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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길영의 빅데이터, 세상을 읽다] 열정에 배부름을 허하라

송길영
다음소프트 부사장
지난 3년8개월간의 소셜 빅데이터 속에서 ‘예술’의 연관어는 ‘빛나다’ ‘멋지다’ ‘아름답다’ 등이 보입니다. 이에 반해 ‘예술하다’라는 말의 연관어는 ‘힘들다’ ‘어렵다’ ‘배고프다’라는 말이 두드러지는군요. 예술은 향유할 때는 좋을지 몰라도 그것을 ‘하는’ 주체가 되면 어렵고, 힘들고, 배고픈 것이 당연하다는 말인 듯하네요.



 예술은 빛나고 아름다운 것인데, 예술하는 것은 힘들고 어려운 것이라니 이상하지 않나요? 향유할 때와 막상 주체가 되어 그것을 수행하는 것은 왜 이렇게 다를까요?



 똑같은 규모의 작품을 할리우드에서 찍으면 제작비가 몇 배 더 들어간다는 말로 한국영화의 경쟁력을 설명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그 이면을 들여다보면 우리 영화가 저임금 스태프들의 밤샘 작업에 기대어 만들어진다는 불편한 사실이 놓여 있습니다. 극장에서 즐겁게 영화를 보면서 ‘예술하는 사람들은 으레 힘들고 배고프겠거니…’ 하며 무심코 넘어가는 것은 아닌지요.



  다른 분야에서도 열정이라는 이름으로 정당한 대가가 지불되지 않는 것이 사회 문제로 공론화되고 있습니다. 높은 대학진학률로 고급 인력이 과다하고, 이에 반해 좋은 일자리는 상대적으로 귀한 요즘입니다. 일과 시간에 대한 합당한 대가가 ‘돈과 바꿀 수 없는 순수한 열정’에 대한 찬사와 함께 제대로 치러지지 않는 구조가 고착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지요.



 방학이 되면 인터넷 구인 사이트에는 무급 인턴직에 대한 공고가 사기업뿐 아니라 국회나 비정부기구(NGO)와 같은 기관에서도 버젓이 나오는 상황입니다. 트위터상의 을(乙)들의 반란이라는 대나무숲 이야기를 들으며 고개를 끄덕이지만, 막상 거래처에 시켰던 제안서나 기획서에는 한 푼도 비용을 지불하지 않으려 합니다.



 양심의 가책을 피하기 위해 이런 불합리를 관행이라고 부릅니다. 그리고 애덤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에 책임을 미루려 하지만, 그 과실을 따먹는 우리도 역시 공범임에는 틀림없습니다.



  선진국은 작은 일에도 대가를 지불하는 것에서 출발합니다. 누군가의 희생을 전제로 얻게 되는 나의 편안함은 지속될 수 없습니다. 한국이 초저출산국이 된 것도 우리가 후손들의 미래를 어떻게 보고 있는지 알려주는 리트머스지와 같습니다.



 열정을 보여주는 마음이, 곧 대가가 없어도 좋다는 뜻은 아닙니다. 열정은 남에게 요구할 수 있는 것 또한 아닙니다. 자발성이 결여된 강요받은 열정은 또 다른 구조적 폭력과 다름없습니다.



 아무도 배고프지 않은 사회에서 스스로 발휘하는 열정을, 꿈이 아닌 현실에서 빨리 보고 싶습니다.



송길영 다음소프트 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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