업의 지분을 팔겠다고 나선 에너지 공기업도 크게 다르지 않다. 한국가스공사의 이라크 유전과 한국석유공사가 대주주인 캐나다 정유회사 날(NARL)이 대표적이다. 시장에선 이 두 곳을 투자 실패 사례로 보는 이가 많다. “쉽게 팔리지 않을뿐더러 팔더라도 제값을 받기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한다.

 물론 몇 개의 사례만으로 정부의 공공기관 개혁 의지를 깎아내리는 게 아니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정황을 보면 기재부나 공공기관이 시간에 쫓겨 숫자 맞추기에 급급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기재부가 자구안에 퇴짜를 놓으면 공공기관은 “일단 통과하고 보자”는 심리로 더 큰 금액을 적어내는 풍경이 지난 두 달 반 새 여러 번 목격됐기 때문이다.

그렇게 만들어진 40조원은 큰 의미가 없다. 2017년까지 적당히 눈치 보며 정권 바뀌기만을 기다리는 공공기관 수만 늘릴 뿐이다. 이런 장면은 그동안 수없이 목도한 익숙한 풍경이다. 40조원이 아닌 4조원이라도 실행 가능한 부채감축 방안을 만들어야 국민들이 공감하고 박수를 보낼 것이다. 그래야 공공기관 정상화가 공염불에 그치지 않을 수 있다.

이태경 경제부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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