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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칼럼] 나라 체면 상징이 된 외교관 특권

이언 부루마
미국 바드대 교수
외교관들은 신중하게 행동하게 마련이다. 따라서 대중 앞에 존재를 드러내는 일이 드물다. 하지만 최근 두 명의 외교관이 주재국에서 체포된 사건이 보도되면서 이들의 면책특권이 새롭게 도마에 올랐다.



 첫 사건은 네덜란드 헤이그 주재 러시아 대사관의 드미트리 보로딘 참사관이 지난해 10월 어느 밤에 체포된 것이다. 보로딘은 당시 술 취한 상태로 어린 두 자녀를 매질하다가 이웃이 현지 경찰에 신고하는 바람에 체포됐다. 그는 자신의 집에서 수갑이 채워져 경찰서로 연행됐다. ‘외교 관계에 대한 빈 협약’에 따르면 외교관들은 현지 주재 국가의 법에 따라 기소될 수 없다. 그래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외교관 면책특권을 무시했다며 네덜란드 정부에 즉각 사과를 요구했다. 대중 선동적인 러시아 정치인 블라디미르 지리노프스키는 추종자들에게 모스크바 주재 네덜란드 대사관의 창문을 박살내라고 했다. 일주일 뒤 러시아 주재 네덜란드 외교관이 무장 괴한들로부터 집단 폭행을 당했다 .



 이 사건은 타이밍이 좋지 않았다. 네덜란드의 빌렘 알렉산데르 국왕은 ‘네덜란드-러시아의 해’에 맞춰 양국우호를 기념하기 위해 곧 러시아를 방문할 예정이었다. 네덜란드 외무장관은 자국 경찰의 업무수행에 대해 러시아에 공식 사과했고 보로딘은 모스크바로 귀환했다. 12월에는 뉴욕시 경찰이 뉴욕 주재 인도 영사관의 데비아니 코브라가데 부총영사가 가사 도우미에게 미국의 최저임금 이하를 지급했고 취업비자 신청서도 위조한 혐의로 체포했다. 알몸 수색을 비롯해 코브라가데를 다룬 방식은 지나쳤다고 볼 수 있지만, 영사관 직원은 고위 외교관이 누리는 면책특권을 제대로 적용받지 못하기 때문에 경찰은 권한 내에서 행동한 셈이다. 하지만 인도는 러시아보다 더 강하게 반발했다. 언론은 분노했다. 사과 요구가 이어졌다. 시위도 벌어졌다. 인도 주재 미국 외교관들은 관례적인 특권을 박탈당했다. 현지 주재 미국 외교관들의 동성 파트너들은 동성애를 범죄로 간주하는 인도 법률에 따라 체포될 수 있다는 위협까지 받았다.



 이 모든 것은 상식에 어긋나고 유치한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외교관들은 주재국에서 자국을 공식 대표하기 때문에 그들의 상징성은 개인 인격보다 더 중요하다. 외교관은 국기와도 같다. 외교관들을 무시하면 그들의 나라를 모욕하는 게 된다. 그리고 이런 문제가 국가적 체면과 관련됐을 때 러시아와 인도는 다른 어느 나라보다 더욱 예민한 것 같다. 러시아는 항상 서구 열강에 무시당한다고 여겨 왔고 인도는 식민지 시절의 굴욕을 떠올려 왔다. 인도 유력신문 ‘타임스 오브 인디아’의 기자는 인도인의 감수성을 간단명료하게 표현했다. “슬픈 진실은 인도가 지금 외국에서 삼류 ‘바나나공화국(국격이 떨어지는 신생국가)’쯤으로 여겨진다는 점이다.” 사실이건 아니건 간에 많은 인도인, 특히 정부 엘리트들이 그렇게 믿고 있다. 뉴욕시 경찰의 행동은 울고 싶은데 뺨을 때린 격이 됐다.



 외교관에게 면책특권을 부여한 것은 18세기 초에 벌어졌던 또 다른 사건 때문이다. 러시아의 표트르 대제가 런던에 외교사절로 파견했던 귀족 안드레이 마트베예프가 현지 관리에게 구금돼 끔찍한 대접을 받고 석방 대가로 돈까지 요구받았다. 이에 대해 러시아는 항의했으며 영국은 사과했다. 영국 의회는 외교관들이 앞으로 이런 일을 당하지 않도록 새로운 보호법을 만들었다.



 물론 보로딘과 코브라가데는 이런 귀족과는 거리가 멀다. 보로딘은 새로운 러시아의 외교관을 대표한다. 코브라가데는 신흥경제국의 대표주자로서 국부와 자존심이 날로 커지는 인도의 새로운 엘리트를 대표한다. 한 나라의 국민은 존경받는 외교관을 가질 권리가 있다.



ⓒProject Syndicate



이언 부루마 미국 바드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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