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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 Report] 맛있는 배당



#삼성전자는 2013회계연도 배당금으로 2조1596억원(중간배당 포함)을 풀기로 했다. 주당 배당금은 1만4300원. 한 해 전보다 79% 늘어난 액수다. 올해 배당과 관련해서도 “상당한 수준으로 늘리는 게 목표”(이명진 IR팀장)라고 밝혔다. 스마트폰 부문의 수익성 둔화가 뚜렷하다는 우려 속에서도 이날 삼성전자 주가는 상승세를 타며 130만원대를 다시 회복했다.

저성장·저금리 지속되자 매력 부각
지난해 배당주펀드에 8700억 몰려
6조 넘게 빠진 일반주펀드와 대조



#신영자산운용의 ‘신영밸류고배당’ 펀드엔 지난해 10월 이후 3100억원가량이 순유입됐다. 국내 주식형펀드 중 단연 선두다. 이 펀드는 저평가된 주식 중 배당 수익률이 높은 종목들을 발굴해 투자한다. 보통주보다 배당을 더 주는 우선주도 주요 투자 종목이다. 배당주 주가가 강세를 보이면서 지난해 수익률은 20%에 육박했다.



기업이 벌어들인 이익을 주주에게 나눠주는 게 배당이다. 그런데 국내 기업들은 그간 배당에 인색하기로 유명했다. 돈을 벌더라도 당장 과실로 나눠주기보다는 재투자해 성장 속도를 끌어올리는 데 주력해 왔다. 투자자들도 굳이 손을 벌리지 않았다. 배당을 좀 더 받기보다 회사의 성장성이 좋아져 주가가 많이 오르는 게 더 유리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흐름에 변화가 생기고 있다. 투자자들의 배당에 대한 관심과 요구가 점점 커지고, 기업들도 조금씩 태도를 바꿔가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가 배당수익률을 0.5%에서 1% 수준으로 끌어올린 건 상징적이라는 평가가 많다.



 ‘배당의 재발견’은 이른바 ‘2저(低) 1고(高)’가 빚어낸 현상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지속된 ‘저성장’에 주가지수는 횡보를 거듭하고 있다. 돈을 많이 버는 기업들조차 투자할 곳이 없어 사내에 쌓아놓고 있는 형편이다. 성장 기대가 한풀 꺾이면서 눈앞의 배당이 더 이상 ‘푼돈’으로 보이지 않게 됐다.



 ‘저금리’도 불을 붙였다. 은행 정기예금 금리가 2%대까지 떨어지면서 배당수익의 매력이 부각되기 시작했다. 투자자들이 늙어가는 ‘고령화’도 원인으로 지목된다. 자본시장연구원 강소현 연구위원은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면서 안정적인 배당소득에 대한 사회적 수요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요즘 ‘배당주 펀드’는 전문가들이 추천하는 펀드 목록에서도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돈도 몰린다.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일반 주식형 펀드에선 들어온 돈보다 나간 돈이 6조4542억원 많았다. 하지만 국내 배당주식 펀드로는 거꾸로 8756억원이 순유입됐다. 황윤아 연구원은 “은행예금에 묶여 있던 보수적인 자금들 중에도 저금리를 못 견디고 해외 고배당주에 투자하는 ‘인컴펀드’로 옮겨가는 현상이 눈에 띈다”고 말했다.



 하지만 배당 수익률은 아직 높아진 관심과 요구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국내 상장사들의 배당 수익률은 2012년 기준으로 1.03%에 그친다. 미국(2.01%), 영국(3.71%), 싱가포르(2.82%) 등 선진국은 물론 중국(3.64%)보다도 훨씬 낮다.



 원래 그런 건 아니었다. 2000년만 해도 배당 수익률이 2.27%였다. 수익률 하락의 직접적 원인은 기업 양극화다. 이 기간 동안 이익이 눈부시게 늘어난 삼성전자·현대차 등이 속한 정보기술(IT)·소비재는 전통적으로 배당을 많이 하는 업종이 아니다. 이들 업종이 증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00년 30%에서 2012년 52%로 커졌다. 반면 전기·가스 같은 유틸리티, 통신, 소재산업 같은 대표적인 고배당 업종의 비중은 42%에서 16%로 쪼그라들었다. 게다가 돈을 버는 기업들조차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경영 불확실성에 대비하기 위해 이익을 주주에게 나눠주기보다는 ‘실탄’으로 쌓아두는 쪽을 선호했다. 국내 10대 그룹 계열 상장사(82개)의 사내유보금은 2010년 331조원에서 2013년 477조원으로 44% 증가했다.



 하지만 투자자의 배당 요구를 무시하기는 갈수록 어려워질 전망이다. 현대증권 오온수 연구원은 “IT업체라도 고(高)성장이 그치면 투자자들을 달래기 위해 배당을 점차 늘려가는 움직임을 보인다”면서 “마이크로소프트(MS), 인텔의 사례가 대표적”이라고 말했다. 스티브 잡스 생전에는 주주들의 배당 요구를 철저히 무시해왔던 애플이 지난해부터 배당을 시작한 것도 같은 맥락이란 설명이다. 강소현 연구위원은 “배당에 대한 관심이 높은 기관투자가의 비중이 커지는 것도 배당 요구가 커질 수 있는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오너 중심의 지배구조도 국내 기업들이 배당에 소극적이었던 배경이었다. 신영자산운용 박인희 주식운용2팀장은 “전문경영인 체제가 일반적인 서구에선 배당이 대주주들이 이익을 회수하는 중요한 장치지만 국내에서는 대주주가 직접 경영하는 경우가 많아 현금을 외부로 나눠주기보다는 투자로 기업을 키우는 데 더 관심을 가졌다”고 말했다. 세제도 배당에 불리하게 짜여 있다. 배당소득에는 세금이 매겨지지만 주식을 팔고 사서 생기는 자본이득에는 일반적으로 과세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일련의 ‘경제민주화’ 조치로 이런 흐름에도 변화가 생길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한 자산운용사 주식운용본부장은 “계열사에 대한 ‘일감 몰아주기’로 자녀 세대에게 부(富)를 이전하는 게 여의치 않아지면서 공식적인 배당을 활용하려는 대주주가 점차 늘 것”이라고 내다봤다.



조민근 기자



◆배당수익률=주가에 비해 배당금이 어느 정도 되는지를 나타내는 비율이다. 주당 배당금을 현재 주가로 나눈 뒤 100을 곱하면 나온다. 예컨대 1만원짜리 주식의 배당금이 1000원이면 배당수익률은 10%다.



◆배당성향=기업의 순이익에서 배당으로 지급한 금액이 차지하는 비율. 재투자를 많이 하는 성장 업종은 통상 배당성향이 낮고, 성숙기에 접어든 업종은 반대로 배당성향이 높은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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