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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국정원, 이제 어디로 가야 하나

한희원
동국대 법대 교수
국가안보법
국가안보는 주권국가의 운명이다. 따라서 국가안보 무한책임기구인 국가정보원은 어떤 시련이 오더라도, 대통령이나 정권이 몇 번 바뀌더라도 그 책무를 내려놓을 수 없다.

 지난달 31일 국가정보원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의결됐다. 정보통신망을 이용한 정치활동의 형사처벌, 정당·언론사 등 상시출입 금지, 정치관여 지시에 대한 이의와 신고, 공익목적 내부변절자 보호, 정치관여 형량 상향과 공소시효 연장, 세입·세출 예산 통제 강화 등의 조치가 포함됐다. 국정원법이 흡사 형사처벌법이 된 느낌이다.

 댓글 사건으로 촉발돼 한때 국정원 해체 수준으로 가려 했던 것에 비하면 정치권이 국가정보의 중요성을 조금이나마 깨달은 듯해 보인다. 하지만 정보기구법을 형사처벌법 수준으로 만드는 나라는 어디에도 없다. 일본이 특정비밀보호법을 제정하는 등으로 군사적 야망을 노골화하는 것이나 장성택 처형으로 불안정한 북한 정세, 지속되는 글로벌 무한 경제전쟁에 대한 대책은 보이지 않는다.

  오늘날 어떤 나라도 정보를 자급자족하지 못한다. 따라서 국가 사이의 정보공유는 더 많은 정보의 확보, 신뢰성 검증, 비용절감을 위해서도 필수적이다. 하지만 형사처벌 위주의 정보법을 가진 나라와 어느 나라가 고급정보를 공유하려고 하겠는가?

 그러나 국정원은 멈추어서는 안 된다. 여전히 대공·대정부전복·방첩·대테러, 그리고 국제범죄조직과의 전쟁이 책무이기 때문이다. 법 개정으로 공산주의와 정부 전복 세력, 각국 스파이와 대리인들이 국정원이 무력화된 것으로 착각하게 방치해선 안 된다. 개정안과 관련해 국정원 직원이 무엇이 정치개입이고 공익목적인지를 자신만의 독단으로 판단하는 우를 범해서도 안 된다. 향후 수준 높은 정보교육이 필요한 이유다. 더욱 세련된 첩보로 출입 필요성을 찾아 국회·정당·언론사·종교·노동 현장에 빈번하게 나서야 한다. 정보요원이 하지 말아야 할 것은 이유 없이 출입하는 경우뿐이다. 국정원은 무수한 첩보 속에서 알맹이 있는 정보를 생산하는 곳이다. 이것을 정보학에서는 밀과 겉겨의 문제라고 한다. 무에서 유를 창출하려면 무작정 맞닥뜨려 봐야 한다. 처음부터 눈에 띄는 간첩도 없고 정부 전복 세력도 없다. 시계열적인 집중관심으로 미래의 위험성에 대한 정보판단을 해야 한다.

 오늘날 글로벌 안보환경에서 사이버 세계의 방첩과 공작활동은 그 가치를 가늠할 수 없다. 사이버 심리공작, 네트워크 방위·착취·공격을 망라하는 사이버 전쟁(Cyber Warfare)은 법률 근거가 필요 없는 본질적인 책무다. 사이버 정보활동을 하다가 국가안보 위협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치안질서를 위해 불순 세력의 활동을 발견하면 검찰이나 경찰에 적극적으로 수사요청을 해야 한다. 사실 지난 대선 때 사이버 세계가 무법천지가 되지만 않았더라면 댓글 사건은 애당초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물론 국정원 일부 직원이 댓글이나 단 것은 한심하기 짝이 없다. 하지만 경찰과 검찰도 사이버 무법자에 대한 감시와 수사를 다하지 못한 것을 뼈저리게 반성해야 한다.

 향후 이어질 논의에선 국정원의 강화된 방첩수사력으로 정권교체와 무관한 중앙방첩청의 창설을 논의해야 한다. 경쟁국가와의 형평에 맞게 사이버 실명제와 통신설비업자의 협조의무를 담은 사이버안보법·대테러법 등 필수 입법 지원도 해야 한다. 대공수사권의 검경 이첩이나 국내·해외 정보 분리는 통일 후 10년가량 지나서야 가능하다는 것이 독일의 경험이다.

 어떤 경우에도 국가정보기구의 개혁논의가 정보기구의 존폐 문제로 치닫는 일은 없어야 한다. 국가정보기구 잘못의 대부분은 정책담당자나 국회의원들의 정보에 대한 이해부족에서 기인한다. 특히 최고통수권자의 국가정보에 대한 올바른 인식은 국가안보의 가장 큰 독립변수다.

한희원 동국대 법대 교수·국가안보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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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