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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호의 시시각각] "친일파가 더 많이 나와야 한다"

이철호
수석논설위원
월요일 아침, 제목만 보고 밥맛 떨어질 분 많을 듯싶다. 하지만 누구 말씀인지 알고 나면 생각이 달라진다. 바로 김구 선생이다. “이웃나라를 잘 아는 친일파는 많을수록 좋다. 없으면 만들어야 한다. 나는 반민족적 친일파를 미워할 뿐이다.” 이 발언을 직접 들었다는 재일사학자 최서면 선생의 증언이다. 해방 공간 그는 김구 선생 밑에서 학생운동을 하다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인물이다.



 지난 연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은밀히 일본에 건너갔다. 지난해 봄 샤프의 지분 3%를 인수한 데 이어 추가 지분 투자를 위한 비밀 출장이었다. 1차 합작 당시 샤프 주가는 자금난에서 벗어나 단박에 14%나 뛰었고, 삼성전자는 대형 LCD 패널을 안정적으로 공급받게 됐다. 서로 LCD 공급 과잉에 따른 수익성 악화를 막았다. 윈윈 게임이었다.



 하지만 2차 협상은 싸늘하게 깨졌다. 삼성전자 고위관계자의 이야기다. “지난해 여름부터 욱일승천기 논란과 한국 축구응원단의 플래카드(‘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 문제로 기류가 이상하게 흘러갔다. 느닷없이 일본 재계가 기술 유출을 걸고 넘어졌다. 연말 2차 합작 때의 분위기는 말도 못하게 살벌했다. 일본의 정치권·재계를 의식한 탓인지 샤프가 아예 접촉 자체를 꺼렸다. 한·일 경제전쟁-또는 경제보복-이 물밑에서 실제 진행되는 섬뜩한 느낌을 받았다.”



 일본은 만만한 이웃이 아니다. 남북관계를 헝클 비밀병기도 갖고 있다. 바로 북·일 수교 카드다. 양측의 비밀접촉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이번엔 몽골이 중간에서 다리를 놓고 있다. 몽골은 스모의 천하장사 격인 요코즈나(橫綱)를 10여 년간 차지할 정도로 일본과 정서적으로 가깝다. 북한과는 몽골 대통령이 김정은 체제 등장 이후 외국정상 중 처음으로 평양을 찾았을 만큼 밀월관계다. 지난해 아베 총리의 몽골 방문(3월)과 몽골 대통령의 일본 답방(9월)도 예사롭지 않은 삼각 외교다.



 도쿄 정치판에서 일본인 납치 문제와 북·일 수교 협상은 아주 매력적인 카드다. 고이즈미 전 총리는 두 차례(2002·2004년) 방북 때마다 지지율이 10%포인트가량 치솟았다. 아베도 이 두 사안과 인연이 깊다. 납치 문제에 강경한 대응을 주문해 정계의 신데렐라로 떠올랐고, 차기 총리를 꿰찼다. 그는 고이즈미의 방북에도 동행했다. 수교 카드는 북한에도 매력적인 돈줄이다. 식민지 배상금만 해도 200억~300억 달러로 추산된다. 지난 18년간 남한이 북한에 지원한 규모의 10배다.



 요즘 일본의 행보가 신경질적으로 변한 게 사실이다. 하지만 감정적으로 대응할 일이 아니다. 우리 스스로 ‘일본 우경화=제국주의’라는 도식적 판단에 사로잡혀 있는지 모른다. 일본은 이라크에 자위대 500여 명을 파견했을 때 헌법 9조 해석과 자위대법에 묶여 자체방어조차 못한 나라다. 간신히 인근 네덜란드 군의 보호를 받았다. 일본 우경화를 과장되게 해석할 필요는 없다. 독도 문제도 마찬가지다. 일부는 군대를 주둔시키자고 야단이지만 필자는 정반대다. 경찰로도 충분히 치안이 유지되는 평화로운 우리 영토에 굳이 군대를 보내 분쟁지역이란 인상을 줄 필요가 없다.



 아베의 돌출행동은 다분히 국내 정치용이다. 일본의 맞상대는 한국이 아니라 중국이란 사실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아베의 한·일 정상회담 구애에 언제까지 손사래를 칠 일이 아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오히려 기습적으로 응하는 것도 방법이다. 쓸데없이 경제보복이나 염한(厭韓) 정서를 자극하는 것은 자해행위나 다름없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평가는 후세 역사가에게 맡기고 기필코 국교 정상화를 해야겠다”고 했다. 당시 반대 시위에 앞장섰던 이명박 전 대통령도 말년에는 완전 딴판으로 변했다.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까지 시도했다. 이게 현실이다. 어느 때보다 감정을 접고 차분하게 한·일 관계를 관리해야 할 때다. 더 많은 냉철한 친일파를 주문한 김구 선생의 말씀을 다시 한번 음미해 보았으면 한다.



이철호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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