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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상철의 중국 읽기] 화웨이의 위대한 늑대문화

유상철 전문기자
둔필승총(鈍筆勝聰)이란 말이 있다. 무딘 붓이 총명함보다 낫다는 이야기다. 책을 보고 며칠 지나면 알갱이는 흩어지고 잔상(殘像)만 남는다. 그래서 몇 자 옮겨 적기 시작했다. 그 내용을 공유하고자 한다.



『화웨이의 위대한 늑대문화』
<제1화> 눈은 고객을 향하고 엉덩이는 사장을 향하라

『화웨이의 위대한 늑대문화』(2014년 1월, 톈타오·우춘보 지음, 스타리치북스)



미·중 시대가 형성되고 있다. 한국의 고민도 깊어진다. 안보는 미국에, 경제는 중국에 의존하는 현실에서 균형 잡기가 날로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중국 통신장비 업체 화웨이(華爲)의 한국 진출 문제는 그 좋은 예다. LG 유플러스가 광대역 LTE망 구축을 위해 화웨이 장비를 도입하려는데 미국이 반대하고 있다. 조 바이든 미 부통령이 정홍원 총리에게 우려를 전할 정도다. LG는 싼 가격 때문에 화웨이 장비를 쓰려 하고, 미국은 통신 보안에 문제가 생긴다는 입장이다. 화웨이는 1987년 2만위안의 자본금으로 출발했지만 지난해 영업이윤은 무려 5조원에 달할 것으로 알려진다. 이 책은 무섭게 커가는 화웨이의 리더 런정페이(任正非)의 고민을 다루고 있다. 핵심은 거안사위(居安思危)라고나 할까. 그는 늘 닥쳐올 위기와 실패만을 생각하는 인물이다.



☞ “화웨이는 성공하지 않았고 그저 성장할 뿐이다…파산할 때까지 18개월 밖에 남지 않았다는 빌 게이츠의 경고는 MS 불패신화라는 기적을 만들어냈고, 지금 런정페이가 그 바통을 이어가고 있다” (11쪽) (촌평: 정상에 오르면 사실 내려갈 일만 남는 게 아닌가)



☞ “저는 지난 10년 동안 하루도 쉬지 않고 항상 실패만 생각했습니다…구체적인 시간은 알 수 없지만 언젠가 실패할 날이 올 겁니다. 역사적으로 봐도 이러한 사실은 변함없습니다. 피할 수 없을 바에야 언젠가 올 날을 대비해 미리 마음의 준비를 하자는 게 제 생각입니다” (12쪽)



☞ “죽음 앞에서는 누구나 공평하다는 이야기처럼 조직 역시 죽음을 피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생명 연장’에 대한 꿈을 꾸며 체질 개선에 나선다” (51쪽)



☞ “눈은 고객을 향하고, 엉덩이는 사장을 향하십시오. 상사에게 눈도장 한 번 받겠다고 미친 사람처럼 공항에 몰려나와 플래카드를 내걸지 마십시오…상사의 눈에 들었다고 해서 승진할 수 있을 거라는 헛된 꿈은 버리세요. 그렇게 생각하고 행동한다면 화웨이의 전투력만 약화시킬 뿐입니다” (56~57쪽) (촌평: 지당한 말이지만 우리 CEO 치고 런정페이처럼 행동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런정페이는 공항에 내리면 혼자 택시를 타고 목적지로 향한다)



☞ “낭패(狼狽)라는 단어의 유래를 아십니까? 낭(狼)은 앞다리가 길고 뒷다리가 짧은 늑대를, 패(狽)는 그와 반대로 앞다리가 짧고 뒷다리가 긴 늑대를 가리킵니다. 두 짐승이 같이 나란히 걷다가 사이가 벌어지면 순간 균형을 잃고 넘어져 당황하게 되는 것을 가리켜 낭패라고 하죠. 기업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시장을 개척할 ‘낭’을 앞세우고, 동시에 인솔에 능하고 종합적인 경영 플랫폼을 구축할 줄 아는 ‘패’가 필요합니다…기업이 발전하려면 낭과 패의 세 가지 특징을 모두 지니고 있어야 합니다. 첫째, 민감한 후각. 둘째, 불굴의 진취성. 셋째, 팀플레이 정신” (100~101쪽)



