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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은 내 마음 안에 … " 노숙인 껴안은 추기경

19일 서울의 노숙인 요양시설 은평의마을에서 염수정 추기경이 서임 후 첫 미사를 집전했다. 염 추기경이 거동이 어려운 중증장애인의 입에 성체를 직접 넣어주고 있다. [김경빈 기자]
염수정(71) 추기경이 서임 후 첫 미사를 봉헌한 곳은 명동성당이 아니라 노숙인 재활마을이었다. 약속을 지키기 위한 이례적 장소 선택이다.

 19일 오전 10시30분 서울 은평구의 시립 노숙인 요양시설 ‘은평의마을(원장 이향배 수녀)’. 염 추기경이 이곳을 찾아 추기경 서임 후 첫 미사를 집전했다. 염 추기경은 지난 연말 이곳에서 성탄예배를 올릴 예정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교구 사제가 부친상을 당하는 바람에 장례 미사를 집전하러 가야 했다. 은평의마을 방문 약속을 못 지킨 셈이었다.

 이날 미사가 집전된 은평의마을 제2생활관 5층 강당에는 약 400명의 시설생활인과 봉사자가 참석했다.

 “지난 성탄 때 했던 약속을 지키려고 오늘 이곳을 찾았다”고 밝히며 시작한 추기경의 미사 강론은 ‘하느님의 사랑’을 풀이하는 방식으로 이어졌다. “하느님은 영원으로부터, 내가 태어나기 전부터, 어머니 배 속에 있을 때부터 나를 사랑하신다. 그런데 왜 나는 이렇게 어렵게 사나? 하느님이 진짜 우리 아빠 맞아? 이런 마음이 들 거다”라며 청중을 향해 물음을 던졌다. 사람들의 시선이 추기경에게 쏠렸다. 염 추기경은 “사람들은 세상에서 많은 걸 가져야 행복하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행복은 나의 바깥에 있지 않다. 행복은 정말 내 마음 안에 있다는 걸 알아야 한다. 양심을 거스르고, 죄를 짓고, 남에게 해를 끼치고. 우리는 정말 부족하다. 그럼에도 하느님은 우리를 사랑하신다. 그게 기쁜 소식이다. 그걸 알면 행복해지지 않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제단에서 내려간 염 추기경은 거동이 불편한 신자들의 입에 동그란 성체를 하나씩 넣어 주었다. 성체를 받는 이들의 고개는 자꾸 돌아갔지만 눈은 밝게 웃고 있었다. 곧 이어 휠체어에 앉아 손발을 가누기 힘든 중증장애인 20여 명이 안내자가 앞에서 짚어주는 숫자를 보며 핸드벨을 하나씩 흔들었다. 멋진 하모니의 천주교 생활성가 ‘축하합니다’가 연주됐다. 추기경 서임을 축하하는 그들만의 선물이었다.

 미사를 마친 뒤 염 추기경은 시설을 돌았다. 침대에 누워 거동이 불편한 이의 손을 잡고 “반갑습니다”라며 인사했다. 점심때가 되자 함께 마주 앉아 떡국을 먹었다. 이곳에 입소한 지 9년째라는 이흥우(71)씨는 “ 2년 전에 오실 때는 주교였는데, 지금은 추기경이 되셨다. 고맙고 감격스럽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날 염 추기경의 강론 내용은 사전 배포된 자료와 달랐다. 추기경에게 이유를 물었다. “아침에 차를 타고 이곳으로 오면서 많은 생각을 했다. 우리 사회에서 가장 소외받는 분들이다. 이론적인 교리 이야기가 아니라 직접 피부에 닿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우리는 누구나 고통받고, 상처받고, 어려운 처지에 놓인다. 이걸 건너뛰기 어렵다. 그러나 하느님은 그걸 뛰어넘어서 우리를 사랑하신다. 거기서 우리는 살아갈 힘을 얻는다. 그런 힘을 들려주고 싶었다.”

 염 추기경은 다음달 17일 출국해 22일 바티칸 교황청에서 서임식을 한다.

글=백성호 기자
사진=김경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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