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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세 체납금 20억원 걷어 … 계약직 아줌마들 일 냈다

천안시 서북구 납세도움 콜센터 직원들이 활짝 웃고 있다.
체납자들의 폭언과 협박에도 불구하고 계약직 주부 근로자들이 10개월 만에 지방세 체납금(지방세) 20억원을 거둬들이는 성과를 올렸다. 대부분 100만원 이하의 소액 체납자를 대상으로 일궈낸 성과여서 더욱 값지다. ‘아줌마’의 힘을 보여 준 4인방을 만나기 위해 천안시 서북구 지방세납세도움 콜센터를 찾아가 봤다.



천안 서북구 콜센터 '주부 4인방' 성과

“안녕하세요. 천안시 서북구 지방세 납세도움 콜센터입니다. 자동차세 7만원을 납부하지 않아 다시 안내전화 드렸습니다.”



 콜센터 직원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수화기로 체납자의 폭언이 쏟아졌다. “빚쟁이도 아니고 내가 큰 빚을 진 것처럼 이런 식으로 전화하면 곤란하지. 사채업자도 이렇게 하지는 않는데. 나도 가만히 있지 않을 거야. 아줌마가 뭐라고 참견해.”



 체납자 안모(42)씨는 이전에도 자동차세를 납부하지 않아 번호판을 영치 당했다. 그때도 직원들에게 폭언을 해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던 장본인이다. 이처럼 콜센터의 업무가 체납을 환수하는 일이다 보니 당사자와의 대화가 기분 좋을 순 없다.



 하지만 보람된 일도 많다. 이모(51)씨는 최근 수년 간 체납된 자동차세·재산세·지방소득세·주민세 등 지방세 200여 만원을 납부했다. 직원이 체납안내를 위해 처음 전화할 당시만해도 온갖 폭언을 퍼붓고 ‘가만두지 않겠다’는 협박까지 하는 등 고질 체납자 중 한 명이었다. 하지만 열변을 토하는 이씨의 사정을 들어주며 도움이 될 수 있는 방법을 함께 고민하는 직원의 대응에 차가웠던 마음이 녹았다.



 “제가 먼저 사과를 했죠. 따뜻한 인사 한마디 없이 본론만 얘기해 감정을 악화시킨 것 같아서요. 30분 넘게 그분의 상황을 듣고 보니 ‘세금을 내지 못한 체납자들의 마음은 오죽했을까’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저의 잘못을 인정하고 이후로 대응방법을 바꾸려고 노력했더니 오히려 그분이 미안하다고 사과하면서 분납을 약속했고 현재는 완납처리 돼 마음이 뿌듯합니다.”



 남자 직원들도 꺼려하는 지방세 체납 안내 업무를 4명의 계약직 여직원이 맡아 기대 이상의 성과를 올리고 있다. 천안시 서북구청은 지난해 3월 특수시책으로 ‘지방세 납세도움 콜센터’를 차려 운영에 들어갔다.



콜센터 직원이 체납현황 모니터를 보고 있다.
콜센터 직원들이 지난해 3월부터 불과 10개월간 거둬들인 체납금이 무려 20억5500만원에 달한다. 6000여 명으로부터 ▶도세 4억5100여 만원(취득세 4900만원, 등록면허세 800만원, 기타 3억9400만원) ▶시세 16억300여 만원(재산세 4억3000만원, 자동차세 9억3800만원, 주민세 7800만원, 기타 1억5700만원)을 징수했다. 서북구 공무원들은 고액 체납 징수업무에 집중하다 보니 소액 체납징수에 한계가 있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착안한 콜센터가 큰 성과로 이어진 것이다.



 콜센터는 1000원 단위에서부터 100만원 이하의 소액체납 위주로 납부안내를 한다. 특히 10만원 미만의 소액체납자의 경우 무관심으로 인해 체납이 지속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콜센터가 이를 전담하면서 세금관리가 체계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특히 주부들로 구성된 콜센터 직원은 정규직 공무원이 아닌 계약직으로 폭언과 협박을 들으며 일하는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자긍심을 갖고 열정을 갖고 근무해 공무원들 사이에서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30대에서 50대까지 다양한 연령층으로 채용된 직원들은 짧게는 1년에서부터 길게는 10년까지 관공서에서 일한 경험자들이어서 전문가 못지 않은 자격을 갖췄다. 콜센터가 체납액 징수율을 높이고 지방재정확충에도 톡톡히 기여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으면서 충청권을 비롯해 경기, 경상도 등 전국 자치단체에서 벤치마킹을 위한 문의와 방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콜센터 직원 A씨는 “콜센터를 직접 찾아와 협박하는 시민들도 있어 가슴이 철렁 내려 앉기도 했다. 하지만 엉뚱한 핑계를 하거나 심한 욕설과 폭언을 듣는 건 이제 면역이 됐다”며 “하지만 세금 납부를 잊고 있었다며 ‘고맙다’고 말씀하시는 분들도 있다. 따뜻한 말 한마디가 우리에게는 큰 힘이 된다”고 말했다.



 김승환 천안시 서북구 세무과장은 “공무원도 기피하는 업무를 비정규직이 맡아 최선을 다하는 모습에 감동을 받았다”며 “체납자들도 지방세 징수 어려움을 이해하고 성실히 납부하는 의식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글·사진=강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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