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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창 "공동체 무너진 한국 위기 가볍지 않다"

김우창 교수
“지금 한국사회는 정신적 불행이 일상화된 사회다. … 우리가 직면한 위기 상황의 심각성이 물질적 파괴로 인한 전후 독일과 비교해 결코 가볍지 않다”.

 국내 인문학계의 대표적 원로로 꼽히는 김우창(78) 고려대 명예교수가 한국사회에 대한 우려와 안타까움을 쏟아냈다. 18일 서울 안국동 안국빌딩 W스테이지에서 시작된 1년 연중 강연 프로젝트 ‘문화의 안과 밖’ 첫 번째 강연에서다.

 김 교수는 한국사회의 가장 큰 문제로 ‘공동체와 정신적 가치의 붕괴’를 꼽았다. “지금 우리 사회가 역사상 그 어느 시기보다도 큰 외면적 번영을 누리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국민이 행복을 느끼지 못하는 건 공동체의 붕괴로 인해 우리의 정신까지 파괴됐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김 교수는 한 예로 “우리 사회에서는 개인의 기억이나 역사쯤은 완전히 말소돼도 상관없는 것으로 취급되고 있다”고 개탄했다. 그러면서 “기억을 통하지 않고는 현재를 알 수가 없다. 옛 삶의 자취가 파괴되고 추억이 부정되는 사회에서 사람들이 길을 잃고 헤매는 것은 당연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새로운 가치의 모색을 요청했다. “우리 사회의 불행을 치유하기 위해서는 거대대중화(massification)된 산업사회에 걸맞은 새로운 공동체 가치의 모색과 정립이 필요하다”고 했다. 김 교수가 생각하는 새로운 공동체의 가치는 ‘선(善)’이다. 선의 의미에 대해 “낯선 사람이라도 도움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본능적으로 도와주는 마음과 자세”라고 규정했다. 나아가 그는 “착해도 손해보지 않는 사회가 우리가 추구해야할 좋은 사회이며, 착하기 위해서 간디나 루터 수준의 도덕적 결단을 해야 하는 사회는 나쁜 사회”라고 덧붙였다.

 이런 맥락에서 한국사회가 제2차세계대전 패배 이후 독일이 처했던 위기 상황과 비슷하다는 내용의 발언이 나왔다. 김 교수는 전후 독일의 재건에 필요한 정신적 조건을 문학작품을 통해 제시한 독일 현대시인 한스 카로사의 시 ‘해지는 땅의 비가(悲歌)’를 소개했다.

 김 교수는 또 “문화나 문명은 전쟁의 파괴나 전체주의의 싹쓸이에 의해서만이 아니라, 그것을 지탱하는 정신의 실종으로 인한 내면 폭발(implosion)로 무너질 수도 있다”며 “보다 긴 안목에서 보면 물질적 파괴의 원인이 되는 전쟁이나 전체주의 역시 정신의 파괴에서 시작되는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이날 강연은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의 사회로 사전 신청한 60명만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최 교수는 “우리가 잊고 살아온 문화의 안을 들여다 볼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안과 밖’ 강연은 문화의 시각에서 그동안 정치·경제 일변도였던 한국사회를 반성해보자는 취지로 마련됐다. 내년 1월 10일까지 매주 토요일 50여 명의 국내외 학자가 릴레이로 강연한다. 강연 동영상, 강의록은 인터넷 포털 네이버를 통해 온라인으로 제공된다.

신준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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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