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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저출산 특단조치 … 코란 교리까지 비틀었다

출산율 하락으로 고민에 빠진 이란에선 종교 지도자들이 출산 장려에 발벗고 나섰다. 이들이 코란 재해석을 통해 인공수정을 승인하면서 불임 시술에 대한 거부감이 사라지고 출산은 부부 모두의 책임이라는 인식도 확대됐다. 테헤란에 있는 소아병원 집중치료실에서 간호사가 신생아를 돌보고 있다. [테헤란 AP=뉴시스]


이란 남부 도시 시라즈에 있는 불임클리닉은 진료를 위해 방문한 여성들로 늘 북적댄다. 한 30대 여성은 “아이를 갖기 위해 5년간 저축했다”고 말했다. 이 병원 로비엔 이란의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내린 파트와(이슬람 학자가 이슬람 법에 대해 내놓는 의견)가 액자에 걸려 있다. 정자와 난자 공여를 허용한다는 내용이다. 병원을 찾는 사람들은 행여 시술이 교리에 어긋나는 건 아닌지 우려하기 때문에 병원이 하메네이의 ‘허락’을 내세워 이들에게 심리적 안정감을 제공하는 것이다.

산아제한에 사촌 결혼 불임 많아
"노인 나라" 경고에 출산 독려 선회
제3자 정자·난자 얻는 건 간통
이혼 후 재결합으로 논란 비켜가



 핵 문제로 서방과 오래 대치해 온 이란은 강경하고 적대적인 국가라고 여겨지지만 출산 장려에 관한 한 어느 이슬람 국가보다 진보적이다. 최근 포린폴리시 보도에 따르면 이란 전역에선 70곳이 넘는 불임클리닉이 성업 중이다. 이들은 종교의 승인과 장려 아래 출산율 높이기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란은 80년대 후반부터 산아제한 정책을 펼쳤다. 이란-이라크 전쟁으로 국가가 황폐해진 상황에서 많은 인구를 감당할 수 없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콘돔이 무상 지급됐고 정관수술도 정부 지원으로 이뤄졌다. 문제는 정책이 지나치게 성공했다는 점이다. 80년대 여성 1인당 6명을 넘기던 출산율은 2011년 1.90명까지 떨어졌다. 197개국 중 132번째다(같은 조사에서 한국은 1.22명으로 191번째다).



 최근 하메네이가 “머지않아 노인들의 나라가 되고 말 것”이라고 경고하기에 이르렀고, 20년간 이어진 정책은 폐기됐다. 이젠 국가가 나서 출산을 독려한다. 육아휴직을 확대했고 출산 가정에 금화도 지급한다. 하지만 경제 제재로 물가가 오르고 실업률이 높아진 상황에서 젊은이들은 여전히 아이 낳기를 꺼리고 있다.



 장애물은 경제만이 아니다. 이란은 다른 이슬람권 국가와 마찬가지로 특별한 불임 문제를 갖고 있다. 사촌 간의 결혼이 허용됨에 따라 우생학적으로 불임 비율이 높다고 알려져 있다. 의료인류학자인 마르샤 인혼 예일대 교수는 남성의 불임은 “중동의 숨겨진 이야기”라고 했다. 이란의 한 병원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불임으로 고통 받는 커플이 20%에 이른다. 전 세계 평균인 8~12%와 차이가 크다.



 적극적인 시술 외엔 해법이 없는 상황이다. 약 20년 전 최초의 체외수정 클리닉이 생긴 이래 이란에서 부부의 정자와 난자를 채취해 수정한 뒤 아내의 자궁에 착상시키는 방식은 거부감 없이 받아들여지고 있다. 하지만 이것이 불가능할 때 이뤄지는 제3자의 정자·난자 공여를 통한 임신은 다른 차원의 문제였다. 시술 당사자들이 제3자가 개입한 임신을 간통으로 간주한 것이다. 의사들은 종교에서 답을 찾았다. 무즈타히드(독자적 교리 해설자)에게 종교적 해석을 의뢰했다. 코란을 문자 그대로 해석하는 수니파와 달리 이란 인구의 90%를 차지하는 시아파는 종교 지도자의 해석을 신봉한다.



 무즈타히드가 제시한 해결책은 이랬다. 여성이 불임인 경우 남편은 난자 공여자와 결혼하고 시술을 마친 뒤 이혼한다. 남성이 불임이면 일단 아내는 남편과 이혼을 하고 3개월의 유예기간이 지난 뒤 정자 공여자와 결혼한다. 이후 한 번 더 이혼하고 원래 남편과 재결합하는 방식이다. 복잡한 요식 행위에 불과해 보이지만 이슬람 사회가 엄격하게 금하는 간통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한 혁신적인 꼼수인 셈이다.



 출산 장려를 위해 종교 지도자들이 교리까지 슬쩍 비틀자 문화 자체가 바뀌었다. 이슬람 문화가 성(性)에 관한 것을 금기시하는데도 사람들은 병원을 추천하고 시술 경험을 인터넷에서 공유한다. 시술에 드는 비용이 1500달러로 아주 낮은 수준이지만, 이를 보험 청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움직임도 있다. 최근엔 최초의 성기능 장애와 성병 클리닉도 문을 열었다. 또 줄기세포 연구와 복제를 허용하는 새로운 파트와도 내려졌다. 이란의 ‘출산 혁명’ 효과가 이웃 국가까지 퍼져나갈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수니파들에게 제3자 공여는 “있을 수도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한편 국내의 불임클리닉에도 중동의 불임 부부들의 문의 전화가 걸려온다. 미즈메디병원의 김승연 홍보팀장은 “최근 리비아 출신의 부부가 시험관 시술을 했지만 임신에 실패하고 3월에 재시술을 위해 방문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그는 “중동에 불임 부부가 많아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본다”며 “불임과 관련한 의료관광도 이제 시작됐다”고 말했다.



홍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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