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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민족주의로 내부 갈등 해소 시도하면 위험




기본적으로 사회과학자의 꿈은 점쟁이와 같다. 현실을 기술하고 설명하고 더 나아가 미래를 예측하는 것이다. 양쪽 다 기술·설명은 꽤 설득력 있게 잘한다. 문제는 미래다.

“빠르면 10년, 20~30년 내에 소련·동구권은 붕괴한다”며 동구 공산주의의 소멸을 1976년에 알아맞힌 학자가 있다. 프랑스 파리에 있는 국립인구학연구원(INED)의 에마뉘엘 토드(62·사진) 박사다. 『최종의 추락:소련권의 분해에 대한 에세이』를 발간했을 때 토드는 불과 25세였다. 2002년에는 『제국의 몰락』에서 미국이 유일 초강대국 지위를 상실해 새로운 다극체제가 도래하며 금융위기가 발생한다고 예측했다. 그는 사회 실상의 미묘한 변화까지 놓치지 않는다. 소련 붕괴를 예측할 수 있었던 것은 1970년에 시작된 소련의 영아사망률 증가 등 몇 개 지수의 흐름을 분석해낸 결과다.

프랑스의 미식가 장 앙텔므 브리야사바랭(1755~1826)은 “네가 뭘 먹는지 말하면 네가 누구인지 알아맞히겠다”는 말로 유명한데, 토드에게 근대화 이전 전통사회의 가족 구조를 알려주면, 그 사회가 어떤 근대화의 경로를 겪게 될 것인지를 기술하고 설명한다.

역사학자이자 인류학자·인구학자·사회학자·정치학자인 토드에게는 “모든 것을 다 아는 사람”이라는 별명이 붙어 있다. 1995년 7월 16일 영국 인디펜던트지는 프랑스 지성계에서 그가 차지하는 위상은 바르트·사르트르·카뮈·푸코와 동급이라고 보도했다. 국제사회의 주요 흐름에 대해 물어보기 위해 그를 13일 전화로 인터뷰했다. 다음은 인터뷰 요지.

-선진국들의 경제성장이 지지부진하다. 무엇이 문제인가. 무엇을 해야 하나.
“자유무역이 문제다. 내가 자유무역에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자유무역이 모든 이에게 이익을 안겨다 주는 시기가 있다. 지금은 불충분한 수요와 무역 과잉으로 생산성 향상에도 불구하고 노동자들의 임금 인상이 적절히 이뤄지고 있지 못하다. 19세기 자본주의의 모순이 재현되고 있다. 흔히 무역을 더 많이 하면 문제가 해결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세계 각국은 예컨대 환대서양 무역, 환태평양 무역을 활성화하기 위한 자유무역 협정 체결을 꾀하고 있다. 소용없다. 무역을 통제해야 한다. 개별 국가들 차원에서는 해결책이 없다. G8이건 G20이건 선진국들이 머리를 맞대고 합리적인 방안을 모색해 무역을 규제해야 한다.”

미국, 건강하지 않지만 스스로 해결 전망
-미국의 쇠퇴에 대해 남들보다 앞선 전망을 내놨는데 지금 생각은?
“미국이 권력의 정점이 있었을 때 미국의 쇠퇴에 대한 책을 낸 바 있다. 미국은 지금도 안전하지도 건강하지도 않다. 직면한 문제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특히 자유무역과 관련된 엄청난 소득 불평등·불균형이 문제다. 인구의 1퍼센트가 너무 많이 가지고 있다. 하지만 미국은 바야흐로 변화에 착수에 해결책을 찾을 것이라고 믿는다. 역사학자로서 말하건대 영국·미국 등 앵글로아메리칸(Anglo-American) 사회와 국가는 변화 능력이 크다는 것을 역사가 말해주고 있다. 그런 낙관적인 전망을 조심스럽게 내놓을 수 있다.”

-중국은 미국의 대안이 될 수 있는가.
“수많은 중국인들이 가난으로부터 벗어나게 된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하지만 중국이 경제나 기술, 지정학적인 거인으로 부상할 것이라는 학자들의 의견에 동조하지 않는다. 나를 포함해 대부분의 인구학자들은 중국의 미래에 대해 긍정적이지 않다. 중국은 급격히 노령화되고 있다. 총인구에서 생산 연령 인구의 비중이 높은 데서 오는 ‘인구학적 보너스’가 끝나고 있다. 남녀 성비의 불균형도 문제다. 중국인들은 근대적이라기보다는 매우 전통적인 사람들이다. 중국에서 진정한 테이크오프(take off·한 나라의 경제가 전통적 사회에서 벗어나 비약적으로 공업화 사회로 진행되는 단계)는 발생하지 않았다. 특히 한국이나 일본과 비교하면 중국의 테이크오프, 중국 경제의 역동성은 피상적(superficial)이다.”

-하지만 중국 공산당은 야심적인 발전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일본과 한국은 자생적 성장을 했다. 수출이 중요하지만 투자의 원천은 국내다. 양국은 ‘민족자결(national self-determination)적인 계획?으로 성장했다. 중국 경우에는 외국의 투자가 성장을 주도했다. 물론 마오이즘으로부터 벗어나려는 자체 노력이나 국민의 낮은 문맹률도 중요했다. 하지만 ‘세계의 공장(workshop of the world)’이라는 중국의 발전 양상을 결정한 것은 중국 공산당이라기보다는 서구 국가들과 일본, 다국적 기업이었다. 중국의 발전은 독립적이 아니라 종속적이었다.
역사학·인구학·사회인류학적 관점에서 전통사회와 현대 문화의 상호작용을 따져보면 중국의 또 다른 취약점이 드러난다. 한국·일본·독일·스웨덴 같은 나라의 전통 사회에서는 장자상속권(primogeniture)이 인정됐다. 그런 사회에서는 형제들 간의 불평등이 용인된다. 이는 사회적 불평등이 발생하면 이를 받아들이고 또 해소할 수 있는 능력이 상대적으로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중국의 경우는 전혀 다르다. 중국의 전통 가족체제는 지극히 평등주의적이었다. 한 가족 내의 모든 형제가 같다고 보면 모든 인간은 같다고 보게 된다. 중국에서 공산혁명이 발생한 원인도 이 평등주의 전통과 연관이 깊다. 현재 중국의 상황은 한국·독일·일본 같은 나라는 겪어보지 못한 엄청난 불평등이 뼛속까지 평등주의적인 정치문화와 결합되고 있는 게 특징이다. 그래서 대규모 불안정성의 가능성이 크다.”