☞ “기온 차가 없다면 바람은 불지 않고, 수위(水位)가 없다면 물은 흐르지 않습니다” (114쪽)



☞ “런정페이는 중국의 전통적인 철학인 태극팔괘도로 ‘중립 이론’을 설명하는 걸 즐긴다. 태극도에서 흰 물고기는 양(陽), 검은 물고기는 음(陰)을 의미한다. 흰 물고기는 검은 눈동자를, 검은 물고기는 흰 눈동자를 가지고 있는데, 여기에는 양 가운에 음이 있고, 음 가운데 양이 있다는 도리가 담겨 있다. 세상 모든 만물은 변하는 동시에 서로 닮아가며 영향을 준다…사람이라면 누구나 장점과 단점을 가지고 있다. 때로는 장점과 단점이 대립하기도 하지만, 때로는 의존하기도 한다” (227쪽) (촌평: 세상에 변하지 않는 게 어디 있는가)



☞ “잘못이나 실수를 용납하지 않는 민족은 민족적 창조력이나 뛰어난 소질을 지닌 인재를 사장시킬 수 있다…영국의 거리 곳곳에 세워진 동상의 주인공은 대부분 위대한 사상가, 예술가, 성인 군자이지만 역사적으로 유명한 폭군이나 광대인 경우도 있다…60년 전 한국전쟁 당시 사로잡힌 중공군 포로들은 귀환 후에 ‘변절자’라고 손가락질을 받으며 평생 고난에 시달렸다. 이와 달리 미국인 전쟁 포로는 본국에서 전쟁 영웅 못지않은 예우를 받았다” (238쪽)



☞ “’거상은 게와 같다. 빨갛게 되면 죽는다(巨商如蟹 一紅就死)’는 중국식 속담이 있다. 게가 빨갛게 살이 오르는 순간 잡아 먹힌다는 뜻으로, 어느 정도 규모와 실력을 갖춘 거상이 자만심에 취해 위기를 인지하지 못하고 몸집만 키우다가 순식간에 무너진다는 의미로 풀이된다…런정페이는 목탄이 타는 장면을 가리키며 불이 새빨갛게 타오르면 즉시 재(灰)가 된다고 경고한다” (278쪽)



☞ “일반적으로 천적이 없는 동물은 먼저 멸종하지만 천적이 있는 동물은 점점 진화한다는 대자연 법칙은 인류 사회에도 똑같이 작용한다. 상업 조직이 발전하는 과정에서 만나는 온갖 종류의 라이벌은 조직에 크고 작은 위협이 되지만 동시에 조직이 성장할 수 있는 동력이 되기도 한다” (298쪽)



☞ “5000년에 달하는 중국 역사에서 200년 이상의 수명을 자랑하는 왕조는 오로지 한나라, 송나라, 명나라, 청나라 4대 왕조 뿐이다…개혁개방이 숨가쁘게 추진된 지난 30여 년 동안 MBA의 연구 대상으로 뽑혔던 우수한 중국 기업의 85%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2010년 중국 중소기업의 평균 수명은 3.7세에 불과하다” (302~303쪽)



☞ “일본 마쓰시타 전기는 사무실, 회의실, 복도 할 것 없이 똑같은 그림 한 폭을 걸어두고 있다. 빙산과 충돌하기 직전의 거대한 배가 그려진 그림 위에는 ‘배를 구할 수 있는 건 오직 당신 한 사람!’이라는 글귀가 적혀 있다.” (407쪽) (촌평: 런정페이가 왜 그렇게 노심초사하게 됐는지 느낌을 주는 대목이다)



유상철 중국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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