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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전 악몽에 … "분무기 지고 새벽부터 농장 소독"

19일 전북 부안군 줄포면의 오리 농장에서 부안군청 공무원들이 이산화탄소(CO2)로 질식시킨 오리들을 묻기 위해 트럭에 옮겨 싣고 있다. 이 농장에서는 조류 인플루엔자(AI)에 걸린 오리가 나오지 않았으나 근처 다른 농장에서 발생하는 바람에 8000여 마리를 살처분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19일까지 전북 고창과 부안에서 모두 9만150마리를 살처분했다”고 밝혔다. [프리랜서 오종찬]

전남 영암군 신북면에서 오리 2만5000마리를 키우는 마광하(47)씨. 그는 19일까지 사흘째 잠을 거의 자지 못하고 있다. 지난 16일 오후 6시5분 한국오리협회에서 휴대전화 문자메시지(SMS)를 받은 뒤부터다. SMS는 ‘전북 고창 오리농장에서 조류 인플루엔자(AI) 의심 신고가 접수됐다’는 내용이었다. 정부의 ‘스탠드스틸(Standstill·일시 이동중지)’ 조치 때문에 외부와 직접 접촉할 수 없는 그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SMS를 받는 순간 3년 전 악몽이 떠올랐다”고 했다. 2011년 AI 때문에 마씨는 오리 2만1000마리를 살처분해야 했다.

SMS 받자마자 석회 뿌려 … “잠이 안 온다”

  마씨는 이번 SMS를 받기가 무섭게 창고로 달려갔다. 소독용 생석회 포대를 꺼내 농장 출입구에 석회 가루를 뿌렸다. 이상은 없는지 오리를 점검하다 보니 날이 거의 샜다. 17일부터는 8250㎡(2500평) 농장을 구석구석 소독하고 오리 상태를 일일이 점검하는 일이 반복됐다. 철새를 막기 위한 안전망 손질에 사료 먹이기 같은 일까지 하다 보면 밤 1, 2시가 된다. 마씨는 “새벽에 잠깐 눈을 붙이려 해도 불안감에 잠이 오질 않는다”고 말했다.

 오리·닭 농가들이 AI 감염을 막기 위한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다. 특히 호남지역 농민들은 밤새 분무기를 손에서 놓지 않는 상황이다. 3년 전인 2011년 AI로 인해 수백만 마리를 묻어야 했던 트라우마 때문이다. 당시 전남에서는 나주시와 영암군을 중심으로 닭과 오리 323만 마리를, 전북에서는 26만 마리를 살처분했다.

농민들 “아직 투자금도 못 뽑았는데 … ”

 나주시 삼포면에서 오리 농장을 운영하는 민종환(69)씨 역시 하루 종일 아내와 함께 방역을 하고 오리 1만5000마리를 살피느라 여념이 없다. 그는 3년 전 오리 1만여 마리를 묻었던 기억이 있다. 정부의 ‘스탠드스틸 명령에 대해 민씨는 “어차피 방역 때문에 움직일 엄두를 못 낸다”고 답했다. 민씨는 “오리를 잘 지켜낸다고 해도 소비가 줄어 오리 값이 떨어질까 봐 걱정”이라고 덧붙였다.

  AI 때문에 오리와 닭을 살처분한 농민들은 실의에 빠졌다. 농장에서 고병원성 오리가 발견돼 6500마리를 묻은 정영희(52·전북 부안군 줄포면 신리)씨는 “6년 전 이 일을 시작해 아직 투자금도 못 뽑았다”며 “살아갈 희망이 사라졌다”고 했다. 정씨 농장에서 500m 떨어진 곳에서 오리를 키우는 김순덕(46)씨도 8000마리를 살처분했다. 김씨는 “다시 새끼 오리를 들여와 키울 때까지 몇 달이 걸린다”며 “그동안 생활비와 자녀 학비 같은 것은 어떻게 챙겨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일부 농민들은 방역 약품과 사료 걱정에 휩싸였다. 스탠드스틸 명령 때문에 약품이나 사료가 떨어져도 제때 구할 수 없기 때문이다. 발빠른 농가는 AI 의심 소식이 들리자마자 사료를 확보했다. 전북 익산시 함열읍에서 병아리를 키워 양계장에 공급하는 김은영(43)씨가 그렇다. 평소 7t 정도 보관하던 사료를 15t으로 늘렸다. 그는 “혹시 바이러스를 옮겨올까 봐 장에 갈 때도 고창·부안 인근을 피해 다른 곳으로 둘러 온다”고 전했다. 출하가 미뤄진 농가는 걱정이다. AI로부터 닭·오리를 지켜낸다 하더라도 출하가 늦춰지는 사이 닭이 커지면 상품성이 떨어져 제값을 받지 못한다.

스탠드스틸 명령에 방역약·사료 걱정

 전남·전북과 고창·부안 등 지방자치단체들은 AI 확산 방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닭·오리 농장 근처엔 ‘출입금지’라고 적힌 노란색 통제라인이 설치됐다. 곳곳에 이동식 방역 초소를 세우고 지나가는 차량에 소독액을 뿜었다. 공무원들은 흰 방제복을 입고 나와 스탠드스틸 명령을 어기고 이동하는 축산 관련자들이 없는지 살폈다. 그러나 농민들은 농장 소독에 바빠 외부로 나가는 경우가 눈에 띄지 않았다.

 충북 역시 방역을 강화했다. 고병원성 AI가 처음 발견된 고창 농장에서 충주시와 진천·청원·음성 지역 16개 오리 농장에 새끼 오리 10만 마리를 공급한 사실이 드러나서다. 오리를 받은 농장에는 전문가를 파견해 의심 증상이 없는지 확인하고 있다.

 희귀조류 보호·사육시설 또한 경계태세를 발동했다. 천연기념물이자 멸종위기종인 두루미 40마리를 키우는 경북 구미시 해평면 경북대 조류생태환경연구소는 1주일에 두 차례 하던 소독을 매일로 늘렸다. 허가자 말고는 출입을 금지했다.

경남 창녕 우포늪 따오기복원센터는 18일부터 오전 10시, 오후 4시 하루 두 차례 센터 진입로와 생태탐방로, 인근 세진마을 등을 소독하고 있다. 센터에 외부인 출입도 막았다. 이곳은 우리나라에서 1979년 비무장지대(DMZ)에서 관찰된 이후 사라진 따오기를 복원 중이다. 이곳은 지난해 센터 지붕 등 5곳에 매 모양의 풍향계를 설치해 철새들이 접근하지 못하도록 했다. 철새 분비물로 인한 AI 감염을 막으려는 조치다.

최경호·권철암 기자, 전국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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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