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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년 도돌이표 '신흥시장 잔혹사'

남미 아르헨티나 페소화 가치는 지난 20일부터 25일까지 닷새 동안에만 15%(미 달러기준) 넘게 폭락했다. [부에노스아이레스 신화=뉴시스]


잔혹한 한 주였다. 주요 신흥국 통화가치가 지난주 급락했다. 아르헨티나 페소화는 15% 넘게 추락했다. 터키 리라화, 러시아 루블화, 브라질 헤알화, 칠레 페소화 등이 일제히 떨어졌다. 한국 원화가치도 1.9% 정도 하락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최근 5년 사이에 이렇게 신흥국 통화가치가 일제히 추락한 적이 없다”고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슈추적] 신흥국 위기 패턴
선진국 통화긴축 → 자본 고갈
현재는 호황 멈춘 '서든 스톱'



 불길한 조짐이다. 로이터통신은 “외환시장 참여자들에게 아주 익숙한 먹장구름이 피어오르고 있다”고 이날 전했다. 신흥국 위기다. 2001년 아르헨티나 사태 이후 10여년 동안 잊혀졌던 말이다. 심지어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엔 신흥국들이 ‘글로벌 경제의 신형 엔진’ 등으로 상찬됐다. 짐 오닐 전 골드먼삭스자산운용 회장 같은 인물들은 “신흥국 위기는 잊어라!”고 목청을 돋우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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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나 미국의 양적완화(QE) 축소와 맞물려 신흥국들의 약한 속살이 드러나고 있다. 경상수지 적자와 단기 외채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아르헨티나는 2009년 이후 5년째 경상수지 적자다. 그 바람에 외환보유액이 지난해 말 현재 250억 달러 수준으로 줄었다. 단기 외채는 203억 달러 정도다. 여차하면 거덜나기 십상이다. 터키도 2005년 이후 경상수지 적자에 시달리고 있다. 그 바람에 단기 외채만도 1200억 달러에 이른다. 반면 이달 17일 현재 외환보유액은 1068억 달러밖에 되지 않는다.



 세계 1위 투자은행인 골드먼삭스는 최근 보고서에서 “아르헨티나·터키뿐 아니라 남아공·인도네시아·러시아·브라질 등 신흥국의 고전적인 약점이 노출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1800년 이후 200여년 동안 되풀이된 일이다. 그렇다면 이제 신흥국 위기가 본격화되는 것일까.



 미국 금융전문지인 알파매거진은 월가 전문가들의 말을 빌려 “신흥국 위기로 가는 긴 여정이 이제 시작됐을 뿐”이라며 “서든 스톱(Sudden Stop) 단계라는 게 일반적 판단”이라고 전했다. 1800년 이후 서든 스톱을 추적한 미 럿거스대 마이클 보르도(경제학) 교수는 “서든 스톱은 신흥국으로의 자본유입이 급감하는 현상으로 선진국 통화긴축 전후에 주로 나타난다”며 “시장이 취약국들을 테스트하는 시기”라고 설명했다. ‘시장의 간보기 국면’이란 얘기다.





 실제 글로벌 시장은 지난해 8월부터 신흥국들을 테스트하기 시작했다.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QE 축소를 언급한 지 두 달 정도 지난 뒤다. 그때 인도·인도네시아·터키·브라질·남아공의 통화가치가 가파르게 떨어졌다. 이른바 ‘F5(취약한 5개국)’들이다. 이 리스트는 요즘엔 ‘E8(벼랑끝 8개국)’로 확대됐다. 남아공·터키·브라질·인도·인도네시아·헝가리·칠레·폴란드 등이다.



 이제부턴 대응속도가 열쇠다. 보르도 교수는 “해당 국가들이 구조조정을 단행해 명목임금을 떨어뜨려 얼마나 빨리 수출시장에서 가격 경쟁력을 회복하는가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이 조기 대응이 실패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바로 ‘쌍둥이 위기(Twin Crises)’를 겪을 수밖에 없다. 외환-금융 위기가 잇따라 일어나는 단계다.



 미 하버드대 카멘 라인하르트(경제학) 교수는 1990년대 이 개념을 처음 소개하면서 “통화가치가 추락하면서 자본이탈이 더욱 심해져 기업들이 줄줄이 무너진다”며 “그 여파로 신흥국 금융시스템이 사실상 작동을 멈춘다”고 말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아직 최악을 이야기하기엔 이르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불길한 예감을 떨치기가 쉽진 않다. 터키·인도·브라질 등이 총선이나 대선을 앞두고 있어서다. 이들 나라는 90년대 경제 자유화 등으로 빈부격차도 벌어질 대로 벌어져 있다. 고금리 정책과 해고 자유화 등 가혹한 처방을 하기 쉽지 않은 국면이다. 세계 2위 투자은행 모건스탠리가 최근 보고서에서 “신흥국 리더들의 대응능력이 아주 약해져 있다”고 한 까닭이다.



강남규 기자  



◆서든 스톱=선진국의 통화긴축 등으로 신흥국 자본유입이 급감하거나 중단되는 상황. 앨런 그린스펀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전격적으로 기준금리를 인상한 1994년 이후 달러 환류가 전형적인 예다. 자본이탈, 통화가치 하락, 신흥국 내 민간 투자·소비 급감이 뒤따르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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