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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CTV 104대 … "친구랑 떠들더라" 엄마 편지에 깜짝

‘이곳 재수생들은 한국의 10대가 누리는 모든 것으로부터 차단당한다’.



대한민국 입시의 자화상
재수생 기숙학원 24시 르포

 2008년 미국 뉴욕타임스(NYT)가 소개한 한국의 재수 기숙학원 풍경이다. 시설은 번듯하지만 규율이 엄격해 부모에겐 ‘호텔식 학원’, 재수생에겐 ‘공부 감옥’으로 통한다. 지난 16~17일 경기도 이천의 한 재수 기숙학원을 찾았다.



 중부고속도로 서이천IC를 나와 차로 20분쯤 달렸을까. 산기슭에 있는 4층짜리 기숙학원 건물이 눈에 들어왔다. 2인 1실 숙소에 짐을 풀었다. 침대와 옷장, 화장실이 딸린 방엔 온기가 돌았다. 자동온도조절기·비데가 보였다. 이 기숙학원 임태균(34) 총괄실장은 “개인 독서실과 피트니스센터까지 갖췄다”고 소개했다. 오후 5시50분, 벨소리와 함께 방송이 흘러나왔다.



 “재수반 학생은 식사하기 바랍니다.”



 남색 단체복을 입고 명찰을 단 재수생들이 식당에 줄지어 섰다. 이 틈에도 영어 단어장에서 눈을 떼지 않는 학생들이 있었다. 저녁 반찬은 불고기와 소면무침, 부추전, 미역국. 식단은 매끼 이 학원 홈페이지에 공개된다. 조모(19)군은 “공부 말곤 할 게 없어 밥 먹는 게 유일한 낙”이라고 말했다.



휴대폰 적발 즉시 퇴소, 남녀 대화도 금지



지난 16일 경기도 이천의 한 기숙학원 교실에서 공부하는 재수생들을 CCTV가 내려다보고 있다. 이 학원은 104대의 CCTV로 교실·복도 곳곳에서 학생들을 관리한다(오른쪽 사진). [이천=안성식 기자]▷여기를 누르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학원 곳곳에 폐쇄회로TV(CCTV)가 보였다. 교무실에선 교실·독서실·복도 등에 설치한 104대의 CCTV가 보내는 화면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이 화면은 학원 홈페이지를 통해 학부모에게도 생중계된다. 임 실장은 “CCTV에 잘 보이는 자리로 옮겨달라는 학부모의 요청이 종종 들어온다”며 “하루 종일 로그인하는 부모들이 많다”고 귀띔했다.



반응은 엇갈린다. 학부모 박모(49·여)씨는 “24시간 샐 구멍이 없어 마음이 놓인다”고 말했다. 반면 박모(19)군은 “하루 종일 녹화한다고 생각하면 끔찍하다”며 “어머니에게 ‘CCTV 잘 보고 있다. 가끔 옆의 친구랑 떠들더라’는 편지를 받고 질겁했다”고 전했다.



학부모 "24시간 샐 구멍 없어 안심”



 하루는 숨 돌릴 틈 없이 빡빡하다. 오전 6시30분 기상(조식), 7시50분부터 수업·자습, 오후 11시30분 취침. 규율도 만만찮다. 기자가 머문 16일 밤에도 숙소 복도에서 ‘앉아 번호’식 점호가 이어졌다. 휴대전화는 적발하는 즉시 퇴소다. 금속탐지기까지 동원된다.



 통로 곳곳에 ‘강제퇴소자:강OO(휴대전화 소지·사용), 정OO(학습태도 불량)’ 등의 공지가 붙어 있었다. 외출·외박은 월 1회, 2박3일로 제한된다. 남녀 학생 간 대화도 일절 금지다. 김모(19)군은 “1년 내내 함께 공부한 여학생과 말 한마디 나눌 수 없는 건 아이러니”라고 말했다.



 이 기숙학원에선 재수생 161명을 관리하기 위해 강사 34명을 포함해 82명의 직원이 일한다. 김모(19)양은 “졸면 깨워주고, 성적도 수시로 상담 받고, 고민도 털어놓을 수 있다”며 “학교 다닐 때보다 더 잘 보살핌을 받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고재룡(48) 강사는 “기숙학원 학생은 일반 재수생과 눈빛부터 다르다”며 “친구나 인터넷에서 배울 기회가 없기 때문에 알 때까지 붙잡고 늘어진다”고 말했다.



최모(19)군은 “좀 답답해도 스스로 선택한 길”이라며 “학원비(월 228만원)를 내 준 부모님을 생각해서라도 버티려 한다”고 말했다. 재수생을 위한 기숙학원은 전국 40여 곳으로 추산된다. 주로 경기도에 있다. 김호영(51) 기숙학원비교센터 대표는 “과거엔 군대식 체벌 문화도 있었지만 요새는 사라졌다”고 말했다.



학생 "밥 먹는 게 유일한 낙 … 군대 같다”



 기숙학원은 통상 한 반을 15~30명으로 구성한다. 학원 전체는 200~500명 규모다. 교과목 강사 외에 생활지도 교사를 두고 ‘스파르타식’ 규율로 운영한다. 대부분 CCTV를 적극 활용한다. 학원비는 시설·강사 수준에 따라 월 150만~300만원 정도다. 임 실장은 “노량진 학원에서 재수해도 월 120만원은 든다”며 “숙식비·교통비 등을 감안하면 합리적인 수준”이라고 주장했다.



 서울 강남의 재수학원에 비해 ‘S·K·Y(서울·고려·연세대)’ 합격률은 낮은 편이다. 김영완(48) 이천비상에듀 원장은 “기숙학원엔 평균 수능 4등급 학생이 들어와 2등급까지 오른다”며 “학생에 따라선 일반 재수학원에 비해 성취도가 높다”고 주장했다.



이천=김기환 기자

사진=안성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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