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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의 친구라 믿었더니 … '카톡 보부상' 돈만 꿀꺽

경기도 안성에 사는 이모(24·여)씨는 지난해 11월 친구의 카카오스토리(일명 ‘카스’·카카오톡 회원들의 미니홈피)에 들어갔다. 친구가 공유한 글들을 우연히 봤는데 그중에 ‘카스 ID를 공유하면 추첨을 통해 상품을 준다’는 내용이 있었다. 카스를 매개로 물건을 파는 이른바 ‘카톡 보부상’이 올린 글이었다.



[이슈추적] 카카오스토리 사기 피해 확산
지인과 잘 아는 것처럼 속여 접근
무조건 현금 … 피해 구제 힘들어
용돈벌이 소문에 초등생도 열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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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판매자의 카스를 클릭하니 명품 운동화, 유아용품 등을 판다는 글과 함께 관련 사진 수십 장이 눈에 들어왔다. 이씨는 카톡으로 흥정을 한 뒤 나이키 운동화 두 켤레를 사기로 하고 28만원을 송금했다. 그러나 며칠이 지나도 물건은 오지 않았다. 이씨가 카스에서 예전 판매자를 수소문했지만 이미 탈퇴한 뒤였다.



 이씨는 송금 통장이 개설된 은행 지점 관할 영등포경찰서를 찾아갔다. 하지만 판매자가 타인의 명의를 도용하는 바람에 이씨는 성명 불상으로 고소할 수밖에 없었다. 그는 경찰에서 “친구가 공유한 글인데다 판매자가 너무 친절하게 상담에 응해 사기일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다”고 말했다. 현재 영등포서에 접수된 이씨 같은 피해자는 총 30명, 피해 금액은 600여만원에 달한다. 수사팀 관계자는 “대포폰·대포통장을 통한 거래인데다 카카오 측에선 ‘고객정보를 보관하지 않고 있다’는 답만 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통신기록에 대해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더라도 카카오톡 서버에 대화기록 등이 남아 있는 기간이 최대 5일에 불과하다”며 “그사이 이미 범죄자는 계정을 탈퇴하고 잠적해 버려 수사가 어렵다”고 덧붙였다.



 카톡 보부상들의 불법 상거래 행위가 늘어나면서 피해 사례도 급증하고 있다. 현재 인터넷상에 올라온 카스 숍 운영 홍보 글(블로그·트위터 등)은 1만 건이 넘는다. 하지만 통신판매사업자 등록을 거치지 않으면 거래 자체가 불법이라 처벌 대상이 된다.



 네이버 등 포털 사이트에는 “지인과 잘 아는 것처럼 속여 접근한 뒤 가짜 명품을 팔았다” “돈만 받고 연락이 두절됐다”는 식으로 사기 피해를 호소하는 글도 600여 건이나 올라와 있다. 기존 인터넷 쇼핑몰은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판매를 한다. 반면 이들은 친구를 맺은 특정인과만 거래한다. 주문도 카톡으로 은밀히 받는다. 무조건 현금 선입금 조건이다. 교환·환불은 안 된다고 아예 못박는다. 폐쇄형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특징을 십분 활용하는 거래라서 막상 피해가 발생하면 구제받기가 쉽지 않다.



 가짜 명품 거래도 시도된다. 지난 10일 경기도 평택해양경찰서는 카톡을 통해 위조 명품 2억원어치를 판매한 옥모(43)씨 일당 5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최근엔 초·중·고교생들이 카톡 보부상으로 나서는 사례도 적지 않다. 주로 아이돌 그룹의 사진·스티커를 팔거나 온라인몰에서 신발·의류 등을 구입한 뒤 이익을 남기고 재판매한다. 이들은 판매계(판매를 목적으로 하는 카스 아이디 계정)·거파금(거래 파기금)·톡디(카톡 아이디)·전공(전체 공개) 등 자신들만의 은어를 자주 사용한다.



 그러나 돈만 받아놓고 물건을 안 보내는 경우도 적잖다. 경북 구미의 한 중학교에 다니는 전모(15)군은 “(보부상이) 보통 한 반에 2~3명씩은 될 것”이라며 “이러다 보니 사기를 당한 친구들도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카스에서 의류를 판다는 한 고교생은 “숍 오픈 나흘 만에 통장에 50만원이 들어왔다”며 “용돈벌이가 된다고 소문이 나 일단 뛰어들고 보는 친구들이 있다”고 말했다.



 ◆판매업자 등록 여부 확인 필요=카카오 측도 골치 아프기는 마찬가지다. 회사 측 관계자는 “개인 간의 거래·대화 내용까지 알 수 없고 전화번호 말고는 수사기관에 제공할 수 있는 정보도 없다”며 “현재로선 소비자들이 피해 신고를 할 수 있는 권리침해신고센터가 운영 중이고 사후 ID를 영구 제재하는 조치도 취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ID는 얼마든지 새로 만들 수 있기 때문에 근본 대책은 되지 못한다. 이용자들은 거래 전 판매자가 통신판매사업자 등록이 돼 있는지 여부를 반드시 확인할 필요가 있다. 상당수의 카톡 보부상들이 사업자 등록이 안 돼 있다는 점을 감안해 거래 자체를 하지 않는 것이 낫다.



  박대우(55) 호서대 벤처전문대학원 교수는 “사업자 등록 여부 확인과 함께 실제 거래 시 구매자들의 돈을 중간에 예치하는 장치 등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채승기 기자



◆카톡 보부상(褓負商)=카카오톡에서 상거래하는 사람들을 일컫는 신조어. 주로 조선 후기 때 일용잡화를 봇짐이나 등짐으로 지고 지방 시장을 돌며 판매한 행상에 빗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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