-중국과 일본 모두 보다 공세적인 국가가 되고 있는 것 같다.
“중국 정부는 민족주의로 사회 내부의 갈등을 해소하려고 하고 있다. 매우 위험한 일이다. 중국 사회의 심적 상태는 전형적인 과도기에 발생하는 특성을 띠고 있다. 유럽 역사에서 그러한 과도기는 20세기 초에 있었다. 문자해득률의 증가, 전통 종교에 대한 믿음이 사라진 가운데 젊은 세대는 공허감을 느꼈다. 공백을 메운 것은 민족주의였고 유럽은 전란에 휩싸였다. 점차 유럽은 교육 수준이 고도화되는 가운데 신(神)을 믿지 않는 것에 대해서도 익숙하게 됐다. 유럽은 민족주의 단계도 벗어났다. 탈(脫)민족주의(post-nationalism) 시대에도 문제는 있지만 유럽은 적어도 평화를 달성했다. 일본은 현재의 유럽과 매우 유사하다. 유럽과 마찬가지로 일본도 호전적 민족주의 시대가 있었지만, 오늘의 일본은 진정한 의미에서 민족주의적이라고 보기 힘들다. 유럽과 일본은 비슷한 역사적 경로를 거쳐 탈민족주의 단계에 도달했다.
반면 중국은 1900년 전후의 유럽과 매우 흡사해 보인다. 문자해득률이 높지만 고등교육의 발전은 아직 초기다. 종교적 신념의 문제와 관련해 말하자면 공산주의는 종교다. 중국인들은 공산주의라는 종교를 상실했다. 20세기 초 유럽과 마찬가지로 중국인들은 심리적인 공백감을 느끼고 있다.”

북한은 아무리 봐도 거대한 미스터리
-양국 간 군사적 충돌의 가능성은?
“중국의 군사력은 미약하다. 특히 해군력의 경우 항공모함이 1대밖에 없다. 중국이 항공모함을 제대로 운영하는 능력을 얻기까지 몇 년 더 걸릴 것이다. 군사적 충돌이 발생하면 중국은 미국과 일본의 군사력을 상대해야 하는데 양측 간 불균형이 너무 심하다. 중국이 스스로 곤란한 상황에 빠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본다.”

-북한 문제는 어떻게 보는가.
“북한은 거대한 미스터리다. 특히 북한 정권의 엄청난 안정성이 그렇다. 전통적인 가족체제와 연관성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수십 년, 수백 년이 흐르면 모든 나라는 결국 시장경제의 풍요와 민주주의의 정의 속에 살게 될 것인가. 언젠가는 문명이 단일화될 것인가.
“기본적으로는 낙관적으로 본다. 세계의 모든 문명들은 이미 공통적인 요소가 있다. 점점 더 많은 사람이 읽고 쓸 수 있다. 출생률도 떨어지고 있다. 아랍 세계도 아프리카도 그런 변화를 겪고 있다. 민주주의와 관계가 깊은 핵가족과 개인주의가 확산되고 있다. 하지만 모든 나라가 똑같이 되지는 않을 것이다. 선진국들 간에도 아직 중대한 차이가 발견된다. 어떤 면에서는 차이가 더 커졌다. 출생률도 선진국마다 차이가 있다. 여성의 지위도 다르다. 고등교육을 받은 여성들이 육아와 일을 병행하는 게 상대적으로 더 쉬운 나라와 그렇지 않은 경우가 있는 것이다. 민주주의의 부상도 불가피하다고 보지만 역시 나라마다 다르다. 좌우 갈등이 심한 나라와 연합 정부를 잘 구성하는 나라들이 있는 것이다.
민주주의의 선두주자인 미국·영국·프랑스에도 문제는 있다. 이들 국가가 새로운 발전단계에 돌입한 것은 확실하다. 하지만 겨우 읽고 쓰는 사람들, 평범한 교육을 받은 사람들, 고도의 고등교육을 받은 사람들 간의 차이가 벌어지고 있다. 사회 계층화 현상이 두드러진다. 계층화는 민주주의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인류 역사는 계속 전진할 것이다. 그러나 간단한 전망을 하기에는 불투명한 요소가 너무 많다.”

-미래를 예측한다는 것은 어떤 것인가.
“나는 역사학자다.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분별 있게 보려고 노력한다. 관찰은 내게 전부다. 어쩌면 인구학·사학의 훈련을 받은 것 때문인지 어떤 이념에는 반대하는 입장이다. 미래를 예측하려면 우선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들을 정직하게 살펴봐야 한다.”



에마뉘엘 토드 고등학교 재학 시절에는 공산주의청년단의 회원이었다. 소르본대(사학)·파리정치대(정치학)를 졸업한 후 영국 케임브리지대에서 박사학위(역사학)를 받았다. 16권의 책을 저술했는데, 우리말로 번역된 저서로는 『유럽의 발명』(1990), 『제국의 몰락』(2002)이 있다.

김환영 기자 whan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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