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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 젊은 엄마들은 왜 영국산 원단 설빔에 열광하는가?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양선희
논설위원
설 대목, 감각 있는 젊은 엄마들 사이에 가장 ‘핫’한 관심사 하나가 영국산 리버티 원단 설빔이었다. 화려한 플라워 패턴의 고급 면직물로 유명한 이 원단은 원래 유아동복에 많이 사용되는데 올 설을 맞아 우리나라에선 어린이 설빔 저고릿감으로 대박을 쳤다. 리버티 설빔 기성품의 가격은 20만~30만원 선. 하지만 바늘 좀 잡을 줄 아는 젊은 엄마들이 인터넷에서 공구·직구 등으로 옷감을 사서 직접 만들어 입히면 그리 돈이 많이 들지 않는단다. 민족명절인 설날 웬 영국산 옷감이냐는 타박에 ‘그렇게 예쁜 국산 원단이 없는데 어떻게 하느냐’는 반박이 나온다. 실제로 플라워 패턴의 리버티 한복과 본견 한복을 나란히 놓고 보니 나도 리버티 한복에 눈길이 갔다.

 요즘 다시 ‘수입 원단’이 부활하는 느낌이다. 어릴 적 맞춤복 시절 엄마를 따라간 양장점에선 맞춤복의 가격이 수입원단이냐 국산원단이냐에 따라 갈렸었다. 그러다 기성복 시대 이후엔 ‘브랜드’를 따지긴 했지만 원단 타령은 쑥 들어갔었다. 그런데 요즘 다시 원단이다. 최근 이사를 한 터라 쿠션 몇 개를 사러 패브릭 전문점엘 갔는데 가격이 만만찮았다. 물어보니 모두 수입원단을 써서 그렇단다. 그러더니 비슷하게 베낀 국산 원단 제품도 있다며 보여줬다. 한데 결국 수입원단 제품을 샀다. 국산 원단은 설명할 수 없는 뭔가 한 끗이 부족했다. 한 번 사면 10년 이상 쓸 제품인데 애국심만으로 그걸 선택할 순 없는 정도의 부족함이었다.

 요즘 ‘에르메스보다 사만타’라고, 강남 트렌드 세터들을 휩쓸고 있는 사만타백도 이탈리아산 가죽원단을 들여다 국내에서 만들어 파는 것이다. 감각적으로 인테리어 좀 한다는 사람들은 핀란드 마리메코 패브릭 한두 점 들여놓는 것도 은근히 유행이다. 요즘은 이렇게 원단은 수입품, 봉제는 한국에서 한 제품이 최고급으로 꼽힌다.

 인기 있는 수입 원단들이 국산보다 품질이 훨씬 더 좋은 것은 아닌 걸로 보인다. 우리나라는 섬유대국이다. 한국 경제발전 기적의 선두엔 섬유와 봉제산업이 서 있었다. 국산 섬유는 여전히 수출 5대 품목에다 무역수지도 흑자를 내는 효자이고, 연구개발(R&D)을 쏟아부어 질적인 면에서 떨어지진 않는다. 문제는 패턴디자인과 색감. 유럽산 섬유엔 그 한 끗이 더 있다.

 산업의 소프트 혁명만이 미래 먹거리를 창출한다며 목소리를 드높인 게 10년이 넘었다. 한데 소프트 혁명의 최전선인 디자인에선 많은 발전이 있었음에도 창의적인 그 무엇인가가 안타깝게 부족하다. 기능이 첨단이라도 디자인에서 2% 부족하면 국내 소비자들도 선뜻 지갑을 열기 힘들다. 내일부터 갑오년 새해다. 새해엔 우리 산업도 그 한 끗의 부족함을 메우고 새롭게 도약했으면 좋겠다.

양선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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